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마다 충격적인 전개로 시청자들을 ‘멘붕’에 빠뜨렸던 <왕좌의 게임>.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TV 시리즈가 어느덧 마지막 시즌만을 앞두고 있다. 시즌 8 방영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보는 시청자만큼 배우들의 멘탈까지도 뒤흔들었던 장면들을 모아봤다.

* <왕좌의 게임>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1. 서세이 라니스터의 ‘속죄의 행진’

서세이 라니스터는 지금은 볼 수 없는 조프리와 함께 <왕좌의 게임>의 제일가는 악인(惡人)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그녀가 안쓰러워 보였던 순간도 있었는데, 바로 ‘속죄의 행진’이다. 시즌 5에서 국왕 살해, 청부살인 등의 죄를 면하기 위해 간통 혐의를 인정한 서세이는 나체로 킹스랜딩을 가로질러 레드킵까지 가는 수모를 겪는다. 백성들이 던지는 오물과 조롱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덤. 듣기만 해도 치욕적이지만 사실 이 장면은 레나 헤디의 얼굴과 대역배우 레베카 반 클리브의 몸을 합성한 것이다. 당시에는 대역을 쓴 것에 비판 여론도 있었는데, 레나 헤디가 노출을 꺼려했다고 오해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당시 임신 중이었던 그녀는 이미 여러 차례 노출 연기를 선보인 바 있고, ‘속죄의 행진’이 서세이의 추후 행보에 큰 영향을 준 사건이기에 감정연기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2. 바엘로르 대성당과 함께 산화한 란셀 라니스터

<왕좌의 게임> 시즌 6의 엔딩은 말그대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칠신교와 하이 스패로우에게 ‘속죄의 행진’이라는 모욕적인 처분을 받았던 서세이가 복수로 자신의 재판을 기다리는 이들을 와일드파이어로 바엘로르 대성당과 함께 폭발시켰기 때문이다. 서세이를 배신했던 란셀 라니스터는 대성당 지하에서 와일드파이어를 발견하고 참사를 막으려 노력했지만, 부상으로 기어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결국 가장 먼저 와일드파이어의 희생양이 되었다. 란셀 역의 유진 사이먼은 이 날의 촬영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촬영 내내 상체의 힘만으로 복도 끝에서 끝까지 기어야 했는데, 무려 스물일곱 번의 테이크 끝에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다고.


3. 유론 그레이조이의 왕위 계승식

<왕좌의 게임>의 세계관 속 왕국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 다섯 왕국 중 하나인 철의 군도에서는 새로운 왕이 즉위하면 그를 물에 빠뜨려서 익사 직전까지 몰고 가는 전통이 있는데, 친형이자 철의 군도를 다스렸던 발론 그레이조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유론 그레이조이도 당연히 이를 거쳐야만 했다. 유론을 연기한 필루 아스베크는 “9월이었지만 물이 상당히 차가웠다. 당연히 숨도 쉴 수 없었다. 이틀에 걸쳐 누군가에게 짓눌린 채 물속에 있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4. 메린 트란트의 최후

<왕좌의 게임>에서 특수분장은 결코 낯선 옵션이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극중 인물이 실명하거나 팔이 잘렸다고 실제 배우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의 고통을 잠시나마 함께 느꼈던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메린 트란트를 연기한 이안 비티에다. 시즌 5에서 메린 트란트는 아리아 스타크의 기습에 양쪽 눈을 잃고, 결국 목숨까지도 빼앗긴다. <왕좌의 게임> 사상 ‘가장 속 시원한 죽음’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장면을 위해 이안 비티에는 두 눈을 덮는 특수분장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시야가 완벽히 차단된 상태에서 무려 열두 시간이나 촬영에 임했다고. 이안 비티에는 훗날 굉장히 어렵고 섬세한 작업이었지만, 메이지 윌리엄스와 여러 차례의 리허설을 통해 단단히 준비를 했기에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5. 테온 그레이조이가 당했던 모든 고문

<왕좌의 게임>에서 가장 고통받는 생존자를 꼽자면 단연 테온 그레이조이다. 스타크 가문의 대자로 천대받고,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온갖 고문을 당했던 그의 삶은 정신적, 신체적인 고통의 연속이었다. 특히 램지 볼튼에게 붙잡혀 당했던 고문을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죽는 게 속 편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잔혹하기 그지없다. 살갗이 벗겨지는 것은 예사, 결국에는 남자의 자존심마저 잃고 만다. 그런 모진 대우를 받고도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알피 앨런은 말 그대로 몸과 정신이 붕괴된 테온을 연기하기 위해 살면서 겪었던 모든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끄집어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경험을 겪었던 건지 살짝 걱정도 된다.


6. 말의 심장을 먹는 대너리스 타르가르옌

‘용 어멈’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의 팬이라면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 바로 시즌 1의 여섯 번째 에피소드다. 칼 드로고의 아이를 임신한 그녀는 도트락의 전통에 따라 ‘칼리시’가 되기 위해 말의 심장을 먹게 되는데, 순종적이었던 대너리스가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도트락의 전통의식으로 성장한 것은 대너리스뿐이 아니었다. 에밀리아 클라크도 이 장면이 배우로서의 한계를 뛰어넘게 된 계기라고 밝혔는데, 응고된 잼과 젤라틴으로 만들어진 말의 심장에서 ‘표백제랑 덜 읽은 파스타를 섞은 맛’이 났다면서 먹는 내내 구역질을 참느라 혼이 났다고. 표백제 맛을 어떻게 아는 건지는 알 길이 없지만, 며칠간 계속된 촬영에서 무려 스물여덟 개의 말 심장을 먹었다고 하니, 그녀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7. 서자들의 전투

시즌 6의 대미를 장식했던 ‘서자들의 전투’는 시리즈 사상 가장 처절한 전투로 평가받는다. 배신을 한 볼튼 가문으로부터 윈터펠을 되찾기 위해 스타니스 바라테온과 존 스노우가 계획한 전투로, ‘아무것도 모르는’ 존 스노우의 무모한 선택과 램지 볼튼의 안일함이 맞물리면서 수많은 이들이 희생되어 그 처절함이 배가 되었다. 대부분이 롱테이크로 촬영되었기에 사전 준비만 며칠이 걸렸다고 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말들이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재였다고 하니 정말 한순간도 방심하지 못했을 것 같다. 키트 해링턴은 “수많은 배우와 엑스트라들만으로도 굉장히 어려운 장면이었다. 여기에 말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름답고도 위험한 춤사위’를 춘다고 생각하면서 촬영에 임했는데, 말발굽 소리가 요동치는 곳 한가운데서 등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두려웠다”라며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상당히 고된 촬영이었다고 설명했다.


8. 평화협정에서 성사될 뻔한 평화롭지 못한 만남

수많은 인물들이 오고 가고, 여러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왕좌의 게임>이기에 몇몇 주요 인물들은 한 화면에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자주 없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브론과 서세이 라니스터가 있는데, 이는 극중 두 사람의 접점이 없어서가 결코 아니다. 브론 역의 제롬 플린과 레나 헤더가 한때는 연인이었던 어색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촬영장에서 안 마주치는 것을 출연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하니, 두 사람이 얼마나 안 좋게 헤어졌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둘은 일곱 번째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의 ‘드래곤핏 평화협정’에서 하마터면 마주칠 뻔했는데, 극중 브론이 서세이가 도착하기 전에 “술이나 마시러 가자”라며 자리를 뜨는 것으로 각본을 짜서 불편한 만남을 피할 수 있었다.


9. 피의 결혼식

<왕좌의 게임> 시즌 3의 아홉 번째 에피소드를 장식한 ‘피의 결혼식’은 시청자는 물론이고 원작 팬, 그리고 당시 출연진까지도 경악케 했다. 에드뮤어 툴리와 로슬린 프레이의 결혼식에서 벌어진 끔찍한 학살 사건으로, 롭 스타크가 프레이 가문과의 서약을 어기고 다른 가문의 여성과 결혼한 것에 분노한 왈더 프레이의 복수가 낳은 참극이었다. 애초에 롭 스타크가 터무니없는 이유로 약속을 어겼기에 할 말은 없지만, ‘접대의 율법’을 깨면서까지 복수를 감행한 왈더의 결정은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거리 중 하나다. 롭 스타크 역의 리처드 매든은 촬영 당시에도 자신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죽는다는 사실에 힘겨웠지만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펑펑 울었다고 이야기했고, 캐틀린 스타크를 연기한 미셸 페얼리도 “언제 이 에피소드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정신적으로 몹시 힘들었음을 밝혔다.


10. 호도르의 비밀

브랜의 든든한 두 다리가 되어주었던 호도르는 <왕좌의 게임>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캐릭터다. 그는 시즌 6의 다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브랜과 미라가 백귀로부터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문을 막다가 최후를 맞이하는데, 과거의 호도르가 브랜의 능력으로 자신의 죽음을 미리 경험한 충격으로 ‘Hold the door(문을 막아)”을 반복하다가 “호도르”라는 말 밖에 못하게 되었다는 이름의 유래는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시청자보다 한 발 앞서 충격에 빠진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총괄 제작자 데이빗 베니오프와 D.B. 와이스다. 데이빗 베니오프는 조지 R.R. 마틴에게서 호도르란 이름의 유래를 듣게 되었을 때 ‘이런 미친…(Holy S***)’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충격적이었다고 밝혔으며, D.B. 와이스는 “단지 호텔방에서 들었을 뿐인데도 정말이지 가슴 아픈 사연이라고 느꼈다”라며 당시의 심정을 밝힌 바 있다.


에그테일 에디터 띵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