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관객들은 주로 어떤 한국영화를 좋아하는지 아시나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아니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일까요? 해외 영화인들이 한국을 찾으면 꼭 박찬욱, 김기덕, 봉준호,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즐겨 본다고들 이야기하죠? 그럼 해외 극장가에서는 어떤 한국영화들이 흥행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미 알고 있다고요? 심형래 감독의 <디워>라고요? 물론 <디워>도 해외에서 사랑받은 영화 중 하나입니다만, 좀 더 자세하게 전세계 극장가를 대상으로 어떤 한국영화가 가장 많은 흥행 수익을 올렸는지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국내 흥행 순위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겠네요.
* 각 국가별 흥행 성적은 영화진흥위원회 해외 개봉 실적에 표기되어 있는 나라들을 대상으로 한 박스오피스 모조 성적을 참조했습니다.
* 한국 흥행 수익을 제외한 해외 흥행 성적만을 합한 수치입니다.
* 금액 표기는 달러 기준으로 정리했으며, 일부 개봉 국가 성적이 누락되어 흥행 성적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일본 및 아시아권에서만 집중적으로 흥행한 영화는 별도 표기했습니다.
10위
<도둑들>
4,457,554달러
국내에서는 1,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900억원이 넘는 흥행 수입을 올렸던 영화 <도둑들>이 북미를 비롯해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 개봉해 올린 총 수익으로 10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 많지 않은 수익에 놀라셨나요? 한국영화가 해외에서 천만 달러 넘는 수익을 올린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새삼 느끼실 겁니다. 그나마 <도둑들>은 중국 개봉에서 295만 달러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9위
<올드보이>
4,594,947달러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아무래도 2000년대 이후 영화들 중 해외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실제 해외 흥행 성적을 보니 당시 북미 흥행 수익이 70만 달러 정도로 썩 좋은 성과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일본에서는 개봉 당시 백만 달러 정도의 수익을 벌어들여 북미 성적보다 좋았네요. 유럽에서는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등에서 많이 봤습니다.
8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6,651,877달러
김기덕 감독이 각본, 연출, 편집, 연기까지 혼자서 1인 4역을 하면서 만들어낸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특히 해외에서 유독 사랑받은 한국영화 중 한 편입니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김기덕 감독의 이 영화는 미 전역에서 개봉해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흥행 수익을 거뒀습니다. 지금에야 중국 시장이 열리면서 세계 흥행 성적을 이야기할 때 중국 시장의 크기를 무시할 수 없게 됐지만, 당시로서는 북미 시장 진출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죠.
7위
<명량>
6,786,102달러
한국영화 역대 흥행 성적 1위에 오른 <명량>은 중국 개봉에 힘입어 세계 흥행 성적 순위에서도 7위에 오르게 됐습니다. 북미 흥행 성적만 봐도 250만 달러 정도로 한국 사극을 다룬 영화로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지요. 북미 개봉 당시에 이순신 장군을 좋아해서 그림책을 그려 소개한 외국 작가 이야기도 화제가 된 적 있지요.
6위
<만추>
8,441,723달러
김태용 감독의 <만추>가 이 리스트 6위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중국 개봉 때문입니다. 과거에 세계 흥행 성공 여부를 북미 시장이 결정했다면, 이제는 정말 중국 시장이 결정하게 됐죠. 일본, 홍콩, 중국 개봉만으로 이뤄낸 성과이니 놀랍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대부분의 흥행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탕웨이의 티켓 파워 덕분이겠죠?
5위
<암살>
9,203,586달러
최동훈 감독의 <암살> 역시 중국 개봉이 나름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래도 수치상으로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약 670만 달러 정도의 수익을 거뒀으니까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일제 강점기 상하이가 영화의 주요 배경이기에 중국 관객들 입장에서도 덜 낯설었을 것 같군요. <암살>의 해외 흥행 성적 역시도 해외에서 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넘기기가 참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4위
<괴물>
9,736,828달러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북미 시장에서 거둔 수익은 약 2백만 달러 정도입니다. 소수의 팬들이 좋아할만한 장르 영화 포스터를 내세웠음에도 한국영화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성공했다고 봐야겠죠? 많은 해외 영화인들이 내한해서는 이 영화를 보며 한국영화에 입덕했음을 고백하기도 합니다.
3위
<미스터고>
17,950,000달러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고>는 국내에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한국 영화 해외 진출에 활력을 안겨줬습니다. 중국 시장 흥행 수익만으로 천만 달러가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당시 <미스터고>는 중국과 싱가폴, 말레이시아, 대만, 홍콩, 필리핀 등에서 개봉을 했습니다.
2위
<디워>
19,921,518달러
심형래 감독의 <디워>는 합작 영화이긴 하지만 이 리스트에 넣기에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디워>는 당시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북미 시장에서 흥행 수익 천만 달러를 돌파해 화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왜 1위가 아니라 2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느냐면 북미와 중국 시장을 제외한 여러 나라에서 고르게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위
<설국열차>
26,334,377달러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대망의 1위입니다. 이 영화는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영화 중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둔 영화로, 북미 시장에서만 약 45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으며, 중국에서도 꽤 크게 성공했지요. 1,1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거든요. 당분간 그 기록이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혹시 또 중국에서 대박나는 영화가 나타난다면 뒤집힐 순 있겠죠. 덕분에 봉준호 감독은 이 톱10 리스트에 두 편의 영화를 올렸습니다. 그가 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감독인지 증명해준 수치이기도 하지요. 다음엔 또 어떤 영화가 언제 이 순위를 뒤집을지 기대해보겠습니다.
덧붙임
1. 지금 현재 해외에서 개봉 중인 한국영화도 많습니다. 해외 개봉을 마무리하면 이 리스트에 새로 입성할 영화들이 있겠죠.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올해 국내 천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입니다. 북미에서 이미 2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고(9월 27일 현재) 호주, 프랑스, 태국, 홍콩 등까지 더하면 지금까지 확인된 수익만도 최소 1500만 달러가 넘습니다. 이것만으로도 4위 자리는 따논 당상인데요, 과연 얼마나 더 치고 올라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부산행>은 앞으로 개봉 예정인 국가도 많은 만큼 얼마나 더 흥행을 이어갈지 기대되는군요.
2. 애니메이션 <넛잡>은 영진위 한국영화 해외 개봉 실적에 집계되지 않아 리스트에서 제외했음을 알립니다.
3. 2000년대 초중반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영화들이 일본에서 크게 흥행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외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등이 대표적인데요, 이 영화들은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개봉해 일본에서만 큰 성공을 거둔 영화들이어서 별도의 언급이 필요합니다.
일본 개봉 한국 영화 10억엔 이상 수익 리스트
<내 머리 속의 지우개> 30억엔
<외출> 27억 5천만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20억엔
<쉬리> 18억엔
<태극기 휘날리며> 12억엔
<공동경비구역 JSA> 11억 5천만엔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