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코 슈스케 감독은 이른바 성공한 덕후다. 괴수영화의 오랜 팬이었던 그는 1990년대 일본 괴수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을 연출했다. 올해 처음으로 부천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의외로 느껴질 만큼 BIFAN에 딱 어울리는 가네코 슈스케 감독은 늦은 만큼 올해 BIFAN에서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부천 초이스 심사위원으로 초청되었을 뿐 아니라 괴수 특별전에서 ‘가메라 3부작’을 상영하고 최근작 <빽 투더 아이돌>(2017)도 한국 관객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인다. “영화가 꿈이라면 BIFAN의 영화들은 즐거운 악몽”이라는 가네코 슈스케 감독을 만나 장르영화를 즐기는 특별한 방법에 대해 물었다.
- 가메라 피규어를 구하지 못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고질라>(1998)를 대신 들고 왔다. 표지 촬영 감사드린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괴수영화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 감독님의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의 영향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CG의 비약적인 발전 덕분에 괴수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대폭발 시대다. 인플레이션이라고 할까.(웃음)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를 보고 미국인들이 고질라를 상당히 오해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때만 해도 엄청 크고 빠른 도마뱀 정도였는데 최근엔 영어로 ‘카이주’라고 번역할 만큼 괴수가 일반화되고 있다. 드디어 괴수물의 영혼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은 단순히 괴수들 간의 대결에서 벗어나 인간의 시점에서 괴수를 그렸다는 점이 혁신적이었다.
가렛 에드워즈의 <고질라>(2014)의 경우 내가 연출한 <가메라-대괴수 공중결전>(1995), <가메라2-레기온 내습>(1996)의 스토리 전개와 유사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좋아한다.(웃음) 나도 어릴 적 괴수영화를 보고 자랐고 그 영향이 지금 영화들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괴수가 싸우는 걸 빨리 보고 싶어 하지만 괴수가 등장하고 싸우는 것엔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최근 할리우드의 괴수영화들을 보면 장르의 소비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 많이, 더 자극적으로, 더 요란한 축제의 현장이 이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물량을 쏟아붓는 게 상업적으로는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겠지만 내가 애정 하는 방향은 아니다.
- ‘일본 괴수영화사전’을 만들었을 정도로 열혈 팬이시다. 당신이 연출한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이 쇼와 시대 가메라 시리즈와 가장 크게 구별되는 특색은 무엇인가.
쇼와 버전의 가메라는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었다. 나도 아이일 때 푹 빠져서 봤다. 성인이 된 후 가메라를 연출할 기회가 주어졌을 땐 ‘가메라를 보고 자란 사람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당시 보면서 들었던 질문들에 대한 나름의 답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SF의 일부로써 특촬물의 기술적 완성도를 올리고 싶었다.
- 일본 괴수영화의 양대 산맥인 고지라와 가메라를 둘 다 찍은 유일한 감독이다. 비교하자면 <스타워즈>와 <스타트렉>을 동시에 연출한 셈인데.
가메라와 고지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가메라는 처음에는 당하다가 되갚아준다. 반면 고지라는 처음부터 강력하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파괴의 신이다. 가메라는 히어로의 정석을 따라간다면 고지라는 안티히어로에 가깝다.
- 오타쿠 출신 영화감독 1세대로 불린다. 사랑하는 대상을 직접 만든다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고충도 있을 텐데.
<고지라 모스라 킹기도라 대괴수총공격>(2001)을 만든 후 이젠 내가 괴수영화의 팬이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이었을 때의 기분은 여전히 기억한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좀 더 괴수를 리얼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에 몰두하고,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내 자신을 발견한 뒤론 팬으로서 온전히 즐길 수가 없다. 데뷔작 <우노 고이치로의 젖은 정사>(1984)부터 원작을 두고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연출해왔다. 지금까지는 그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는데, 이젠 나의 인생을 반영한 영화를 시작할 시기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