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정이 형이 특별출연한 <대결> 촬영장. 네이버 영화에 등록된 가장 최근 사진입니다.

“이↗미 나에게로 하여 집착하게 만든 넌~ / 방황에 지쳐 쓰러져 버↗린 내가 / 다시 일어서는 모습 생각하며 날 찾을 수 있니~♪” 오늘도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이네요. 최근 임창정의 새 노래 <내가 저지른 사랑>이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걸 보면서 에디터는 뜬금없이 저 가사의 노래 <이미 나에게로>를 떠올렸습니다. 왜냐면 음치·박치인 에디터가 ‘고딩’ 때 노래방에서 부르다가 숨 넘어 갈 뻔했거든요. 사실 가수 임창정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기 때문에 1995년 노래만 기억하는지 모르겠네요. 가수 대신 영화배우 임창정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 역시 ‘고딩’ 때 본 <비트>가 인상깊었거든요. 열애 기사까지 쏟아지면서 이래저래 이슈 중심이 있는 임창정 형님(이하 창정이 형, 디씨인사이드 갤러리에서 소통하는 걸 보니 친근하게 불러보고 싶었어요)이 출연한 영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창정이 형이 출연한 모든 영화를 소개하기는 힘듭니다. 재밌는 영화가 많은데 아쉽네요. 추리고 추려서 배우 임창정을 말할 때 꼭 언급해야 할 영화 5편을 선정을 했습니다. 1990년으로 가겠습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남부군>. 안성기 옆에 있는 창정이 형. 앳돼 보이긴 하지만 얼굴이 그대로네요.

연기에 눈을 뜬 영화 <남부군>
창정이 형의 첫 영화는 1990년 개봉한 정지영 감독의 <남부군>입니다. 이 영화는 엄청난 대작입니다. 당시 국내에 흔치 않았던 본격 전쟁 블록버스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성기, 최민수, 최진실 등 스타들이 출연했고 러닝타임도 157분이나 됩니다. 내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전쟁 시기, 지리산으로 들어간 빨치산을 다루거든요. 17살의 창정이 형은 <남부군>에서 어린 빨치산을 연기했습니다. 2009년 인터뷰를 찾아보니 “<남부군> 촬영 후 내가 연기를 잘하는 걸 알게 됐다”는 말을 했었네요. 어린 나이에 연기에 눈을 떴군요. 그런데 그게 사실 맞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비트>. <건축학개론>의 납뜩이(조정석)를 보면서 환규(임창정)가 생각났습니다.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영화 <비트>
<비트>(1997)에는 시대의 명대사가 있습니다. 동의하실지 모르겠지만 그 명대사는 창정이 형이 했죠.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17대1로 다구리 붙다 허리만 삐끗 안했어도 넌 뒤졌어. 이 ‘10bird’야! 뭐? 함 더 뜰까?” 이 대사의 영향으로 ‘17대1’이라는 말이 거의 고유명사처럼 쓰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간혹 사용하는 아재가 있을 걸요. 아,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얘기를 안 했네요. 창정이 형은 매우 매우 코믹한 ‘羊아치’ 캐릭터인 환규를 연기했습니다. 입담이 아주 그냥 끝내줬습니다만 싸움은 못합니다. 환규는 주인공 민(정우성)과 절친이 되어 민을 ‘노예팅’에 데려갑니다. 거기서 민은 로미(고소영)에 팔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고 꿈이 없던 민은 방황하고 로미도 방황하고 그럽니다. 지금 <비트>를 다시 보면 어떨까 싶네요. 어쨌든 <비트> 덕분에 창정이 형은 대중에게 자신의 얼굴을 각인시키고 스타로 승승장구합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고소영은 참 예뻤습니다. 창정이 형은 얼굴이 또 그대로네요.

고소영과의 키스신 영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이런! 스포일러가 돼버렸네요. 죄송합니다. 1998년 개봉한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은 창정이 형의 두번째 주연 영화입니다. 첫 주연작은 <엑스트라>라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은 꽤 진지한 멜로입니다. 창정이 형은 프로야구 심판 김범수를 연기했습니다. 교통 의경 시절 현주(고소영)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야구심판과 스타배우로 두 사람은 재회합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관람 포인트는 제목이 말하는 것과 거의 똑같습니다. ‘스타배우와 평범한 야구심판의 사랑이 이뤄질 수 있을까’입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가능할 얘기라는 거죠. <노팅힐>과 비슷해보이기도 하는군요. 이런 컨셉은 창정이 형이 주연을 맡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코믹한 모습을 걷어낸 연기도 좋았습니다. 참, 이 영화에는 현주를 좋아하는 못된 라면회사 사장으로 차승원도 출연합니다.

<색즉시공>. 저 극장 간판 어떡하죠?

코미디의 달인으로 등극한 영화 <색즉시공>
난리났었습니다. 2002년 <색즉시공>이 공개됐을 때 극장에서 사람들이 웃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색즉시공>은 창정이 형 출연작 가운데 가장 많은 420만명 관객이 극장을 찾았습니다. ‘좀 야한’ 이 영화는 하지원, 임창정 투톱을 내세웠습니다. 창정이 형은 약각 어리숙한 늦깍이 대학생 은식을 연기합니다. 코미디 연기의 정석이라고 하면 ‘오버’일까요? 아, 아닙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색즉시공>에서 창정이 형이 연기한 은식은 그렇게 코믹한 역할이 아니었군요. 캐릭터 자체는 최성국(최성국, 극 중 이름과 같네요)처럼 웃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순진한 느낌이었죠. 그래도 웃긴 건 웃겼습니다. 그 순진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런 게 진짜 코미디의 대가, 달인스러운 모습이 아닐까요. 역시 코미디는 임창정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가 <색즉시공>입니다. 고소영에 이어 하지원과도 키스신이 있었습니다. 앗! 또 스포일러인가요.

<스카우트>. 저 순박한 소시민의 모습이 좋네요.

무르익은 연기를 선보인 영화 <스카우트>
창정이 형이 없었다면 <스카우트>(2007)는 좀 재미없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요. 대학 야구부 직원인 호창(임창정)은 광주일고 에이스 선동열을 스카우트 하기 위해 광주로 갑니다. 일은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옛 여자친구 세영(엄지원)과 우연히 만나고 세영을 짝사랑하는 동네 주목 곤태는 호창에게 시비를 걸어옵니다. <스카우트>는 코미디와 진지함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고 많이 노력한 영화입니다. 왜냐면 이 영화는 1980년 광주가 배경이거든요. 웃으면서 웃고, 울면서 웃을 수 있는 <스카우트>에서 창정이 형의 연기력이 빛을 발합니다. 이렇게 웃기면서 울리는 배우 몇 명 없습니다. 같은 해 개봉한 <1번가의 기적>에 비하면 흥행 성적은 형편 없지만 그래도 에디터는 이 영화를 더 지지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엄지원과의 키스신이 있군요. ‘프로 스포일러꾼’이 다 되어 갑니다.

<창수>. 창정이 형 연기는 좋았습니다.
<공모자들>. 나름 흥행은 했으나 예전 작품들에 비해 기억에 잘 안 남네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창정이 형이 출연한 최근작들에는 2012년 <공모자들>, 2013년 <창수>, 2015년 <치외법권> 등이 있습니다. 창정이 형의 연기력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습니다만 위에 언급했던 예전 영화들에 비하면 주목을 덜 받아서 안타깝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약탈한 황금을 찾아나서는 <공무수행: 긴노유리작전의 비밀>이라는 영화에 출연한다고 하는데요. 가수 임창정뿐 아니라 배우 임창정으로도 다시 한번 건재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