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날도 더워지니 방학, 휴가를 받아 멀리 떠나면 더없이 좋겠지만 여행 가기가 버거운 이들도 있을 터. 그런 분들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는 역시 ‘극장 휴가’가 아닐까 싶다. 극장은 언제나 빵빵한 냉방으로 여름에 특히 북적인다. 오랜만에 극장을 찾는다면, 높아진 영화 표값에 새삼 놀랄 수도 있다.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인터넷을 보면 한국 영화 표값은 저렴한 편이라는 얘기도 많다. 정말 한국 영화 표값은 싼 편일까?

※ 평일 저녁 관람료를 기준으로 한다. 각 극장 이미지의 출처는 공식 홈페이지다.


한국

(위에서부터)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우리나라 관람료야 길게 설명할 이유가 없다. 멀티플렉스 3사의 평일 관람료는 약 1만 원이다. 좌석 위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차등제를 실시한 멀티플렉스도 1만 원에서 1만 1천 원이다. 우리나라 극장은 직영점이라면 전국 어디나 동일한 관람료를 받는다. 또 기본적으로 지정좌석제를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다른 국가들의 예를 보면 알겠지만, 상대적으로 무료 멤버십 혜택과 신용카드 할인 혜택은 좋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무엇보다 멀티플렉스 극장이 보편화돼 영화라는 문화생활이 보다 밀접한 사회다.


미국

AMC 시어터스

미국도 3대 극장 체인이 있다. AMC 시어터스, 리걸 엔터테인먼트, 시네마크. 이중 규모가 가장 큰 AMC 시어터스는 2012년에 중국의 완다그룹에 인수됐으나 체인명은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체인별로 차이가 있고, 심지어 지역에 따라 시스템이 다른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비지정좌석제를 기본으로 하지만, 상영 영화나 상영 지점에 따라 지정좌석제로 예매가 되는 경우가 있다. 때때로 가방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어 관광객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로비가 있고 상영관 입장 복도에서 티켓 확인을 하는 국내 영화관과 달리, 티켓 확인 후 상영관 입구로 통하는 로비가 있는 곳도 있어 1티켓 2영화가 가능한 지점도 있다. 상영관 시설은 국내에 비해 좌석 간격이 넓어 편안하지만, 상대적으로 스크린 크기가 큰 편은 아니라 뒤에 앉을수록 손해라는 반응이 많다. 티켓 가격은 뉴욕과 LA 같은 대도시를 기준으로 평균 16달러(약 1만 9천 원) 정도 한다. 리얼D와 4DX 상영은 30달러까지 올라간다. 다소 높은 가격이라 ‘무비패스’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현재는 서비스 품질과 혜택 등에서 점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


캐나다

시네플렉스

일반적으로 ‘북미’ 하면 미국과 캐나다를 이르는 것처럼, 캐나다의 극장 시스템도 미국과 비슷하다. 캐나다는 시네플렉스 오데온, 랜드마크 시네마라는 극장 체인이 유명하다. 미국처럼 지정좌석제보다 비지정좌석제가 기본이다. 시네플렉스는 화요일에 ‘시네플렉스 튜즈데이’라는 할인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가족 영화, 이미 내린 영화 등을 싸게 상영하고, 매점 세트를 사면 할인 쿠폰을 주는 등 여러 이벤트가 많은 편. 대신 신용카드 할인, 멤버십 할인, 심지어 조조할인도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 평일 기준으로 11.25달러(약 1만 원)인데 주마다 판매세가 붙기 때문에 가격차가 나는 편이다.


영국

오데온 시네마

물가가 높기로 유명한 영국. 영화 티켓값도 만만치 않다. 2017년 공식 통계에 따르면 평균 7.49 파운드라는데, 지금은 더 높아졌다. 런던 내 극장에도 대동소이한 가격차이가 있는데, 대체로 10~14파운드(약 1만 4천 원~2만 원) 정도 된다. 8파운드 정도 받는 싼 극장도 있지만 그래도 11파운드는 들고 가야 좋을 듯하다. 영국은 오데온 시네마, 시네월드, 뷰 시네마스가 극장 체인 삼대장이다. 체인마다 다르지만 오후 5시 전 영화는 ‘오프 피크’로 좀 더 싼 가격에 볼 수 있다. 다만 3D 영화를 보면 3D 안경 값으로 1파운드 더 받는 등 여기저기서 돈을 솔찬히 챙기는 편. 오데온 시네마는 최근 ‘블록버스터 프라이스’라는 이름으로 블록버스터 영화에 추가금을 받으면서 비난을 받았다. 오데온 시네마와 시네월드는 각각 리미트리스, 언리미티드라는 멤버십을 시행 중이다. 이 두 멤버십은 상영 중인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월 정액 서비스다. 각각 17.9파운드, 18.4파운드인데 센트럴 지역 극장은 추가금이 붙는다. 이런 멤버십이 아니면 사실 영화 보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오데온 시네마 리미트리스(위), 시네월드 언리미티드


프랑스

고몽 파테

문화의 나라 프랑스. 프랑스의 대표 체인은 UGC 시네마스와 고몽 파테다. 영국의 체인처럼 프랑스의 두 체인도 월 정액 멤버십을 운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영화 티켓값이 9.9~14유로(약 1만 3천 원~1만 8천 원)정도인데, 멤버십은 22 유로이므로 멤버십이 훨씬 이득이다. UGC 멤버십은 1인에 14유로를 더 내면 2인으로 이용이 가능하니, 확실히 영화를 즐기기에 최적인 멤버십이다. 프랑스는 외화 더빙이 기본 미덕인 나라라 영화를 볼 때 VO, VF라는 표시가 붙는다. VO는 오리지널 보이스, 즉 원어이며 VF는 불어로 더빙한 버전을 의미한다. 이 두 체인 외에도 (복원된 고전 영화를 봤으면 익숙할) 독립 영화, 고전 영화 상영을 주로 하는 MK2 극장 체인이 있다.


일본

이온 시네마

일본의 극장 물가는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전 지역에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보통 1800엔이었으나 최근 1900엔(약 2만 원)으로 인상한 곳이 생겼다. 조조할인이나 심야할인 등이 있는데, 보통 심야하면 22시를 떠올리는데 일본의 심야할인은 특이하게도 20시 이후부터 시작된다. 수요일은 ‘레이디스 데이’, 금요일은 ‘남성의 날’이라는 성별에 관한 할인도 진행한다. 멤버십 할인도 있지만, 무료인 우리나라와 달리 입회비가 있다. 비싼 만큼 극장 내부에 각종 오락 시설이 잘 돼있다고 한다. 특히 극장 내부 굿즈샵은 보도자료로나 볼 법한 여러 가지 책자들이 구비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영화도 볼 겸 들러볼 만하다. 일본의 유명 극장 체인은 이온 시네마, 도호 시네마, 109시네마즈 등이 있다. 일본 체인은 자체 예매사이트에서만 온라인 예매를 할 수 있다.


중국

완다 시네마

할리우드에서도 눈치 보는 중국 영화 시장. 중국은 완다 시네마, 차이나 필름 스텔라, 다디 시네마 등이 극장 체인으로 유명하다. 특히 완다 시네마는 AMC 극장 체인으로 미국을, 오데온 시네마로 영국을 모두 휩쓸고 있는 전 세계 가장 큰 극장 체인을 보유하고 있다. 땅이 넓은 다른 나라도 그렇듯, 지역과 체인마다 티켓 가격대가 조금씩 다르다. 해마다 평균이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데, 현재는 평균 45위안(약 8천 원)정도 된다. 물론 중심가에 있는 극장은 90위안까지 치솟기도 한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