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소사이어티>는 우디 앨런의 47번째 작품, 제69회 칸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주목을 받았지만, '제시 아이젠버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세 번째 만남'이라는 점에서도 시선을 끌었습니다. 두 배우는 이미 <어드벤처 랜드>와 <아메리칸 울트라>에서도 커플로 호흡을 맞췄죠. 크리스틴 앞에만 서면 허당끼 넘치는 제시와 그런 제시를 한 번에 컨트롤하는 크리스틴! 뭉치면 더 강해지는 이 커플의 세 가지 모습을 나름대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매우 주관적인 기준이니 재미로 봐주시길!
* '파워오브럽(Power Of Love)!력'과 <카페 소사이어티>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드벤처 랜드>
제임스 브레넌♥엠 르윈
→ 우울함을 품은 풋사과들
제목이 <어드벤처 랜드>라서 모험 영화를 떠올리셨다고요? 그렇다면 엑스 엑스! '어드벤처 랜드'는 영화 속에서 이 커플이 일하는 놀이공원의 이름입니다. 비교 문학과 르네상스 연구를 전공하고 대학교를 갓 졸업한 제임스(제시 아이젠버그). 그는 아이비리그 대학원 진학을 위한 학비를 벌기 위해 이곳저곳 일자리를 알아봅니다. 나름 고군분투하지만, 할 줄 아는 것이 뭐냐는 질문에 "르네상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하는 엉뚱미를 보여(...) 결국 최악으로 미뤄두었던 놀이공원의 게임 파트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죠. 하지만 신은 공평한 것! 그는 그곳에서 시크미, 성숙미 철철 넘치는 엠(크리스틴 스튜어트)을 만나게 됩니다. '여자와 썸씽'에 쌍시옷도 있을까 말까 한 삶을 살아온 그! 그의 진실된 첫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요?
밀당력 80
제임스가 첫눈에 반한 그녀, 엠에게 또 다른 썸남이 없지 않겠죠? 사실 엠은 이미 놀이공원의 기술자이자 뮤지션인 커넬(라이언 레이놀즈)과 그렇고 그런 사이입니다. 제시 또한 자신에게 확답을 내리지 못하는 엠을 두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놀이공원의 퀸카 리사P(마가리타 레비에바)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죠. 두 사람은 각자의 파트너를 만나며 서로의 질투심을 유발하기에 이릅니다. 이런 서툰 밀당의 고수들!
낭만력 60
어리바리한 남자가 첫눈에 반했다! 첫사랑이라는 설정만으로도 왠지 40점은 먹고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어드벤처 랜드>는 빤한 첫사랑/하이틴 영화들과는 명백히 구분되는 지점을 지니고 있어요. 영화 속 캐릭터들은 나름의 우울한 고민을 잔뜩 안고 있는 청춘들이죠. 자신들 앞에 놓인 설렘 100 상황을 맘 놓고 즐기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은 낭만적이라기보단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의 연애에 가까워 보입니다.
파워오브럽!력 70
이 커플은 이들 앞에 놓인 사랑의 장애물을 어떻게 극복해나갈까요? 사실 제임스와 엠 사이에 놓인 커셀과 리사P는 이들의 사랑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합니다. 그들이 자신의 사랑을 밀어붙이지 못하는 건, 아직 자신의 선택에 확신이 없는 어린 청춘들이기 때문이죠. 하이틴 영화는 곧 성장 영화인 것! "너와 틀어진 사람들을 무조건 피해선 안돼." 제임스의 명대사 하나로 70점 획득!
병맛력 70
제임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어리바리한 제시의 모습을 듬뿍 담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한 장면의 대사를 소개해드릴게요. 커넬에게 종종 연애 상담을 하던 제임스. 연애에 미숙한 제임스에게 커넬은 '연애하는데 있어서 그런 카드는 먼저 내보이는 게 아니야'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자 제임스가 말하죠. "무슨 카드요? 신용카드?" 저 70점, 이제 설명이 됐죠?
이 영화만의 매력 | 풋풋미 +100
분명 영화 속 제임스의 설정은 '대학원'을 준비하는 '대학생'입니다. 그러나 갓 고등학교 졸업한 학생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것 같은 제임스의 풋사과 연애정신연령은 이 영화의 풋풋미의 8할을 차지합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화장기 없는 얼굴 또한 풋풋함을 더하죠!
<아메리칸 울트라>
마이크 하웰♥피비 라슨
→ '울트라 핵시너지'란 이런 것!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마이크(제시 아이젠버그)-피비(크리스틴 스튜어트) 커플. 마이크는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남자입니다. 그는 피비와 이곳을 떠나길 결심하지만 매번 자신의 공황장애 때문에 실패하고 말죠.(그 스트레스를 마약으로 대신한다는 건 경찰에게 비밀) 어느 날, 마이크가 일하는 편의점으로 의문의 여자가 찾아옵니다. "마차 발동. 잘 들어. 멘들 적색경보. 에코 합창대 붕괴, 우리는 수비 중이다." 이상한 말을 늘어놓고 떠나는 여자. 잠시 후, 숟가락으로 컵라면을 휘젓고 있던 마이크 앞에 괴한들이 들이닥칩니다. 슉, 슉, 샷! 그들에게 손 몇 번 날렸을 뿐인데 순식간에 두 악당을 처리한 마이크. 사람을 죽이다니! 겁에 잔뜩 질린 마이크는 피비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들에게 닥친 위험은 무엇이며, 마이크는 왜 갑자기 싸움 슈퍼 능력자가 되어버린 걸까요?
밀당력 0
영화를 보면 잊히지 않는 게 있어요. "알러뷰, 마이키." 울먹거림이 섞인 피비의 떨리는 목소리죠. 마이크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 듬뿍 묻어납니다. 피비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빛나는 마이크의 눈빛 또한 마찬가지죠. 이들에게 밀당은 없습니다. 온전히 사랑, 사랑, 사랑뿐이에요.
낭만력 80
작은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고 유치장을 제 집처럼 들락거리지만, 이들은 나름대로의 리듬을 유지하며 사는 커플입니다. 이미 본격적 영화의 전개가 시작되기도 전에 낭만력 50점 획득하셨고요. 악당이 나타나 피 튀기며 싸우는 동안에도 이들의 낭만은 꺼지지 않습니다. 팡팡, 터지는 폭죽으로 적들을 무찌르는 남자친구라니, 말 다 했죠!
파워오브럽!력 80
이들의 앞길을 막는 것은 바로 CIA입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모든 것을 숨긴 피비에게 배신감을 느낀 마이크가 중간에 비뚤게 굴기도 하지만(...) 결국 그는 피비 없이 못 사는 것! 마이크는 주입식 교육 철저히 받은 살인병기들을 뚫고 피비를 구해내는데 성공합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독특한 프러포즈까지 성공 완료! 이 커플의 앞날은 그 누구보다 굳건해 보이네요. (피비 부러워요.)
병맛력 90
비주얼만으로 히익, 숨 들이마시게 만드는 힘! 마이크가 열심히 연재 중인 만화의 내용을 듣고 있자면 '이 사람 약을 얼마나 한 거야!' 소리가 절로 나온답니다. 악당들과 싸우는 장면부터 결말까지, 언제나 예상을 넘어서는 행동을 하는 이 커플! 오밀조밀 병맛 소스가 뭉쳐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가장 역대급을 꼽자면 마이크와 피비를 위기로 몰아넣는 악당들이에요.(190점 정도..) 개인적으로 '래퍼'라는 이름을 지닌 악당이 잊히지 않는군요.
이 영화만의 매력 | 전투력 +100
이들의 전투력은 넘사벽입니다. 국가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들였다는 '일급 기밀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최정예 스파이'면 말 다 했죠. 숟가락, 쓰레받기, 프라이팬 등 생활밀착력 넘치는 무기들로 악당들을 순식간에 처리해버리는 이 커플의 액션을 보고 있자면 아드레날린이 마구마구 샘솟는 것!
<카페 소사이어티>
바비♥보니
→ 낭만도 현실도 벌써 알아버린 두 남녀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두 사람은 조금 더 성숙해졌습니다. 바비(제시 아이젠버그)는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할리우드로 입성한 뉴욕 남자입니다. 삼촌의 사무실에서 그는 매력적인 할리우드 여자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만나게 되죠. 순식간에 보니에게 매료된 바비. 그는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애정공세를 지속합니다. 보니의 마음도 차츰차츰 열려 둘은 잠시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죠. 그러나 결국 보니는 바비와 함께하는 길을 택하지 않습니다. 바비는 다시 뉴욕으로 떠나요. 시간이 흘러 아름다운 아내 베로니카(블레이크 라이블리)와 가정을 꾸리고 성공도 하게 된 바비. 그의 앞에 다시 보니가 나타납니다.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밀당력 40
사실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바비는 밀당을 하지 않습니다. 보니에게 혼자 이리저리 휘둘리죠. 보니 또한 바비에게 딱히 밀당을 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그저 전 애인과 바비의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을 뿐이죠. 영화 속에서 보니는 애인에게 말합니다. "두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게 가능하다고 했잖아요?"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동 밀당 가능한 보니, 역시 능력자네요.
낭만력 70
우디 앨런인데! 낭만이 빠질 수 없겠죠. <카페 소사이어티>는 '사람들이 인생에서 내리는 선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커플의 선택은 낭만과 이상보단 현실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래도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던 시절엔 나름 낭만이 넘쳤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에 우디 앨런 표 재즈까지 더해지니, 자동 낭만 필터가 생성될 수밖에 없겠죠?
파워오브럽!력 20
이들 앞에 방해꾼은 없어요. 혹시 장애물이 있다 해도 그를 넘을 의지는 딱히 없어 보입니다. 보니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바비를 선택하지 않았죠. 바비 또한 자신보다 능력 있는 전 애인을 선택한 보니를 붙잡지 않습니다. 바비와 보니는 그때 그 시절, 그들의 시간이 곧 지나갈 풋사랑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네요.
병맛력 10
바비는 꽤 이성적이고 차분한 남자입니다. 그는 한 클럽의 사장이며, 가정이 있는 남자로 성장했죠. 그럼 저 10점은 뭐냐고요? 자, 이제 막 할리우드에 발을 디딘 바비의 풋내기 시절로 돌아가 봅시다. 제시의 시그니처 매력! 어리바리한 캐릭터 연기하는 제시의 등장만으로 병맛미 첨부되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숨길 수 없는 그의 매력은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합니다.
이 영화만의 매력 | 연륜미 +100
위 스틸컷 두 커플의 모습에서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잘 모르시겠지만, 보고 난 후라면 완전 달라 보이실 거예요. 할리우드에 대한 막연한 꿈을 안고 첫 만남을 가졌던 몇 년 전과 달리 이들은 이미 그 세계에 물들만큼 물들었고, 알만큼 안 사람들이 되었죠. 선을 넘을 듯 말 듯 서로의 속마음을 숨긴 채 친구로서의 모습을 유지하는 바비와 보니. 자신의 생각과 감정만으로 움직였던 어린 시절과는 확실히 다르죠? 이런 만남을 지속한다면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코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