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워리>의 루니 마라와 호아킨 피닉스, <누구나 아는 비밀>의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은 이 작품 이전에도 서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만나 실제로 사랑을 키워갔다. <돈 워리>와 <누구나 아는 비밀>의 주역들과 함께, 여러 차례 함께 로맨스를 선보인 배우들을 모아봤다.
루니 마라
호아킨 피닉스
<그녀> 2013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 2018
<돈 워리> 2018
루니 마라와 호아킨 피닉스가 함께 출연한 첫 영화는 스파이크 존즈의 <그녀>다. 테오도르와 캐서린은 별거 중인 부부고, 테오도르가 인공지능 사만다와 교감한다는 걸 알게 된 캐서린은 경악한다. 이들이 다시 만난 건 인류 역사상 가장 성스러운(?) 커플 마리아와 예수를 연기한 <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이다. 2016년 10월부터 2달간 촬영이 진행되던 사이, 마라와 피닉스는 실제 연인이 됐다. 한창 사랑이 무르익을 즈음 구스 반 산트의 <돈 워리>를 찍었기 때문일까, 만취 중 사고로 반신불수가 존과 절망에 빠진 그에게 빛처럼 찾아오는 아누와의 사랑이 더없이 순수해 보인다. 마라와 피닉스는 얼마 전 연애 3년 만에 약혼을 발표했다.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하몽 하몽> 1992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2008
<에스코바르> 2017
<누구나 아는 비밀> 2018
스페인을 대표하는 두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 그들이 함께 출연한 작품은 <하몽 하몽>(1992)부터 현재까지 총 9편, 그 가운데 로맨스를 선보인 건 딱 네 작품이다. 연기력뿐만 아니라 섹슈얼한 매력으로도 정평 난 두 배우는 <하몽 하몽>에서 사랑보다는 육체적인 욕망에 초점이 맞춰진 관계를 보여줬고, 이후 15년 만에 우디 앨런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에서 바르셀로나에 여행 온 두 여자를 유혹하는 화가 후안과 그의 전처 마리아를 연기하면서 연인 사이로 발전해 2010년 부부가 됐다. 사생활을 노출시키 않던 두 사람은 재작년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소재로 한 <에스코바르>에서 연애/사업 파트너를, 곧이어 이란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가 첫 해외 연출작 <누구나 아는 비밀>에선 유괴된 딸을 찾아나서는 라우라와 옛 연인 파코를 연기했다. 네 작품에서 모두 일반적인 로맨스와는 거리가 먼 관계를 선보인 셈이다.
드류 배리모어
애덤 샌들러
<웨딩 싱어> 1997
<첫 키스만 50번째> 2004
<블렌디드> 2014
<이티>(1982)에서 5살 소녀 거티 역으로 유년시절부터 스타덤에 오른 드류 배리모어는 90년대 말부터 근 10년간 수많은 로맨스코미디의 제작자와 주연 배우로 활약하며 화려한 전성기를 지냈다.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평범한 남자의 대표주자 애덤 샌들러는 '로코퀸' 배리모어의 탄탄한 커리어가 가능케 한 배우다. 결혼식 피로연 가수 로비와 그가 사랑하게 되는 웨이트리스 줄리아가 보여주는 꽁냥꽁냥 로맨스 <웨딩 싱어>는 제작비의 7배에 달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6년 만에 다시 만난 <첫 키스만 50번째>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루시와 매일 첫 데이트를 만들어가는 헨리를 연기해 두 콤비의 여전한 케미를 증명했다. <웨딩 싱어>의 프랭크 코라치 감독은 <워터 보이>(1998)와 <클릭>(2006)에 샌들러를 주연으로 기용해 영화를 만들다가 2014년 <블렌디드>에 드류 배리모어와 애덤 샌들러를 캐스팅해 아프리카에서 사랑을 키워가는 돌싱 커플의 이야기를 그렸다.
줄리아 로버츠
리차드 기어
<귀여운 여인> 1990
<런어웨이 브라이드> 1999
줄리아 로버츠는 단연 9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린 여성배우였다. 무명이었던 로버츠가 1990년 봄에 개봉한 <귀여운 여인>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는 점은 로버츠와 90년대의 운명을 반증하는 것 같다. <귀여운 여인> 속 비비안의 건강한 매력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사랑스럽지만, 에드워드 역의 리차드 기어가 가만가만히 드러내던 젠틀함과의 조합이 있었기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귀여운 여인> 이후 90년대 내내 흥행에 실패했던 게리 마샬 감독은, 또 한번 줄리아 로버츠와 리차드 기어를 캐스팅 해 재기를 꾀했다. 매번 주례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결혼식장을 뛰쳐나가는 자유분방한 매기와 그를 대상으로 칼럼을 쓰는 기자 아이크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기어와 로버츠의 조우를 기다려온 수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여세를 몰아 <프린세스 다이어리> 시리즈를 연달아 성공시킨 게리 마샬 감독은 17년 만에 줄리아 로버츠를 내세운 <마더스 데이>(2016)를 유작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케이트 윈슬렛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타이타닉> 1997
<레볼루셔너리 로드> 2008
<타이타닉>의 주인공 잭과 로즈는 120년을 넘긴 영화의 역사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커플이다. 타이타닉이 침몰하던 1912년을 배경으로 3시간 15분에 걸쳐 펼쳐지는 가난한 화가와 갑부의 약혼자의 사랑 이야기는, 제임스 카메론이 12년 만에 완성한 야심작 <아바타>(2009)로 제 기록을 깰 때까지,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둔 영화로 남았다. <타이타닉> 이후 수많은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쌓아가던 디카프리오와 윈슬렛은 11년 만에 샘 멘데스의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함께 출연했다. 하지만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주인공 부부 에이프릴과 프랭크의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나빠진다. 첫눈에 반해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지만, 파리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에이프릴과 지금의 현실에서 안정을 누리고 싶은 프랭크의 뜻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타이타닉> 이후 대배우로 성장한 윈슬렛과 디카프리오는 그야말로 진검 승부를 펼치듯 명연을 쏟아내면서 어긋나버린 부부의 서늘한 초상을 선사했다.
안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2005
<바이 더 씨> 2015
영화 같은 커플이라는 말은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를 수식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 아닐까. 서로가 경쟁조직에 소속된 특급킬러라는 걸 알지 못한 채 6년 동안 부부생활을 즐겨온 존과 제인의 '사랑과 전쟁'을 그린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통해 만난 피트와 졸리는 오랜 시간 할리우드 톱스타 커플의 모범이 됐다. 2006년 1월 공개적으로 연인임을 밝힌 이래 8년 만에 결혼식을 올린 '졸리 피트' 부부는 2015년 안젤리나 졸리의 네 번째 연출작 <바이 더 씨>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위기에 놓인 바네사와 롤랜드는 뜨거웠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낯선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지만 거기서도 격렬한 갈등을 겪고, 결국 화해에 성공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바이 더 씨>가 개봉되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졸리와 피트는 결별을 선언했고, 오랜 소송 끝에 근 3년 만에 두 사람은 싱글이 됐다.
멕 라이언
톰 행크스
<볼케이노> 1990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1993
<유브 갓 메일> 1998
<이타카> 2015
<빅>(1988)과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로 흥행 배우의 수식을 얻은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은 1990년 <볼케이노>로 처음 만났다. 뇌종양 선고를 받은 전직 소방수 조가 남은 인생을 즐기기로 마음먹고 연을 맺게 되는 세 명의 여인을 모두 멕 라이언이 연기했다. 두 사람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다시 조우하게 됐다. 제작진을 뜯어보면 캐스팅의 과정이 들여다보인다. 이 작품은 <빅>을 연출한 페니 마샬의 오빠인 게리 마샬이 감독을 맡기로 했지만 결국 무산됐고, 페니 마샬의 전남편인 롭 라이너 감독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나리오를 쓴 노라 애프런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메가폰을 잡게 된 것이다. 영화 속에서 정작 행크스와 라이언이 제대로 마주하게 되는 건 이야기가 거의 끝날 무렵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둘의 호흡보다는 배우 개개인의 역량이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설정이다. 노라 에프런 감독은 5년 후 <유브 갓 메일>에 다시 라이언과 행크스를 초대해두 사람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거리를 한껏 좁혔다. 2016년 2차 세계대전 시기를 배경으로 한 <이타카>로 감독에 도전한 멕 라이언은 행크스를 카메오로 캐스팅 해 죽은 남편과 함께 한 시간을 떠올리는 회상 신을 연출했다.
엠마 스톤
라이언 고슬링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 2010
<갱스터 스쿼드> 2013
<라라랜드> 2016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된 뮤지컬 로맨스 <라라랜드> 속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은 연애의 처음과 마지막을 이루는 순간순간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 뭇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군데군데 등장하는 퍼포먼스 합마저 훌륭했다. 스톤과 고슬링의 첫 협업은 2010년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내(줄리안 무어)로부터 돌연 이혼하자는 선언을 듣게 된 칼(스티브 카렐)이 바람둥이 제이콥(라이언 고슬링)에게 '작업'의 기술을 배우면서 새로운 사랑을 시도하는 가운데, 백발백중의 제이콥이 유일하게 유혹에 실패하는 해나(엠마 스톤)과의 로맨스도 같이 진행된다. 1949년 라라랜드 LA를 배경으로 범죄 스릴러 <갱스터 스쿼드>에서 스톤과 고슬링은 마피아 두목 미키(숀 펜)의 애인 그레이스와 미키를 잡으려다가 그의 여자에게 반하게 되는 바람둥이 형사 제리로 다시 만났다.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2012
<세레나> 2014
제니퍼 로렌스와 브래들리 쿠퍼는 2012년부터 4년 사이 4편의 영화에 같이 출연했다. 그 중 3편이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작품이다. 처음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다.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폭주하는 바람에 가정과 직장을 모두 잃게 된 팻과 남편이 죽고 외로움을 이기기 위해 회사의 모든 직원들과 잔 티파니는 댄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호흡을 맞추면서 외로움을 이겨내고 사랑을 얻는다. 저돌적으로 팻에게 대시 하는 티파니와 그에 당황해 물러서려는 팻이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이 로렌스와 쿠퍼의 찰떡같은 호흡을 통해 완성됐다. (훗날 넷플릭스의 <버드 박스>를 연출하는) 수잔 비에르 감독의 <세레나>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과 <조이> 사이에 제작된 영화다. 1930년대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목재 사업을 운영하는 신혼 부부가 사업이 기울면서 파국을 향해 가는 걸 그렸다.
문동명 /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