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발라>는 6월 20일(목) 올레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마약 범죄 갱단과 부패 경찰 사이에 휘말린 평범한 여성

마약과 부패한 경찰. 멕시코 배경 영화의 단골 소재라고만 생각했는데 최근 대한민국에서도 꽤나 가깝게 느끼는 단어가 됐다. <미스 발라> 역시 예외 없이 마약 갱단과 부패 경찰이 등장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글로리아(지나 로드리게즈)는 미인 대회에 출전하는 친구 수주(크리스티나 로드로)를 돕기 위해 멕시코로 떠난다. 대회 시작을 앞두고 대회 성적을 좌지우지하는 경찰 서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두 사람은 함께 파티에 참석한다. 파티가 열리고 있는 클럽에 중무장한 괴한들이 침입해 아수라장이 되고 수주는 그 자리에서 갑자기 실종, 글로리아는 마약상에게 납치된다. 글로리아는 수주를 구하기 위해 마약 갱단의 범죄에 휘말리게 된다.

다음날 위험 상황에 놓인 글로리아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알고 보니 그들은 마약 운반책과 이미 결탁된 관계. (이것 역시 최근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어느 사건이 떠오른다) 부패한 경찰이나 마약 갱단 할 것 없이 글로리아를 이용하려고만 한다. 믿을 건 자기 자신뿐인 글로리아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의 기지를 발휘해 실종된 친구를 찾는데 집중한다. 글로리아는 이 과정에서 갱단과 경찰서장 사이를 오가기 위해 부패의 온상인 미인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영화 모티브가 된 라우라 엘레나 수리가 우이사르(왼쪽)와 2011년, 2019년작 <미스 발라>의 스틸컷(오른쪽 위, 아래)

미인 대회 출신 여성의 마약 범죄 연루 사건, 실화라고?

<미스 발라>는 2011년 멕시코에서 제작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당시 이 영화는 2008년 멕시코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고 알려졌다. 2008 미스 히스패닉 아메리칸으로 선발된 라우라 엘레나 수니가 우이사르가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 함께 체포된 사람 중엔 멕시코 마약 밀매단 '후아레스 카르텔' 두목의 형제가 있었으며 라우라와 그가 연인 관계로 추측된다고 밝혀진 바 있다. 이 사건으로 그녀는 미인 대회 입상이 박탈됐고 다음 해 미스 인터내셔널 대회에 출전도 무산됐다. 영화는 미인대회 출신 여성이 마약 범죄에 연루된 사건만 모티브로 했을 뿐 그 외의 설정과 전개 과정엔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가볍게 즐길만한 이국적인 킬링타임용 영화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 확실히 이국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오프닝에 흐르는 서정적인 음악부터 귀를 사로잡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 '미모의 푸른 하늘'(Bibo No Aozora)의 메인 멜로디를 활용한 테마곡 '이그지빗 디애즈'(Exhibit Diaz)가 흘러나오는데 평범한 일상을 누리던 글로리아가 어둠의 세계에 차츰 발을 들이게 되는 비장한 운명을 예감하게 한다.

종종 등장하는 멕시코 특유의 억양과 생소한 배우들의 면면이 이국적인 매력을 더한다. 우리에게 익숙할법한 배우는 <딥워터 호라이즌>과 <서던 리치: 소멸의 땅> 등에 출연했던 지나 로드리게즈와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서 차세대 캡틴으로 인정받던 팔콘 역의 안소니 마키 정도다. 지금껏 소개한 소재와 줄거리만 듣고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액션 영화를 떠올릴 수 있는데 의외로 예상보다 순한 맛이다. 액션 영화의 타격감보다는 마약 갱단을 이용해 친구를 구출하려는 글로리아의 행동을 통해 관객을 조마조마하게 하는 스릴러적 요소가 강하다. <트와일라잇>을 만들고, 연출자 이전 <바닐라 스카이> 등 다수 작품에서 미술을 맡은 바 있는 캐서린 하드윅 감독은 필요 이상의 잔인한 장면과 여성을 착취하는 불편한 장면들을 최대한 절제해 영화의 접근성을 높였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