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은 영화를 짧은 시간에 매력적으로 소개하는 영상이다. 잘 만든 예고편의 기준은 간단하다. 예고편을 보고 관심 없던 영화에 호기심이 생긴다면 성공한 것. 이번 포스트에서는 보통의 영화 예고편과 달리 독특한 형식으로 제작된 영화 예고편들을 모았다.


<더 길티> "개봉 미정 예고편"

예고편은 제목, 주요 스토리, 개봉 일자를 알리는 것이 기본이다. <더 길티>의 예고편은 이 모든 걸 숨겼다. 내용은 이러하다. 배우도, 감독도 낯선 덴마크 영화 한 편이 있다. CGV 프로그래머와 SNS 운영자가 윗선의 개봉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꼭 개봉시켜야 한다는 은밀한 통화를 나눈다. 예고편에는 통화 내용 음성만 담았다. 영화의 제목은 <개봉 미정>으로 지칭한다. 이 바이럴 영상은 각종 SNS를 통해 화제가 되었고 결국 3월 27일 개봉 일자를 확정했다. <더 길티>는 긴급 신고 센터에서 오로지 전화를 통해 사건을 파헤치는 스릴러로 소리를 통해 긴장감을 자아내는 영화다. 이제서야 영화와 아무 연관 없어 보이던 예고편에서 영화와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클로버 필드> "제목 없는 홈 비디오 영상"

10여 년 전에 이미 영화 제목을 공개하지 않은 예고편을 제작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영화가 있다. <클로버 필드> 예고편이 최초로 공개된 현장은 2007년 <트랜스포머> 기자 시사 현장이었다. 예고편은 캠코더로 찍은 듯한 흔한 파티 홈 비디오 영상으로 시작한다. 갑자기 뉴욕 시 한복판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거대한 자유의 여신상 머리가 아래로 던져진다. 흔들리는 영상에서 혼란한 상황의 긴박감이 느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영화 제목을 알려주지도 않고 뚝 끝낸다. 영화의 제작자였던 J.J. 에이브람스는 궁금증을 일으키는 예고편을 떡밥으로 던져주고 인터넷 웹사이트를 활용해 팬들이 이에 대한 힌트를 찾게끔 바이럴 마케팅을 벌였다.


<앰비언스> "예고편만 7시간 20분이라고요?"

회사에 출근했는데 할 일이 너무 없다면 이 예고편을 보는 건 어떨까. 총 7시간 20분 길이의 예고편으로 출근 후 관람 시작하면 퇴근 때쯤 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일하는 것보다 더한 고문일 것이다. 기자도 예고편을 한 번 재생해봤다. 할 일이 많아서 빨리 감기로 재생했다. 모든 장면과 소리가 엄청난 슬로우 모션을 건 듯 느리다. 게다가 흑백이다. 황량한 바닷가 위로 제목, 감독명 등 주요 크레딧이 아주 느리게 올라간다. 인물이 두 명 나오긴 하는데 배경은 그대로다. 예고편의 기본은 본편을 압축하는 건데 뭐 이렇게 길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름 굉장히 압축한 것이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720시간. 무려 30일간 쉬지 않고 관람해야 한다. 2018년에 72시간짜리 예고편을 공개할 예정이며 2020년에 개봉할 예정이라 하였으나 관련 소식은 아직 없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관객들의 반응을 담은 예고편"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반응을 담은 예고편을 공개했다. 요즘에야 리액션 영상을 담아 보여주는 것은 유튜브 영상에서 자주 쓰이는 방식이라 독특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꽤 화제였다. 2009년 9월 할리우드에서 열린 시사회 현장을 담았다. 관객들이 극장에 줄 서서 입장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관객이 영화를 관람하는 각도로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스크린을 담는다. 공포에 질린 관객들의 얼굴이 교차 편집된다. 예고편 말미에는 앞으로 상영 이벤트가 어느 지역에서 열릴 것인지 공개한 뒤 당신 지역에서 상영하지 않는다면 해당 웹사이트에 들어와 신청하라고 촉구하는 문구를 띄웠다.


<그놈 목소리> "실제 범인 수배 목적의 캠페인 예고편"

1991년 실제로 벌어졌던 유괴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 <그놈 목소리>의 예고편은 실제 범인의 전화 협박 육성, 모습을 그린 몽타주, 필적 등 각종 증거 자료들로 구성했다. 예고편 초반부 이 영화는 실제 했던 사건을 다루고 있음을 밝히고 지금까지 수사 진전 상황을 간략 요약한다. 피해 아동의 사진과 범인의 몽타주를 보여주는 데 꽤 오래 시간을 할애한다. 예고편 후반부엔 범인 수배 신고 사이트 주소를 띄우며 끝맺는다. 철저히 범인을 잡기 위한 캠페인처럼 구성된 예고편이었다.


<나이트 플라이트> "공포 영화 예고편이 왜 이렇게 달달해"

레이첼 맥아담스의 러블리한 미소가 예고편을 가득 채운다. 그 위로 전형적인 할리우드 로코 영화에 등장하는 낭만적인 배경 음악이 깔린다.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 알고 보니 같은 비행기, 게다가 옆좌석이었다는 뻔하디 뻔한 로맨틱 코미디 전개가 펼쳐지고 두 사람은 뜨거운 눈빛을 나눈다. 그러다 돌연, 남자의 눈빛이 핏빛으로 변하고 갑자기 분위기 급반전. 이 영화가 스릴러 공포영화였음이 밝혀진다. 스릴러 영화를 로코 영화처럼 편집하는 접근법은 얼핏 뻔하긴 하지만 그 주인공이 로코퀸 레이첼 맥아담스라는 점에서 깨알 재미가 있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