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2017, 이하 <더 익스트림>)에서 눈만 마주쳤다 하면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던 루크 홉스(드웨인 존슨)와 데커드 쇼(제이슨 스타뎀)가 시리즈 스핀오프 <분노의 질주: 홉스 앤 쇼>(이하 <홉스 앤 쇼>)에서 다시 만났다. 두 캐릭터의 옥신각신은 심해졌고, 배우들이 구사하는 액션은 다양해졌다. 코미디는 짙어졌고 액션은 얕고 넓어져 <분노의 질주> 시리즈 팬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꽤나 갈리는 편이다. <홉스 앤 쇼>에 대한 덜 알려진 사실들을 정리했다.


불화의 산물?

<홉스 앤 쇼>를 제작하자는 의견은 <더 익스트림>을 촬영할 당시 드웨인 존슨과 제이슨 스타뎀의 코믹 케미에 주목한 제작자들로부터 나왔다. <더 익스트림> 촬영 막바지 즈음엔 스핀오프 제작이 비공식적으로 확정됐고, 빈 디젤과 드웨인 존슨과의 불화가 깊어진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홉스 앤 쇼>의 제작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자 레티 역의 미셸 로드리게즈와 로만 역의 타이리스 깁슨은 <분노의 질주> 9편이 1년 가량 미뤄질 거라는 점을 들어 <홉스 앤 쇼>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지난 2월 드웨인 존슨은 3~6편을 연출한 저스틴 린이 다시 감독직에 돌아오는 9편에는 출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개봉 연기

<홉스 앤 쇼>는 제이슨 스타뎀의 52번째 생일인 2019년 7월 26일 북미 개봉 예정이었지만, 결국 8월 2일에 개봉하게 됐다. 예정대로 개봉했다면 개봉 2주차의 <라이온 킹>과 박스오피스 선두를 겨뤘을 것이다. 한편, <홉스 앤

쇼>의 감독에 <리썰 웨폰> 시리즈의 각본을 쓰고 <아이언맨 3>(2013)를 연출한 셰인 블랙이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더 프레데터>(2018)의 메가폰을 잡게 됐다.


이탈리안 잡

데커드가 루크에게 자동차 콜렉션을 보여주는 대목. 그는 미니쿠퍼에서 멈추고는 "이탈리아의 작전에서 쓰였다"고 언급한다. 2003년 작 <이탈리안 잡>의 설정을 두고 삽입한 농담이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2017)의 감독 F. 게리 그레이가 연출하고, 샤를리즈 테론이 함께 출연한 <이탈리안 잡>에서 미니 쿠퍼는 고속 질주는 물론 드리프트, 언덕 오르기, 점프까지 주연배우 못지 않은 활약을 보여줬다. 혹자는 <이탈리안 잡>을 ‘미니의 위상을 굳히기 위한 1시간50분짜리 광고’라 칭하기도 했다.

이탈리안 잡


치명적인 눈썹

루크의 딸 샘(엘리아나 수아)이 아빠가 그 예쁜 스파이(해티) 사진을 볼 때 눈썹이 올라갔다면서 따라하는 동작. 드웨인 존슨이 WWE 레슬러 더 락이었던 시절, 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것이었다.


웨이랜드 유타니?

에테온 본부에서 브릭스턴이 입고 있는 수트에 <에이리언> 시리즈에 등장하는 회사 웨이랜드 유타니의 로고가 보인다. 이드리스 엘바는 <에일리언>의 프리퀄 <프로메테우스>에서 웨이랜드 유타니의 직원이자 USCSS 프로메테우스 호의 선장인 이드리스 야넥 역을 맡은 바 있다.


제이슨 모모아는 다음 기회에

드웨인 존슨은 루크의 형제 역으로 제이슨 모모아를 캐스팅 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지만, 스케줄 문제로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존슨은 팬들에게 다음 홉스 영화에서는 반드시 모모아를 만날 수 있을 거라며 차후 협업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9번째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는 출연하지 않는 존슨이 ‘다음 홉스 영화’를 언급한 걸로 보아 또 다른 스핀오프를 계획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사모안 드롭

루크의 형제들 가운데 전투력을 자랑하는 마테오는 ‘로만 레인즈’로 알려진 프로레슬러 조 아노아이가 연기했다. 드웨인 존슨과 조 아노아이는 실제로 사촌지간이고, 이 사실을 각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개한 바 있다. 영화 속에서 아노아이는 ‘스피어’, ‘사모안 드롭’ 같은 레슬링 기술도 구사한다.


가족이 우선

<홉스 앤 쇼>의 제작자이기도 한 드웨인 존슨은 홉스 가문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폴리네시아인들을 루크의 가족으로 캐스팅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이끌며 늘상 ‘가족’을 언급해온 빈 디젤에 대한 동조라 할 만하다.


블랙 슈퍼맨

<홉스 앤 쇼>의 빌런인 브릭스턴은 스스로를 ‘블랙 슈퍼맨’이라 칭한다. 원래 ‘블랙 제임스 본드’였지만 브릭스턴 역의 이드리스 엘바가 이 대사를 거부하면서 ‘블랙 슈퍼맨’으로 바뀐 것이다. 엘바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대니얼 크레이그를 이을 새로운 제임스 본드이자 본드를 연기할 첫 번째 흑인 배우로 언급돼 왔다.


해티와 데커드

2살 차이?

영화 속에서 데커드와 해티 남매는 두 살 터울로 나온다. 하지만 실제 제이슨 스타뎀은 바네사 커비보다 21살이나 많다. 스타뎀이 서른을 넘겨 처음 출연한 영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1998)를 촬영하던 해, 커비는 10살이었다. <홉스 앤 쇼>로 다시 한번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참여한 헬렌 미렌이 연기한 데커드의 어머니가 면회실에서 71세라는 언급이 있는 걸로 보아, 커비가 거의 50대를 바라보는 나이의 역할을 맡았다고 볼 수밖에.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과 <홉스 앤 쇼>의 헬렌 미렌


런던 대신 글래스고

데커드/해티 남매와 루크가 런던 한복판에서 브릭스턴으로부터 도주하는 카 체이싱은 <홉스 앤 쇼>가 <분노의 질주>의 정체성을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대목이다. 맥라렌의 스포츠카, 720S의 속도감을 만끽할 수 있는 이 추격전은 사실 런던이 아닌,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조지 광장과 LA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야외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한편, 모스크바의 에테온 본부에서의 추격신은 영국 에그버러 화력발전소, 사모아의 일부는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서 찍었다.

글래스고 조지 광장

에그버러 화력발전소

하와이 카우아이 섬


<트랜스포머> 사운드

런던 카 체이싱 신에서 브릭스턴의 바이크는 모양이 바뀌면서 달리는 트럭 아래를 유유히 빠져나간다. 바이크 변신할 때 나는 소리는 <트랜스포머>의 사운드 이펙트를 가져온 것이다.


액션의 일등공신들

바네사 커비는 액션 신을 소화하기 위해 두 명의 스턴트 코디네이터에게 훈련 받았다. 그렉 레멘터와 케일 슐츠다. 레멘터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와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등, 케일 슐츠는 <존 윅>(2014), <로건>(2017) 등에 스턴트 스탭으로 참여한 베테랑이다. 두 사람은 여러 작품을 함께 하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홉스 앤 쇼>의 감독 데이비드 레이치의 전작 <아토믹 블론드>(2017)다. 샤를리즈 테론과 바네사 커비 모두 강도 높은 육탄전을 능히 소화해냈다.

<아토믹 블론드> 당시 액션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샤를리즈 테론


저스티스 포 한

사모아에서 에테온과의 결투를 앞둔 데커드는 해티에게 “내가 되갚아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한다. 시나리오 작가 크리스 모건은 이 대사를 ‘저스티스 포 한’(Justice for Han)이라는 온라인 캠페인에 대한 대답으로 쓴 것이라고 밝혔다. ‘Justice for Han’은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2013) 에필로그에서 갑자기 나타난 데커드가 3번째 시리즈 <도쿄 드리프트>(2006)부터 등장해온 한(성 강)을 죽인 것에 반발한 이들이 내건 캠페인이었다.


챔프 나이튼게일=로크=라이언 레이놀즈

<홉스 앤 쇼>의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에테온의 지휘자는 내내 실물 없이 목소리로만 등장한다. 기계음이 잔뜩 껴서 소리로 도통 누군지 알 수 없는데, 배우 크레딧에는 챔프 나이튼게일이라는 이름이 이 역을 맡았다고 기재돼 있다. 챔프 나이튼게일의 정체는 <홉스 앤 쇼>에 로크 역으로 깜짝 등장하는 라이언 레이놀즈다. <데드풀 2>(2018)의 데이비드 레이치 감독과의 인연 때문인지 카메오치곤 꽤나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6월 레이놀즈는 챔프 나이튼게일이라는 명의로 자신이 운영하는 진 브랜드 ‘에비에이션’의 리뷰를 아마존에 남긴 바 있다.


문동명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