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가 화제다. 주인공이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을지, 어떤 음악을 들을지 같은 사소한 것부터, 전개와 결말을 결정짓는 순간까지 시청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스토리에 관여하는 이러한 형식의 작품을 '인터랙티브 드라마'라고 부른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가 새롭게 느껴졌다고? 이번 무비 비하인드에서는 그 이전에 시도된 여러 '인터랙티브' 영화·드라마를 살펴보려 한다.


최초 인터랙티브 드라마는 어린이 프로그램?

최초의 인터랙티브 드라마의 시작은 1953년 미국 CBS 어린이 프로그램 <윙키 딩크 앤드 유>였다. TV에 고정되는 플라스틱 종이를 텔레비전에 덮은 뒤 주인공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요청에 따라 특수 크레용으로 선을 그리면 된다. 예를 들어 다리가 없는 강을 건너야 할 때 다리를 그려주어 곤란에 처한 주인공을 구해주는 식이다.


극장에 개봉했던 인터랙티브 영화

<아임 유어 맨>(1996)은 극장에서 상영한 20분짜리 인터랙티브 단편영화다. 관객들은 좌석에 장착된 조이스틱을 사용하여 영화 중간중간 6개의 다른 지점에서 세 가지 옵션 사이에 스토리를 선택한다. 그중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극장 입장료는 3달러였고 입장권을 소지하면 원하는 만큼 관람할 수 있었다. 기존 극장을 투표 방식의 시설로 바꾸는데 약 70,000,00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명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도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만든 적 있다?

1996년 출시된 <스티븐 스필버그 디렉터스 체어>(Steven Spielberg's Director's Chair)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참여한 게임 형태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다. 일종의 영화 제작 시뮬레이션에 참여하는 방식인데, 플레이어는 대본 작성, 촬영, 편집 등의 영화 제작 과정을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지도 받는다. 플레이어들의 경험치가 쌓일수록 그에 따라 받는 대본과 숏 옵션 선택지가 많아진다. 여기에는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와 제니퍼 애니스톤 등이 출연한다. 영화 제작의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인터랙티브 영화가 있었다?

<MOB2025>

국내에서도 인터랙티브 영화가 시도된 적이 있다. 조영호 감독의 <영호프의 하루>(1999)는 인터넷으로 공개된 인터랙티브 영화였다. 영화 중간마다 세 번에 걸쳐 관객들이 상황을 선택할 수 있고, 선택에 따라 8개의 다른 결말 중 하나를 볼 수 있다. 조영호 감독은 이후 <밀레니엄 살인 행진곡>, <여름이야기>, <오픈 더 도어>, <해피 뉴 이어>, <필구의 하루> 등 영화를 제작했다. <밀레니엄 살인 행진곡>은 서로 살인자라고 의심하는 7명의 인물 중에 한 명을 관객이 선택해 그에 해당하는 알리바이를 보고 다른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형식이다. 이정재, 유지태가 출연했던 인터넷 영화 <MOB 2025>도 있었다. 편당 30분짜리에 3~4개의 게임이 결합되어 있어 게임을 풀어야 영화의 결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미상 수상한 스웨덴 인터랙티브 드라마 <마리카에 관한 진실>

<마리카에 관한 진실>(2007)은 스웨덴 공영방송 SVT에서 방영된 TV드라마로 새로운 형태의 인터랙티브 드라마 형식을 차용했다. 기존 인터랙티브 영화들이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어떠한 이야기를 선택해 스토리가 결정되었다면 이 드라마는 보다 복합적으로 개입하길 요구한다.

TV 토론 프로그램의 한 장면

<마리카에 관한 진실>은 결혼식 날 밤 사라진 신부 마리카의 행방을 시청자와 제작진이 함께 찾아가는 줄거리로 1주일에 1회씩 총 5회에 걸쳐 방영했다. 특이하게 약 45분가량의 본방송이 끝나면 이 드라마 속 사건을 소재로 한 토론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여기에는 스웨덴의 유명한 사회부 기자, 실제 사회학자, 드라마의 연출자, 배우 등이 출연한다. 이 자리에서 한 블로거는 SVT 방송국이 허가 없이 자신의 블로그 '컨스피라레'에 올린 친구 '마리아'에 대한 실화를 이용해 무단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다며 고발한다. 블로거는 친구 마리아의 실종에 음모론을 제기하고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블로그에 마리아 실종사건에 대한 관련 정보를 올린다.

실제로 존재하는 블로그 '컨스피라레'

이 정보를 알기 위해서는 온라인 게임 형태의 일종인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힌트를 얻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에서 증거를 찾아내 마리카를 구출해야 한다. 드라마로는 발견할 수 없는 스토리를 관객들 스스로 찾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참여를 불러일으킨다. 극 중 하나의 캐릭터 입장이 되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닌 현실의 자아가 마리아를 찾는 과정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현실에서 조직된 웹사이트 회원들은 방송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하며 자신의 활동을 유튜브 등에 업로드했다. 그중 이들의 주목할 만한 활동들은 토론 프로그램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새로운 관객 참여 방식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2008년 에미상 인터랙티브 TV시리즈 부문을 수상했다.


넷플릭스 인터랙티브 영화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그리고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일부 게임 혹은 어린이용 교육 콘텐츠들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는 인터랙티브 형식을 영화에 다시 접목시켰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캐릭터의 행동을 결정하는 판타지 소설을 바탕으로 비디오 게임을 제작하게 된 프로그래머가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무너져내리는 이야기를 담는다. 시청자는 주인공 입장이 되어 그의 행동들을 선택할 수 있다. 아침 식사로 무얼 먹고, 주인공이 어떤 음악을 들을지, 상대 대사나 행동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할지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10초 이내에 선택해야 한다. 크게 다섯 가지의 결말이 있으며 그 안에 세부적인 선택에 따라 볼 수 있는 스토리가 조금씩 달라진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