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19년 1월 중반이다. 아마 이 즈음 되면, 새해 열정 넘쳤던 계획들이 작심삼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꺼져가는 새해 결심에 다시 불을 붙여줄 열정 가득한 영화들을 준비했다. 무모해 보이지만 날 것 그대로의 열정을 간직한 청춘들이 담긴 한국 독립영화 5편을 소개한다. 이 영화들은 1월 19일~1월 25일까지 N스토어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20대 초반 배낭 하나 짊어지고 떠나는 유럽 여행은 많은 청춘들의 로망일 것이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 그린 여행은 로망을 넘어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스스로를 잉여인간이라고 부르는 네 명의 20대 청춘들이 있다. 준비물은 단돈 80만 원과 카메라 한 대. 현지 호스텔들의 홍보영상을 찍는 대가로 무료 숙식을 제공받아 1년간 유럽을 일주하고, 이를 영화로 담아보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요즘에야 여행지에서 영상 만드는 일이 흔한 일이지만 2013년 개봉 당시만 해도 이런 컨셉의 여행 영상은 흔치 않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것은 누군가와 오래 함께 여행하면서 생기는 트러블과 고생담이 리얼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잉여라고 칭하지만 전혀 잉여롭지 않은 크리에이터들의 여행에 동참해보자.
대한민국의 입시 지옥도를 그린 드라마 <SKY 캐슬> 속 엄마들이 보면 혀를 쯧쯧 찰지 모르겠다. 그러나 <SKY 캐슬>에 나오는 고등학생들보다 <땐뽀걸즈> 학생들에게서 성취감 가득한 표정을 볼 수 있다. <땐뽀걸즈>는 거제 여상에 다니는 성적 9등급 학생들의 댄스 스포츠 도전기를 담은 영화다. 조선업 불황으로 시들어가는 섬 거제에서 소녀들이 꿀 수 있는 꿈은 한정적이다. 졸업 후 조선소에 취직하는 것. 그런 소녀들에게 댄스 스포츠는 순수한 즐거움이다. 물론 현실의 벽에 부딪혀 마냥 함께 댄스스포츠를 출 수 없는 어려운 사정의 학생들도 많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다독여주고 지켜봐 줄 수 있는 좋은 선생님도 있다. 꼭 이 나이에 공부에만 열중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다.
공장에서 알바하는 일록(백승환), 시카고에서 와서 영어를 섞어 쓰는 예건(이웅빈), 슈퍼스타K 1차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대용(신민재), 아내와 도너츠 노점상하는 준세(김충길)가 만나 남성 사중창 그룹 '델타 보이즈'를 결성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매력은 연기 같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들이 담겼다는 것이다. 여느 성장 드라마처럼 누군가 큰 사연을 간직한 것도 아니고, 노래하는 재능에 대해 심하게 내적 고민도 하지 않는다. 그저 열정과 꿈을 잃어버리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 뛰는 일이 노래였던 이들의 이야기다. 사실 그들이 겪는 현실에 대한 갑갑함과 투정을 다른데 화풀이하는 듯하게 그려진 장면들은 조금은 길고 부담스럽게 느껴지긴 한다. 그러나 영화라고 애써 꾸미려 하지 않는다. 비호감 루저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한다. 심지어 노래도 잘 못 부르는 것 같다. 그러나 이들처럼 때로는 능력을 가늠하지 말고 그냥 해 보는 것도 용기다.
<델타 보이즈>에 나왔던 배우들과 감독도 같지만 다른 영화다. 사회에 찌들었던 '델타보이즈'들이 이 영화에선 열정 가득한 18세 고딩으로 나온다. 이번엔 레슬링이다. 존폐 위기에 놓인 대풍고 레슬링 부를 지키기 위해 유일하게 남은 회원 충길(김충길)이 나섰다.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전업한 코치님, 노가다 뛰는 친구 진권(백승환), 불량서클 멤버 혁준(신민재)까지 모았다. 레슬링 이야기만 나오면 초 치는 아버지와도 맞서 싸워가면서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취준생 못지않게 앞이 캄캄하게 느껴지는 이들은 아마 수험생일 것이다. 그래도 이들은 왠지 내가 하면 좀 잘할 것 같고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정신과 건강이 튼튼한 '튼튼이'들이다. 고등학생 역할을 맡아 한층 귀여워진(?) 배우들의 연기 보는 재미가 있다.
기사를 쓰다가 잠깐 멈칫했다. 요즘도 족구가 복학생 남학우들의 전유물인가 싶어서. 아무튼 <족구왕> 개봉 즈음에 대학생활을 보냈던 기자는 족구하는 복학생에 대한 사실적인 시선에 영화 초반부터 웃음이 터졌다. 만섭(안재홍)은 식품영양학과 평균 학점 2.1, 토익 점수 받아본 적 없는 답 안 나오는 스펙의 주인공이다. 지극히 평범한 복학 생활을 하던 만섭은 어느 날 많은 학생들 앞에서 총장과의 대화 시간에 '족구장을 만들어달라'고 외친다. 그날 이후 만섭은 학생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퀸카 여자친구 안나(황승언)가 만섭에게 관심을 보이고, 안나의 썸남이자 전직 국대 축구선수를 족구로 이겨버린다. 병맛스러운 유머 코드와 연출이 가득하다. 그러나 영화 사이사이 등장하는 취준 대학생의 현실 반영 풍자 장면들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