수없이 본 할리우드, 한국 영화에 질렸다면 주목! 가까운 아시아에도 은근히 재미있는 영화들이 많다. 이번 주 뒹굴뒹굴 VOD에서는 모르고 지나치기 아쉬운 아시아 영화들을 모았다. 아쉽게도 소개할 다섯 편의 영화 중에서 <당갈>은 국내 수입사가 VOD를 수입하지 않아, VOD로 볼 수 없다. 널리 알려져 N스토어에도 하루빨리 입점하길 바란다. <당갈>을 제외한 네 편은 8월 18일~8월 24일까지 N스토어에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ぼくは明日, 昨日のきみとデートする,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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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미키 타카히로
출연 후쿠시 소우타, 고마츠 나나

뽀샤시하고 아기자기한 타임슬립 일본 로맨스 영화라고? 맞다. 그러나 고마츠 나나의 영상 화보집이라 생각하며 아무 생각 없이 넋 놓고 바라보면 영화의 스토리가 헷갈리기 십상이다. 제목이 스토리를 단 한 줄로 요약해주지만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다. 다시 천천히 읽어보자.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두 사람의 시간은 반대로 흘러간다. 타카토시(후쿠시 소우타)와 달리 에미(고마츠 나나)는 미래에서부터 하루하루 과거로 돌아가는 시간을 산다. 즉 타카토시는 미래에서 과거로 거꾸로 사는 에미를 만나게 된다는 것. 둘의 연애 과정은 다른 연인들과 다름없지만 서로 반대의 시간을 살아간다는 설정 하나만으로 영화는 독특하고 아련해지면서 결말을 궁금하게 만든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감독 미키 타카히로

출연 후쿠시 소우타, 고마츠 나나

개봉 2016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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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지니어스
Chalard Games Goeng,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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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나타우트 폰피리야
출연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 차논 산티네톤쿨, 에이샤 호수완

10대들의 시험 부정행위 스릴러가 이토록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선사하게 될 줄이야. 우리에겐 생소한 태국 영화인데다 감독과 배우들도 대부분 신예에 가깝다. 쫄깃한 편집의 2분가량의 예고편을 보자마자 영화에 흥미가 생겨 보기 시작했는데 본편은 예고편보다 더 재밌었다. 부잣집 자제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는 우등생 린(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 처음엔 한 명의 친구를 도와주고자 시작한 커닝이었다. 그러나 그 친구의 남자친구와 다른 친구들까지 끌고 오며 판이 커진다. 이것이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 린은 보다 본격적으로 커닝 작전에 돌입한다. 긴장감 넘치는 시험 시간, 답을 알리는 린의 손가락 지휘하에 친구들은 막힘없이 OMR 카드를 작성한다. 소소하지만 기상천외한 커닝 작전은 스릴 넘친다. 급기야 해외까지 원정해 시험지 유출 작전에 돌입하게 된다. 태국 영화지만 영화가 비판하는 교육 현실은 우리나라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와닿는 면이 있다.

배드 지니어스

감독 나타우트 폰피리야

출연 에이샤 호수완, 티라돈 수파펀핀요, 추티몬 추엥차로엔수키잉, 차논 산티네톤쿨

개봉 2017 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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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七月與安生,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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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증국상
출연 주동우, 마사순, 이정빈

소녀들의 우정은 사랑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사랑보다도 미묘하고 복잡하다. 중국 최고의 인기 소설이었던 <칠월과 안생>을 바탕으로 네 명의 여성작가가 협업한 것만으로도 얼마나 여성 심리를 섬세하게 그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열셋에 둘도 없는 친구로 만나 스물일곱이 되기까지 연을 이어온 두 여자의 삶을 그린다. 아무것도 모르던 열세 살 시절엔 순수하게 우정을 나눴지만, 사춘기를 겪고 20대에 돌입하면서 전혀 다른 성향을 갖게 된 안생(주동우)과 칠월(마사순). 칠월은 안정적인 직장, 남자 친구와 평범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꿈꾼다. 반면 안생은 거주하는 곳도, 사람과 관계 맺는 것도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사는 자유분방한 삶을 산다. 그러나 칠월은 일탈하는 삶을 꿈꾼다. 안생은 독립적인 삶을 살지만 늘 다른 사람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해 온 인물이다. 각자의 결핍을 나눠가진 정반대의 두 소녀는 서로를 질투하고 동경하며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관계를 이어간다. 이 영화에서 특히 돋보이는 건 주동우의 연기. 중국의 국민 여동생이라고 불리는 주동우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밉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감독 증국상

출연 주동우, 마사순, 이정빈

개봉 2017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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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그리고 둘
Yi Yi, 대만/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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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에드워드 양
출연 오념진, 금연령, 켈리 리

이 작품을 재생하기 전에 심호흡 한 번이 필요하다. 무려 173분의 러닝타임. 큰맘 먹고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면 중간에 포기할 법한 길이의 영화다. 그러나 그 긴 시간이 아깝지 않을 이유는 충분하다. 이 영화는 이미 입소문 없이도 명작이라고 평가받은 작품이다. 대만의 천재 감독이라 불리는 에드워드 양의 마지막 영화이며, 제53회 칸 영화제 감독상, 전미비평가 협회 최우수 작품상, BBC ·뉴욕타임스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에 선정되었다. 국내에선 최근 6월 재개봉했다.

한 가족이 모두 모이는 결혼식, 하필 그날 할머니는 뇌사 상태에 빠져 의식을 잃는다. 이 사건은 가족의 숨겨졌던 사연이 펼쳐지게 되는 시작점이다. 아버지 NJ(오념진)는 30년 전 헤어진 첫사랑과 만나고, 딸 팅팅(켈리 리)은 같은 날 이사 온 친구 리리와 그녀의 남자친구 패티를 만나며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8살 아들 양양(조나단 창)은 아버지로부터 카메라를 선물 받는다. 양양은 가족들의 뒷모습을 찍으며 관찰자의 시점으로 카메라에 담아낸다. 영화를 찍는 카메라 역시 이들을 가급적 멀리서 담고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만큼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하나 그리고 둘

감독 에드워드 양

출연 오념진, 금연령, 이세이 오가타, 조나단 창, 켈리 리, 진희성

개봉 2000 대만,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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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갈
Dangal, 인도

감독 니테쉬 티와리
출연 아미르 칸, 파티마 사나 셰이크, 산야 말호트라

161분. 이 영화도 러닝타임 길이로 어디 가서 안 빠진다. 잠 안 오는 주말 밤, 조용히 사색하며 보내고 싶다면 <하나 그리고 둘>을, 불금·불토의 흥겨운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당갈>을 추천한다. ♪당갈 당갈♬ 보고 나면 이 멜로디가 얼마나 중독성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맞다. 이 영화도 인도 영화 특유의 중독성 강한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화는 인도 여성 최초로 레슬링 국제 대회 금메달을 딴 기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전직 레슬링 선수 마하바르 싱 포갓(아미르 칸). 못 이룬 금메달의 꿈을 아들이 대신 이뤄주길 바란다. 하지만 줄줄이 딸만 넷을 낳으며 그 꿈은 좌절되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날, 첫째 딸 기타(파니마 사나 셰이크/자이라 와심)와 둘째 딸 바비타(산야 말호트라/수하니 바트나가르)가 자신들을 놀리는 또래 남자아이들을 때린 걸 보고 레슬러로서의 자질을 발견한다. 그 후 아빠의 특훈이 시작된다. 남자아이처럼 머리를 깎고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자매의 모습은 동네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조롱거리가 된다.

남자아이들과 상대하며 전도 유망한 레슬러로 성장하는 자매. 자녀에게 부모의 꿈을 투영하고자 하는 욕망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다른 여러 설정들을
통해 어느정도 보완한다.  아직 여성 인권이 낮은 인도의 특수성도 감안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영화는 페미니즘적인 주제의식뿐 아니라 스포츠 영화의 긴장감도 잘 녹여냈다. 분명 결말이 정해진 경기임에도 리얼하고 밀도 있는 레슬링 장면은 집중도를 높인다.

당갈

감독 니테쉬 티와리

출연 아미르 칸, 파티마 사나 셰이크, 산야 말호트라

개봉 2016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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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