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시작된 후 반년이 훌쩍 지났다. 반 토막 나버린 달력을 바라보며 속절없이 가는 시간을 원망하는(!) 시즌이 다가온 것. 올해의 개봉작을 부지런히 챙기지 못해 아쉬움이 큰 이들이었다면, 아래 영화들과 함께 2019년의 상반기를 마무리 지어보는 건 어떨까. 상반기 개봉작 중 놓치면 아쉬울 영화 5편을 선정했다. 7월 5일(금)부터 7월 12일(금) 정오까지, 네이버 시리즈에서 아래 영화들을 다운로드할 시 바로 사용 가능한 즉시 할인 쿠폰도 발급되고 있으니 놓치지 말자.


아사코

감독 히마구치 류스케 | 출연 히가시데 마사히로, 카라타 에리카 | 다운로드

첫눈에 사랑에 빠졌지만,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버린 바쿠(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아사코(카라타 에리카)의 인생을 뒤흔든 남자다. 그에 대한 상실감에 빠져 살던 어느 날, 아사코의 앞에 바쿠와 똑같이 생긴 료헤이(히가시데 마사히로)가 나타난다. 겉모습만 같을 뿐 바쿠와 정반대 성향을 지닌 료헤이와 사랑에 빠진 아사코. 그와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아사코의 앞에 바쿠가 나타나고 세 사람의 관계는 뒤엉켜버린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전 남친과 현 남친을 오가며 저울질하는 주인공의 고민을 담은 로맨스물이라 착각하는 이들도 많을 것. <아사코>는 단순 멜로의 틀에 가둘 수 없는 영화다. 아사코에게 놓인 선택지 둘, 바쿠와 료헤이는 누군가에겐 동일본 대지진 전과 후의 상황을, 누군가에겐 꿈과 현실을 상징하는 인물이 된다. 어떤 상황을 대입해도 공식처럼 딱 들어맞는 해석을 낳는 흥미로운 작품.


어스

감독 조던 필 | 출연 루피타 뇽, 윈스턴 듀크 | 다운로드

가족과 함께 고향 해변 마을로 휴가를 떠나는 애들레이드(루피타 뇽). 어린 시절 고향의 해변에서 무언가를 목격하며 이상한 일을 겪은 바 있던 애들레이드는 휴가를 떠나는 차 안에서부터 불안한 상태다. 늘 그러했듯 안 좋은 예감은 적중하는 법. 밤이 되자 그들의 숙소 앞에 애들레이드의 가족과 똑같은 생김새를 지닌 미스터리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애들레이드의 가족을 죽이려 하고,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인해 이들의 휴가는 악몽으로 변해버린다.

<겟 아웃>으로 2017년을 뒤집어놓은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우리(US)와 미국(UNITIED STATES)을 동시에 떠올릴 수 있는 제목을 비롯해, 현 미국 사회를 꼬집는 선명하고 명확한 메시지, 고전 호러 명작의 흔적이 엿보이는 세련된 장면들,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우악스러운 유머까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 조던 필 감독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작품이다.


콜드 워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 | 출연 요안나 쿨릭, 토마즈 코트 | 다운로드

<콜드 워>는 냉전 시대의 유럽을 배경으로 한 러브 스토리다.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1949년 폴란드. 오디션 룸에서 만나 첫눈에 반한 줄라(요안나 쿨릭)와 빅토르(토마즈 코트)는 단번에 사랑에 빠지지만, 빅토르가 공산정권에 환멸을 느껴 프랑스로 망명을 떠나면서 이들의 관계가 엇갈리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베를린, 파리 등 여러 도시를 오가며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콜드 워>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폴란드 출신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의 연출작이다. 영화는 줄라와 빅토르가 보낸 10년의 시간 속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들만 골라 88분의 러닝타임을 완성한다. 나머지 빈 공간의 시간을 관객이 직접 상상하여 채워넣어야하는 것. 이 영화가 전하는 여운이 유독 긴 이유다. 4:3 비율의 흑백 스크린에 담긴 <콜드 워>는 한 편의 그림과도 같은 장면들로 감탄을 자아내는 촬영, 정밀한 연출로 남다른 호평을 받았다. 제71회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여담으로 극 중 주인공 줄라와 빅토르의 이름은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 부모님의 이름과 동일하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 출연 올리비아 콜맨, 엠마 스톤, 레이첼 와이즈 | 다운로드

절대 권력을 지닌 히스테릭한 영국 여왕 앤(올리비아 콜맨). 앤의 오랜 친구로 여왕 대신 권력의 실세로 자리 잡은 사라(레이첼 와이즈) 앞에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 하녀 애비게일(엠마 스톤)이 나타난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여왕의 속내를 알아채고, 그를 위로해주며 여왕의 총애를 얻은 애비게일. 애비게일이 본격적으로 권력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여왕을 사이에 둔 두 여성의 피 튀기는 권력 싸움이 시작된다.

여성들 사이의 권력 다툼을 다뤘단 점에서 신선하고, 무엇보다 팽팽한 연기 배틀을 벌인 세 배우의 에너지가 압권인 작품. 올리비아 콜맨, 엠마 스톤, 레이첼 와이즈 모두 올해 다수의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여우조연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올리비아 콜맨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10개 이상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더 랍스터> <킬링 디어> 등 내놓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았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연출작이다.


기묘한 가족

감독 이민재 | 출연 정재영, 김남길, 엄지원, 이수경, 정가람 | 다운로드

화장실에서 만난 청년이 눈을 부라렸다는 이유로 호되게 혼내다가, 오히려 그에게 물려버린 만덕(박인환). 얼떨결에 집에 들인 청년의 정체가 좀비임을 알게 된 만덕의 가족은 쫑비(정가람)이라 이름 지은 좀비와 만덕을 격리시킨다. 어쩐 일인지 만덕은 좀비가 되긴커녕 놀라울 정도로 회춘한 모습으로 동네 할아버지들의 부러움을 산다. 젊어지고 싶은 동네 사람들이 만덕의 집에 몰려와 쫑비에게 물어달라고 요구하며, 이 집안의 짭짤한 비즈니스가 시작된다.

다른 건 몰라도 웃음만은 확실히 보장하는 좀비 코미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빚어낸 신선한 장면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기묘한 가족>은 취향은 탈지언정 재미가 없을 순 없는 영화다. 농촌을 활보하며 양배추를 주식으로 삼는 쫑비는 그간 어디서도 본 적 없던 유형의 좀비. 좀비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 집안의 온갖 옷을 껴입고 스테인리스 그릇을 뒤집어쓴 만덕 가족의 혈투는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유발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충청도 사투리로 대화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윤종신의 노래 ‘환생’을 여러 번 반복 재생해 들을 수도 있으니 영화를 보기 전 미리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놓자.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