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세상에 잠금없는 휴대폰이 있을까? 수년 전이야 휴대폰 비밀번호 설정은 선택사항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비밀번호 설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건 휴대폰 속에 담긴 개인 정보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휴대폰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완벽한 타인>은 바로 이 휴대폰 속의 감추고 싶은 사적인 비밀을 공유하는 위험한 게임을 벌이는 영화다. 과연 이 게임 속에서 만신창이가 되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이 있을까?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던 다른 영화 7편을 골라 연도순으로 소개했다.

완벽한 타인

감독 이재규

출연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개봉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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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이창> / 1954
관음증

몰래 지켜본다는 관음 행위에서 출발한 서스펜스극. 사진기자 제프(제임스 스튜어트)는 다리를 다친 뒤로 집에 칩거하며 이웃집을 관찰하는 낙으로 지내고 있다. 사실 저렇게까지 크게 활짝 열린 창문이라면 나라도 궁금해질 것 같긴 한데. 어느 날 제프가 수상쩍은 집을 발견하면서 <이창>의 스토리는 흥미진진해진다. 언제부턴가 저 집의 부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최근 남편은 커다란 가방을 든 채로 집을 들락날락했다는 것. 이 찜찜한 추측에 따라 모든 것이 단서로 보이기 시작한다. 연장을 만지는 남편의 모습이라던가 화단을 파헤치는 강아지에게 소리를 치는 남편의 모습은 제프의 의심을 거듭 덧씌운다. 영화를 통해 타인의 삶을 지켜보는 행위와 연결되기도 하는 '관음'이라는 소재로 알프레드 히치콕에게 비평적 찬사를 안긴 작품이다.

이창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제임스 스튜어트

개봉 1957.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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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 / 1994
주거침입

사랑의 유통기한을 만년으로 하고 싶다던 <중경삼림>의 로맨스에도 부인할 수 없는 프라이버시 침해 장면이 담겨있다. 다만 침해는 침해인데 그 점이 영화에 낭만을 부여하지 죄의식을 심겨주지는 않는다. 홍콩 버전의 우렁각시라고 할까. 패스트푸드점의 점원 페이(왕페이)는 경찰 663(양조위)의 연인이 남긴 이별 편지와 아파트 열쇠를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페이는 남몰래 좋아하는 663에게 이를 전해주긴커녕 도발을 감행한다. 실연에 빠진 남자의 집에 몰래 들어가 옛 연인의 흔적을 하나씩 청소하는 페이. 명백한 주거침입에 경찰 663의 허리춤에 달린 수갑이 할 일을 찾아야 정상이지만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이 울려 퍼지는 페이의 이별 봉사를 누가 욕할 수 있으랴.

중경삼림

감독 왕가위

출연 임청하, 양조위, 금성무, 왕페이

개봉 1995.09.02. / 2013.11.28.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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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쇼> / 1998
인생 침입

강력한 스포일러가 될만한 파트다. 물론 이미 너무 알려진 영화인데다 20년이나 지났으면 스포일러의 공소시효는 지난 게 아닐까. <트루먼 쇼>가 보여준 사생활 침해에 비하면 앞서 소개한 영화들은 귀여운 수준이다. 영화 전체는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거대한 쇼를 벌인다. 30대 회사원 트루먼(짐 캐리)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와중 이상한 일들을 겪는다. 죽은 아버지가 눈앞에서 목격되고, 라디오에선 자신의 이동 경로가 중계되고 있다. 트루먼의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쭈욱 어느 방송사의 프로그램으로 생중계되고 있었던 것. 한 사람의 소중한 인생을 담보로 한 거대한 몰래카메라나 다름없다. 많은 사생활 침해를 소재 삼은 영화 가운데서도 이 쇼만큼은 절대로 당하고 싶지 않다. <트루먼 쇼>를 본 사람들은 불운한 일이 거듭 닥쳐올 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이거 지금 트루먼 쇼 아니야? (허공을 향해)다 알고 있어! 눈치챘어!”

트루먼 쇼

감독 피터 위어

출연 짐 캐리

개봉 1998.10.24. / 2018.12.13.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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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 2010
개인 정보 유출

전 세계에 뿌리내린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의 탄생 비화는 그렇게 멋지지 않았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조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지금 상용화된 페이스북은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등록해 공개하는 시스템이지만, 발단은 타인의 정보를 훔치면서 시작됐다. 여자친구에게 차인 하버드 대학의 IT천재 주커버그(제시 아이젠버그)는 자존심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지질한 복수를 벌인다. 대학 홈페이지를 해킹해 여학생들의 사진을 훔치고 페이스매시’(Facemash)라는 웹사이트를 만든다. 여학생의 매력을 평가해 경합을 벌이도록 만들어진 이 웹사이트에는 엄청난 접속자가 몰리고 서버는 다운된다. 징계를 받고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페이스북의 기원이 한 천재의 해킹으로 시작됐다는 건 당황스러운 사실이다.

소셜 네트워크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앤드류 가필드, 저스틴 팀버레이크, 아미 해머

개봉 201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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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포비아> / 2014
신상털기

지금 한국 사회의 단면을 정확히 묘사한 영화 <소셜포비아>. 이쯤 되면 정보사회의 비극을 다룬 영화만 모아다가 소셜 스릴러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소셜포비아>에 등장한 사생활 침해는 일명 신상 털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군대에서 멸시와 괴롭힘을 당하던 한 탈영병의 자살 소식에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는데, 그의 죽음을 비아냥거린 악의성 게시글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다. 사람들은 레나라는 닉네임의 계정을 추적해 신상을 털고 레나의 이름, 사진, 주소, 전화번호까지 인터넷에 공개해버린다. 공분한 사람들은 현피(실제로 만나서 한 판 붙자) 원정대를 꾸려 그의 집을 습격하기로 한다. 인터넷 방송 BJ의 생중계가 따라붙은 원정대는 레나의 방문을 연 순간 그녀의 자살을 목격한다. 레나의 죽음은 정말 자살일까, 타살일까?

소셜포비아

감독 홍석재

출연 변요한, 이주승, 류준열, 하윤경, 유대형, 박근록, 오희준, 임지호, 김용준, 정재우

개봉 201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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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즌포> / 2015
정부 감청

이번 영화는 픽션이 아닌 진실이다. 미국의 비밀정보국 NSA에서 감행하는 대량 감시 시스템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 <시티즌포>. 전직 NSA 출신의 에드워드 스노든은 폭로를 결심하고 정부 감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기획한다는 로라 포이트라스 감독을 찾았다. 정부의 눈을 피해 호텔에 모인 사람들은 이메일 하나, 메시지 하나를 주고받는 사소한 일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시각적 감시를 우려해 담요를 뒤집어쓴 채 비밀번호를 누르고, 호텔에 울린 화재 경보조차 의심하는 스노든의 행동은 이것이 얼마나 심각한 사안인지를 보여주는 대목.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논점을 잃지 않으려는 스노든의 신중한 태도가 신뢰를 더해간다. 동일한 소재의 픽션 영화 <스노든>이 이듬해 발표됐으나, 여전히 실제 사건이 주는 힘은 다큐멘터리 쪽에 더 실려있다.

시티즌포

감독 로라 포이트러스

출연 에드워드 스노든, 글렌 그린왈드

개봉 2015.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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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 2017
재물손괴, 주인 행세 外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마더!>2017년의 문제작이었다. 해외 언론의 평가는 1점과 10점 세례. 그야말로 극단적인 점수가 매겨졌다. 온갖 불편한 감각을 총동원한 듯한 이 영화는 끝을 모르고 달려나간다. 도대체 왜 내 집에서 난리들인지! 부부의 집에 낯선 손님이 방문한다. 남편(하비에르 바르뎀)은 생판 처음 보는 남자(에드 해리스)를 맞이해 누울 자리까지 내어주며 과도한 친절함을 베풀고, 부인(제니퍼 로렌스)은 그 상황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러다 남자의 부인(미셸 파이퍼)까지 집에 찾아와 묵게 되고, 이들은 사적인 공간에 함부로 침입하거나 물건을 망가뜨리는 등 민폐를 범한다. 이게 전부라면 말도 안 꺼냈다. 이들은 남의 집에서 불평하기, 잔소리하기, 부부생활에 대해 질문하기까지 하다가 나중엔 아들까지 들이닥쳐 집안싸움을 벌인다. 지금까지 열거한 이들의 민폐는 <마더!>의 절반도 안되니 이 영화가 어디까지 가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영화로 확인하시기를.

마더!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제니퍼 로렌스, 하비에르 바르뎀

개봉 20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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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심미성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