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9일, 오늘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 생일입니다. 엠마 왓슨 말고 헤르미온느요. J. K. 롤링 여사가 만든 캐릭터 헤르미온느는 1979년 9월19일생입니다. 참고로 엠마 왓슨 생일은 1990년 4월15일입니다. 지난번에 ‘아재’가 된 해리가 보낸 가상 편지를 받아보신 분 계실 거라 믿습니다. 이번엔 아줌마가 된 헤르미온느가 보내온 가상 편지입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팬들에겐 미리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왜냐면 <해리 포터> 시리즈 덕후인 짐니 에디터가 미국으로 휴가 가는 바람에 갑작스레 제가 이 편지를 맡게 됐거든요.
안녕~ 한국 친구들, 잘 지냈어? 나야, 나 헤르미온느. 오늘이 내 37번째 생일이라고 하더라. 호호. 한국 나이로는 올해부터 38살이었지. 아줌마 다 됐네. 애 둘 낳고 살다 보니까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어. 아, 그리고 한국에서는 나를 ‘헤르미온느’ 이렇게 부른다면서. 좀 낯설다, 그치? 원래 내 이름은 허마이오니(Her-my-oh-nee)라고 발음하는데 말이야. 한국에서 번역한 책이나 개봉한 영화에서도 헤르미온느라고 한다고 하더라. 뭔가 좀 엘레강스한 느낌이 들어서 나쁘진 않지만 영화 볼 때는 좀 이상하긴 하겠다. 암튼 편하게 불러. 내가 그렇게 까다로운 여자 아닌 거 알잖아. 아, 그러고 보니 어릴 때 만났던 빅터 크룸 생각난다. 트리위저드 시합 때 만났었잖아. 걔가 덤스트랭 대표였는데 불가리아에서 왔나? 암튼 그래 가지고 내 이름 발음 잘 못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이렇게 갑작스레 한국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게 됐어. 그런데 알고 보니까 이게 다 해리 때문이더라고. 얼마 전에 마법부에서 만났는데 자기 생일에 한국으로 편지 썼는데 댓글 많이 받았다고 자랑하더라. 나까지 편지를 쓰게 될 줄이야. 에효. 번역 마법은 잘 먹히는지 모르겠네. 이런 마법은 내가 해리보다 더 잘하니까 별문제는 없을 거야.
얼마 전에 일 때문에 호주 출장 갔다가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 시차 적응도 안 되고 너무 피곤한 거 있지. 호주에서 갑작스럽게 연락받고 얼떨결에 편지를 쓰기로 했는데 약간 후회하고 있어. 씨네플레이에 그 닉(Nick)이라는 사람 있잖아. 편집장이라고 하던가, 잘 모르겠는데 진짜 대단해. 해리도 섭외하고 나까지 섭외했으니까. 그래도 편지 쓰면서 옛날 생각하니까 재밌네. 호호.
서론이 너무 길었다, 미안. 요즘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지? 요즘 진짜 바빠. ‘매직스타그램’도 통 업데이트 못하고 있어. 엠마 걔도 요즘 인스타그램이 좀 뜸하던데. 페미니스트로 UN 성평등대사 활동하는 거 보니까 멋있어 보이더라. 2017년 5월에 개봉한다는 <미녀와 야수>에서 벨로 출연한다고 했던가. 엠마 걔가 좀 미녀긴 하지. 어쨌든 나는 얼마 전까지 신기한 동물 단속 관리부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국제 마법 협력부에서 법률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 내가 워낙 능력이 좋아서 막 승진을 시키더라고. 나야 뭐 좋았지. 내가 원래 좀 열심히 하잖아. 학교 다닐 때도 우등생이었고, 막 이래. 맥고나걸 교수님은 잘 지내나 모르겠다.
그런데 그게 또 그렇다. 승진하면 뭐 하니? 일은 점점 늘어만 가고. 워킹맘으로 사는 거 진짜 힘들어. 아직 결혼 안 한 친구들 잘 생각해야 돼. 나야 워낙 론이 좋아서 그냥 결혼해버렸지만, 데헷. 우리 딸하고 아들은 다 알지? 몰라? 첫째는 로즈야. 나 닮아서 아주 똑똑하고 빠릿빠릿하고 그래. 그리핀도르 기숙사 배정 못 받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리핀도르 가긴 하더라. 핏줄은 못 속이나 봐. 론이 킹스크로스역에서 처음 로즈 학교 보낼 때 로즈한테 막 장난을 치더라. 슬리데린 배정받으면 위즐리 가문에서 뺀다고 그랬거든. 하여튼 우리 신랑이 좀 재치가 넘쳐. 호호호.
로즈는 해리 둘째 아들 알버스랑 같은 학년이야. 그런데 말이야, 알버스라는 애가 문제야. 해리 닮아 가지고 뭔가 달라. 눈 색깔도 해리랑 같고. 지금 마법부가 알버스 때문에 정신이 없어. 놀라지 마! 알버스가 글쎄 슬리데린으로 배정받은 거야. 게다가 드레이코 말포이 아들인 스콜피우스랑 둘이 절친 돼서 시간여행을 막 하더라고. 시간여행 때문에 현재가 복잡해졌어. 어린 것들이 겁도 없이 말이야. 그래서 난리가 난 거야. 자세한 건 다 얘기를 못하는데 정 궁금하면 영국으로 와서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연극을 보면 되긴 해. 연극에는 나도 나오는데 엠마 왓슨이 아니고 노마 드메즈웨니라고 유명한 배우가 나를 연기해. 이 분은 흑인이야. 롤링 여사님도 헤르미온느를 흑인으로 설정한 게 뭐가 문제냐 하시더라. 엠마 왓슨도 좋다고 했고. 나도 상관없어. 암튼 그래.
내가 무슨 얘기하다 말았지? 아, 맞다. 로즈 얘기하다가 말았지. 론은 있지, 혹시라도 로즈가 스콜피우스랑 사귈까 봐 걱정하던데. 나도 사실 조금 걱정이 되긴 해. 남자는 우리 신랑처럼 성격도 좋고 여유도 있고 빈틈도 있어야 좋은데. 내가 그런 스타일을 좀 좋아해. 말포이 쪽 얘들은 안 그렇잖아. 진짜 어릴 때 드레이코 생각나면 아직도 눈물 날 때가 있어ㅠㅠ. 나한테 머글이라고 재수 없다고 맨날 그랬잖아. 론도 처음엔 내가 좀 나댄다고 뭐라고 해서 그때 내가 화장실에서 많이 울었잖아, 기억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트롤 나오기 전까지. 얼마나 무서웠다고. 론이 구해주지 않았으면 우리가 부부가 되진 않았을 거야, 그치? 물론 해리랑도 친구가 되지 못했겠지. 아까 잠깐 얘기한 빅터랑 키스한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다 추억인데. 빅터랑 키스 안 했으면 론이 질투도 안 했을 거고 그러면 우리 예쁜 로즈랑 휴고도 없을 거고, 안 그래?
참, 맞다. 한국은 추석인가 추수감사절 비슷한 명절 연휴라고 그랬나? 우리 친구들은 다 시집, 장가갔으려나. 시집 간 친구들은 전 부치고 그러느라 힘들었겠다. 어떡해. 나도 집안에 식구들이 많아서 명절 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시부, 시모 계시지, 빌, 찰리, 퍼시, 프레드, 조지 이렇게 시숙이 다섯에다가 시누이 지니도 있고, 동서가 셋이고, 조카는 10명이라니까. 진짜 내가 마법사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며느리 노릇하기 힘든 친구들은 지금이라도 마법을 배우는 게 어때? 나도 머글 출신인 거 알잖아. 미안해, 괜한 소리 했다. 내가 보니까 한국에서 여자들이 일하면서 얘 키우고 집안 경조사 챙기고 명절 챙기는 게 정말 힘들어 보였어. 남자도 뭐 살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지. 우리 신랑도 오러국에 출근하기 전에 형이랑 같이 장난감 가게에서 일했잖아. 장사 그거 진짜 힘들어 보이더라. 해리도 가끔씩 마법부에서 만나면 일에 절어 있고. 사는 게 참 힘드네.
어머나, 떠들다 보니까 이렇게 편지를 길게 쓴 줄 몰랐네. 그럼 여기서 급안녕 할까.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만나면 하자. 괜찮지?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야? 아이고, 가스레인지에 냄비 올려 놓은 거 깜빡 했네. 불 끄는 주문이 뭐였지? 친구들, 만나서 반가웠어. 진짜 안녕~ 뿅!
2016년 9월19일
헤르미온느 위즐리
지금까지 37세 헤르미온느가 보내온 가상 편지였습니다. 아재 에디터가 아줌마 연기하기 정말 힘들군요. 헤르미온느 팬들에겐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론 생일은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기필코 <해리 포터> 덕후를 자처하는 짐니 에디터가 쓰는 걸로.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