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때보다 조금은 조용했던 할리우드의 한주가 지나갔다. 그래도 주목할 만한, 그리고 궁금할 만한 말은 끊이지 않았다. <NCIS>의 애비가 떠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스티븐 스필버그는 TV영화가 ‘영화’가 되는 걸 정말 싫어하는 걸까? 평생의 꿈 앞에서 갈등했던 마고 로비와 자신이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나온 걸 까맣게 잊은 기네스 팰트로, 그리고 이제 별 걸 다 하는 드웨인 존슨까지. 한주 동안의 발언을 정리했다.


마크 하몬이 두려워서 <NCIS>에 절대 출연 안 한다

- 폴리 패럿

<NCIS> 팬들이 사랑하는 캐릭터, 법의학자 애비 슈토를 연기한 폴리 패럿은 15시즌을 끝으로 쇼를 떠났다. 당시엔 개인 사정이라는 설명 외에 정확한 하차 이유를 밝히지 않았던 패럿은 이후 촬영장에서 있었던 “몇 건의 폭력”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드라마 관계자가 아닌 이상 누구도 패럿이 누구에게 폭력 피해를 입었는지, 전후 사정이 어떤지 알지 못했다. 몇 주 전 방영된 <NCIS> 시즌 16에는 이전 시즌에 떠났던 반가운 얼굴이 등장한다(스포일러라 밝히지 않는다). 그 때문에 애비의 컴백을 바란 팬들이 많았던 걸까? 패럿은 트위터로 자신은 절대 쇼에 복귀하지 않는다고 못 박으며, 마크 하몬이 자신을 공격한 것 때문에 악몽을 꿀 정도로 두렵다고 설명했다. 오래전 마크 하몬의 개가 세트장에서 스태프를 공격했고, 패럿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지만 하몬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게 갈등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검증되지 않은 설일 뿐이다. 패럿을 응원하는 팬들도 있지만, 몇몇은 “수수께끼 같은 트윗은 그만 쓰고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게 <스파이더맨>이었어요?

- 기네스 팰트로

기네스 팰트로는 2008년 <아이언맨>에 출연하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시작을 열었다. MCU 내 연차로 치면 개국 공신이라 할 만한 그는 한때 시리즈를 떠났다가 <스파이더맨: 홈커밍> 카메오 출연으로 복귀했다. 본인이 그걸 기억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지난 주말 공개된 넷플릭스 <더 셰프 쇼>에서 팰트로는 <아이언맨> 존 파브로 감독, 로이 최 셰프와 함께 요리했는데, 파브로가 팰트로와 함께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찍을 때 <더 셰프 쇼> 촬영을 시작했다고 하자 “난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출연한 적 없는데요”라고 대답한 것이다. “영화 끝에 톰 홀랜드가 있고, 당신이 기자회견장에 나가야 했던 장면”이라고 파브로가 설명하자 “그게 <스파이더맨: 홈커밍>이었어요? 세상에!”라며 경악했다. 물론 마블 스튜디오가 배우들에게 영화나 장면을 일부러 잘못 알려는 경우도 많고, 3년 전 한 장면 촬영한 작품이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아무튼 팰트로의 반응은 MCU 팬들에게 큰 웃음을 전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때문에 칸 영화제 연기상 못 탔다

- 마이클 더글라스

마이클 더글라스가 몇 년 전 칸영화제 연기상을 눈 앞에서 놓친 일을 공개했다. 2013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스티븐 소더버그의 <쇼를 사랑한 남자>에서 더글라스는 미국을 사로잡은 엔터테이너 리버라치를 연기했다. 그는 “소문에는 내가 남자연기상의 유력 후보였지만” 작품이 HBO, 즉 TV 영화였기 때문에 심사위원장인 “스필버그가 훼방을 놨다”고 말했다. 사실 <쇼를 사랑한 남자>는 극장 개봉을 목표로 제작됐으나 리버라치와 동성 연인의 이야기를 할리우드 스튜디오 모두가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에선 HBO에서 공개됐고 다른 나라에선 모두 극장 개봉했다(한국도 2013년 10월 9일 개봉했다). 더글라스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엔 도전할 수 없었지만 에미상, 골든 글로브상 등 다른 시상식에서 잇달아 상을 받았다. 더글라스는 최근 쇼타임이나 넷플릭스 영화를 둘러싼 논쟁이 어서 빨리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타란티노 영화를 한 것 때문에 사람들이 반감을 가질까 걱정했다

- 마고 로비

마고 로비가 “쿠엔틴 타란티노와 작업한 것 때문에 부정적인 여론이 생길 것을 걱정했다”고 고백했다. 로비는 여름 개봉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샤론 테이트 역으로 출연한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우마 서먼이 <킬 빌> 촬영 때 스턴트 없이 촬영하다 교통사고로 거의 죽을 뻔한 게 알려지며 타란티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해졌다. 게다가 로비는 <아이, 토냐> 등 여성 중심 영화를 만들고 출연하는 데 앞장서 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고 혼란스러워했다. 로비는 최근 ‘보그’ 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매우 잘 알고 있었으며, 그동안 자신이 쌓아 올린 것이 있음에도 사람들이 그 선택 하나에 반감을 가질까 염려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로비는 “타란티노와 일하는 건 내 평생의 꿈이었다”며 “지금의 흐름에 앞장선 것도 중요하지만 평생의 꿈을 이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타란티노가 사고 이후 서먼에게 사과하고 증거가 될 영상도 확보해준 것에 “그와 일할 수 있다는 확신도 다시 얻었다”고 덧붙였다.


드웨인 존슨은 저널리스트다

- 캐럴 에드미드 판사 (뉴욕 카운티 고등법원)

할리우드 몸값 1위 배우, 제작자, 사업가, 자선사업가, 전직 레슬링 선수 등등, 드웨인 존슨을 설명할 말은 매우 많은데, 이제 여기에 저널리스트도 더할 수 있게 됐다. “드웨인 존슨이 저널리스트인가?”라는 질문은 지난주 뉴욕 고등법원에서 나온 평결의 주요 쟁점이었다. 그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락 앤 어 하드 플레이스>는 청소년 범죄자가 교도소 복역 대신 6개월의 사회 복귀 훈련소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았다. 당시 교정관이었던 크리스티 레스터란 인물은 현재 뇌물, 절도, 강탈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다큐 촬영분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할 거라 믿고 영상 소환을 요청했고, HBO는 취재원 보호법을 근거로 이를 무효화하려 했다. 레스터의 변호인은 “연예인 드웨인 존슨이 참여한 쇼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연예인 리얼리티 쇼로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지만, 캐럴 에드미드 판사의 생각은 달랐다. 판사는 “유명인이 참여했다고 해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고 분류할 수 없으며, 다른 분야에서 유명하다고 해서 연예인이 저널리스트가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라며 HBO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드웨인 “더 락” 존슨은 진실을 밝히고 뉴스를 전한다면 연예인도 언론인으로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든, 특이한 이력을 가지게 됐다.


에그테일 에디터 겨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