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챙겨 보게 되는 영화 리스트가 있다. 계절이 잔뜩 묻어있는 영화들로, 궂은 날씨를 피해 딱 적당한 온도의 집 안에서 창밖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영화 피서법이다. 매년 보는 영화들이다 보니 결말의 여운이 오래 가는 것이 좋다. 계절과 영화의 결말을 함께 음미하며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이란! 오늘은 더운 여름에 집 밖을 나가지 않고도 여름을 가득 느낄 수 있는, 결말의 여운까지 곱씹을만한 영화 다섯 편을 골라보았다. 아래 영화들에 한해 7월 12일(금)부터 7월 19일(금) 정오까지 네이버 시리즈에서 바로 사용 가능한 즉시 할인 쿠폰이 발급,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The Florida Project, 2017
감독 션 베이커 / 드라마 / 15세 관람가 / 111분
출연 브루클린 프린스, 윌렘 대포, 브리아 비나이트, 크리스토퍼 리베라 ▶바로보기
디즈니월드를 가기 위해 지나가야 하는 그곳, 플로리다 올랜도에 위치한 한 싸구려 모텔 ‘매직 캐슬’의 작은방은 어린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와 엄마 핼리(브리아 비나이트)의 보금자리다. 무니는 친구 스쿠티, 젠시와 함께 삼총사를 이뤄 매일 시내를 돌아다니며 장난을 친다. 그리고 이 어린아이들을 츤데레 처럼 돌보는 매직 캐슬의 매니저 바비(윌렘 대포)가 있다. 무니와 친구들의 일상엔 천진난만한 일들이 가득하지만 눈높이를 올려 핼리의 세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사실 핼리가 살고 있는 매직 캐슬의 삶은 거창하게 느껴지는 이름과는 거리가 멀다. 방세조차 낼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르자 핼리는 고민 끝에 부도덕적인 일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무더운 여름의 플로리다, 금세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을 한 손에 들고 야무지게 먹는 무니와 친구들. 아이스크림이 주는 행복감에 젖은 얼굴도 잠시, 카메라는 말간 얼굴로 종종 아이답지 않은 말을 내뱉는 무니를 비춘다. “난 어른들이 울기 직전에 어떤 표정을 하는지 알아.”. 화려한 디즈니월드 뒤에 가려진 매직 캐슬의 초라한 삶 속에서 무니는 어떤 아이로 성장하게 될까. 지난한 현실처럼 덥고 끈적하게 달라붙는 플로리다의 여름과 환상처럼 벌어지는 결말의 여운이 쉽게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드는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7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 드라마, 멜로, 로맨스 / 청소년 관람불가 / 132분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바로보기
누구보다 여름을 지독하게 앓은 소년이 있다. 1983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여름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아간 별장은 17살 엘리오(티모시 샬라메)에게 지루함을 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6주간 부모님의 연구를 도울 보조 연구원 올리버(아미 해머)가 찾아오고, 지루했던 소년의 일상은 여름의 활기로 가득 차게 된다. 매년 여름이면 펼쳐보게 되는 영화로, 이탈리아 작은 시골마을의 여름과 스크린 너머로 전해져오는 두 사람의 감정에 빠져 여름마다 앓게 되는 영화다. 보고 나면 당장 이탈리아를 찾아가고 싶을 정도.
엘리오에게 아로새겨진 그 여름날의 기억을 따라 함께 가다 보면 다다르는 엘리오의 얼굴이 있다. 스크린을 가득 메운 그 얼굴은 크레딧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보는 이의 마음을 아리게 만들 것. 엘리오를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는 2018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부문에 최연소로 노미네이트되는 성취를 거머쥐었으며, 영화는 각색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캡틴 판타스틱 Captain Fantastic, 2016
감독 맷 로스 / 드라마 / 15세 관람가 / 119분
출연 비고 모텐슨, 조지 맥케이, 사만다 이슬러, 니콜라스 해밀턴 ▶바로보기
사심을 담아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 여름날 우거진 숲속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기자의 최애 영화 중 하나인 <캡틴 판타스틱>이다. 도시와 단절된 채 산속에서 6남매를 키우는 ‘벤’. ‘홈 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은 매일 몸을 단련하는 훈련을 하고, 만화책이 아닌 미국의 권리장전이나 <총, 균, 쇠>를 읽는다. 부족함 없이 오히려 우월하고 완벽해 보이는 가족. 그러나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벤은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잠시 도시로 내려갔던 아내가 자살을 했다는 것. 벤은 아이들과 함께 그녀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고자 장례식장으로 향하게 되고, 완벽한 듯 보였던 벤과 6남매 사이엔 균열이 드러나게 된다.
판타스틱 한 삶이란 무엇일까? 산속에서 자급자족하는 삶? 누구보다 명석한 두뇌를 갖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삶? 어떤 삶이라 하더라도 완벽하게 판타스틱한 삶은 없다. 산에서 가족들과 이상적인 사회를 꾸린 것만 같은 벤의 삶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죽을 위험에 빠트리기도 하고, 아내의 장례식엔 참석도 할 수 없다. 완벽하다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았음을 상실을 통해 깨닫는 벤과 아이들. 엄마를 떠나보내며 미소와 함께 춤을 추는 아이들과 벤의 모습은 이 영화를 당신의 최애 영화 리스트에 단숨에 올려놓을 것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Christmas In August, 1998
감독 허진호 / 드라마, 멜로, 로맨스 / 15세 관람가 / 97분
출연 한석규, 심은하, 신구, 전미선 ▶바로보기
여름엔 공포영화, 코미디 영화가 대세라고 하지만 로맨스/멜로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또한 묘미 중 하나. 특히 여름을 배경으로 한 애절한 멜로 영화를 보고 나면 여름 특유의 짙은 공기가 더욱 아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겠다.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는 사진관을 운영하는 시한부 환자 정원(한석규)과 그의 비밀을 모른 채 정원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다림(심은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길지도 않은 단 한 번의 여름 속 피기 직전의 사랑이었기에 이들의 이야기가 개봉한지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생 멜로’로 회자되고 있는 것 아닐까.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그런 신파보다 덤덤함에서 오는 슬픔이 더 오래 마음을 붙잡는 법이라는 걸 알려준 영화.
최악의 하루 Worst Woman, 2016
감독 김종관 / 멜로, 로맨스 / 15세 관람가 / 93분
출연 한예리, 이와세 료, 권율, 이희준 ▶바로보기
모르는 낯선 남자, 그리고 허세 가득한 현 남자친구와 구질구질한 전 남자친구를 하루 안에 다 만났다? 영화는 제목처럼 최악의 하루를 보낸 연기 지망생 은희의 하루를 그린 영화다. 연습실에서 나와 서촌을 걷던 중 은희(한예리)는 일본에서 온 소설가 료헤이(이와세 료)를 마주한다. 길을 묻는 그에게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고 차를 대접받은 은희는 발길을 돌려 남산으로 향한다. 은희가 남산으로 간 이유는 남자친구 현오(권율) 때문. 일명 ‘스타병’에 걸린 남자친구와 몰래 만나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 데 현오는 자신에게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부르고, 은희는 화가 나서 자리를 뜬다. 무작정 걷던 중 자신이 올린 SNS 게시물을 보고 은희를 찾아 남산까지 온 전 남친 운철(이희준)까지 만나게 되는데. 은희의 하루는 여기서 얼마나 더 최악으로 가게 될까.
더운 공기와 선선한 바람이 공존하는 늦여름 서울을 배경으로 점점 더 꼬여가는 은희와 료헤이의 하루를 보여주는 영화 <최악의 하루>. 각자 힘든 하루를 보내고 다시 우연하게 마주친 밤, 이들의 하루는 이렇게 최악인 채 마무리되는 것일까. 여름날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왔다면 맥주 한 캔과 함께 창문을 열고 여름밤을 만끽하며 이 영화를 보길.
씨네플레이 문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