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세서미 스트리트>, <머펫 쇼>, <다크 크리스탈> 포스터

<세서미 스트리트>의 인형 캐릭터를 혹시 지금 처음 보는 사람이 있을까. 짐 헨슨은 우리에게도 무척 친숙한 <세서미 스트리트>의 퍼펫을 고안한 인물이다. 그는 인형극 장르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던 사람이었다. 짐 헨슨은 <세서미 스트리트>는 물론 코미디 인형극 프로그램 <머펫 쇼>, 인형극 영화 <다크 크리스탈> 등 다양한 인형극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중 <다크 크리스탈>은 한국 대중들에게 비교적 익숙하지 않지만 19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서구권 대중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며 작품성 또한 인정받아 판타지 영화의 고전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 포스터

2019년, <다크 크리스탈>이 37년 만에 넷플릭스 10부작 시리즈로 부활한다. 시리즈는 8월 30일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 공개될 예정이다.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는 <다크 크리스탈>(1982) 세계관 이전 시기의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 개념의 속편이다. 짐 헨슨이 설립한 짐 헨슨 컴퍼니에서 제작했다. 현재는 짐 헨슨의 자녀들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짐 헨슨의 딸이자 제작자인 리사 헨슨과 <트랜스포터-엑스트림>, <나우 유 씨미: 마술사기단> 등을 만든 루이스 리터리어, 누구보다 이 시리즈에 애정을 가득 담고 있는 두 사람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Interview

리사 헨슨 & 루이스 리터리어

(왼쪽부터) 리사 헨슨, 루이스 리터리어

짐 헨슨의 대표작 <다크 크리스탈>(1982)은 당신에게 어떤 작품이었나요?

리사 헨슨 <다크 크리스탈>은 아버지의 가장 야심찬 작품이었어요. 아버지는 이 영화 촬영이 시작되기 몇 년 전부터 동료들과 전반적인 디자인, 애니매트로닉스 관련 기술에 수 년을 할애했죠. 그래서 우리 가족과 회사 동료들은 늘 <다크 크리스탈> 영화, TV시리즈 제작에 관심이 있었어요.

루이스 리터리어 <다크 크리스탈>과 비슷한 영화를 만드는 것을 늘 꿈꿔왔어요.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보고 큰 쇼크를 받았죠. 넷플릭스와 짐 헨슨 컴퍼니의 리사 헨슨이 제게 <다크 크리스탈> 감독을 맡길 만큼 신뢰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어요.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볼을 꼬집어보기도 하는데요. 이제 작업이 다 끝나서 아, 정말 해냈다!싶어요.

<다크 크리스탈>(1982)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

37년 만의 후속작이에요. 새롭게 만들고 싶었다면 더 일찍 만들 수도 있었을 긴 시간인데 지금에서야 나올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리사 헨슨 왜 지금이냐 하는 질문의 답은 넷플릭스인 것 같아요. 전에 속편 영화를 계획했는데 자금이 부족했어요. 속편이었기 때문에 이번 시리즈와는 다른 스토리였죠. 프리퀄을 2D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만드는 것도 고민했어요. 넷플릭스를 만나고 나서야 TV시리즈의 규모와 호흡을 가져가되 영화 제작 수준의 결과물을 최고 수준의 제작진들과 만들 수 있었어요. 넷플릭스가 먼저 저희에게 영화와 동일한 수준의 TV시리즈를 만들고 싶냐고 물어왔어요. 정말 설레는 순간이었습니다.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

최근 예전 영화들을 화려한 시각효과 기술을 활용해 다시 실사화한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어요. 그런데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는 퍼펫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을 선택했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루이스 리터리어 <다크 크리스탈>이 특별했던 이유는 퍼펫 때문이에요. 오늘날 당시 없던 기술들을 활용해 그 세계관을 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그러한 방식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아요. 넷플릭스와 미팅할 때 수많은 인물들과 액션으로 가득 찬 거대한 스토리를 제안하며 이 모든 걸 퍼펫으로 해보고 싶다고 얘기하자 당연하죠! 그 얘기 해주시길 기다렸어요라는 반응이었죠. 모든 장면에 반드시 퍼펫 실체로 촬영한 요소가 다 들어갔죠.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

<다크 크리스탈>의 뒷이야기가 아닌 프리퀄을 제작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리사 헨슨 프리퀄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는 영화의 한 장면에서 출발했어요. 겔플링 족인 젠과 키라가 자신들의 종족이 고대 문명의 주인이었던 것을 알게 되고 현재 자신들이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장면이죠. 겔플링 족이 번영을 누리던 시절로 돌아가 보고 싶었어요. 크리에이티브 팀에겐 영화에서 잠깐 언급된 그 문명을 디자인해야 하는 설레고도 어려운 숙제가 주어졌죠. 일곱 개의 부족의 지리적 특징, 사회적 구조 등을 만들어야 했죠.

<다크 크리스탈> 오그라, 스켁시스 족

<다크 크리스탈 : 저항의 시대> 오그라, 스켁시스 족

<다크 크리스탈>에서 고수하고 싶었던 부분과 새롭게 추가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면?

리사 헨슨 영화 속 어떤 인물들은 수명이 불멸에 가깝게 굉장히 길죠. 만물의 어머니 오그라와 매력적인 악역 스켁시스족 같은 인물들은 영화에서 그대로 가져올 수 있었어요. 가장 매력적인 악역 인물이 이번 프리퀄 시대에도 살아있었기 때문이죠. 여기에 수많은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됐어요. 특히 겔플링 족은 <다크 크리스탈>에선 단 두 명이었지만 프리퀄에서는 수십 명이 등장하죠.

<다크 크리스탈>

<다크 크리스탈 : 저항의 시대>

영화 <다크 크리스탈>의 인물들이 요괴, 괴물의 움직임에 가까웠다면 이번 프리퀄 속 인물들은 표정 변화나 움직임 등이 훨씬 인간적입니다. 퍼펫의 섬세한 표정 변화는 어떻게 구현한 건가요?

루이스 리터리어 영화 <다크 크리스탈>의 배경은 프리퀄 이후의 시대로 많은 고난을 겪고 죽어가는 시대죠. 그래서 인물들이 아주 느린 움직임을 보여요. 물론 대형 인형들을 조종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도 했겠지만 연출 차원의 결정이었죠. 이번 프리퀄은 힘 있고 생동감 있는 시대라 활기찬 움직임을 보여주죠. 물론 더 사람같이 만들기 위해 새롭게 디자인한 부분도 있어요. 마치 인기 배우 같은 스타성 있는 매력적인 얼굴과 비주얼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람과 비슷한 모습의 캐릭터는 사람처럼 움직이고, 다른 생명체나 동물과 비슷한 퍼펫은 또 다르게 움직이죠. 이것이 바로 인형극이 가지는 묘미이자 힘이에요.

리사 헨슨 꽤 간단한 기술들을 통해 퍼펫 기술을 향상시켰어요. 특히 그린스크린을 활용해 인형 조종사들을 손쉽게 지울 수 있었는데 이건 아주 간단한 기법이지만 1982년 당시엔 불가능했죠. 가능했다면 아버지가 안 쓰셨을리 없었겠죠. 이 기법 덕에 인형들이 훨씬 역동적이고 다양한 액션을 할 수 있었어요.

퍼펫을 조종하는 인형극 전문 배우의 모습

10부작 시리즈와 함께 공개되는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 제작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에서는 인형 조종사들이 직접 대형 퍼펫 탈을 쓴 채 움직이며 연기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퍼펫을 뒤집어쓴 인형 조종사들이 직접 대사를 소화하며 퍼펫에 움직임과 호흡을 불어넣는다.

일반 애니메이션의 경우 배우들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영화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 애니메이션 더빙 연기와 퍼펫 움직임에 더빙을 입히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루이스 리터리어 배우들이 인형 조종사들이 연기를 한 후 녹음을 하거나 촬영과 같은 기간에 녹음했어요. 어떤 인물을 어떤 배우가 연기할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인형 조종사에게 그 배우에 어울리도록 연기를 요청했는데요. 태런 에저튼의 경우로 예를 들면 인형 조종사가 배우의 분위기와 연기 스타일을 떠올리며 연기하면 나중에 태런의 목소리를 더빙할 때 더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죠. 배우의 연기가 더 마음에 들 때는 그에 어울리는 장면을 찾아 바꾸며 배우들의 개성을 살리기도 했어요. 스켁시스 족 황제 역을 맡았던 제이슨 아이작스(<해리 포터>에서도 루시우스 말포이 악역을 연기했죠)도 강한 악역이다 보니 인형 조종사가 크게 소리 지르는 식의 연기를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제이슨이 '오히려 침착해야 강해보인다'고 의견을 냈어요. 인형 조종사가 조용히 걷게 연기를 해서 더 악역 분위기가 살아났죠.

(왼쪽부터) 태런 에저튼, 마크 해밀

특히 주연 배우 태런 에저튼이 각종 공식 석상에서 <다크 크리스탈> 팬이라고 자주 언급했는데요. 영화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도 했나요?

루이스 리터리어 태런 에저튼은 제일 처음 캐스팅한 배우였어요. 태런 에저튼과 사이먼 페그는 일찍부터 함께해서 자신이 연기할 퍼펫을 실제로 만나봤죠. 태런은 좋은 제안도 많이 했어요. 자신이 연기할 인물인 리안의 성격이 거만하고 칭얼대는 전형적인 10대 같은 면이 있었는데 우리 둘 다 별로 맞지 않다고 생각해 함께 조율했죠.

태런 애저튼, 안야 테일러 조이, 사이먼 페그, 마크 해밀, 헬레나 본햄 카터 등 목소리 출연진이 무척 쟁쟁합니다. 이 배우들을 어떻게 다 모았나요?

루이스 리터리어 모두가 캐스팅하기 쉬웠습니다. 단 한 사람도 거절하지 않았어요. 태런에게 먼저 제의했고, 안야, 마크 해밀 등 모두 연락을 했는데 즉각 하고 싶다고 답변해줬어요. 나를 보고 오케이 했을 리도 없고 대본도 안 줬는데도요. 짐 헨슨 때문이죠. 배우들은 짐 헨슨이 남긴 위대한 유산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입장에서는 목소리를 인형에 맞추는 일이 쉽지 않은데 즐겁게 작업해줬어요.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 속 브레아의 도서관

동굴, 브레아의 도서관 등 새롭게 등장하는 공간들의 비주얼이 흥미로웠어요. 특별히 이 작품에서 공을 들인 공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루이스 리터리어 모든 세트에 엄청난 공이 들어갔어요. 화면에 나온 모든 것을 다 직접 만들어야 했어요. 외계 행성이기 때문에 그 어떤 소품도 일반적일 수 없었죠. 게다가 퍼펫들은 물건을 집거나 땅 위를 직접 걸을 수가 없잖아요? 세트를 그에 맞춰 다 설계했어요. (제작기 영상을 보면 퍼펫을 쓴 인형 조종사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세트 자체를 땅 위로 다소 높게 지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도서관과 동굴은 제가 꿈꿔온 것을 만들자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동굴에 폭포가 있는데 실제로 그런 건 본 적 없지만 꿈꿔본 적은 있죠. 도서관도 늘 꿈만 꿔왔던 나선형 책장을 넣었는데 계단과 책장을 혼합시킨 거죠. 어린 시절 꿈꿨던 환상을 이 작품에서 구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

<다크 크리스탈>을 잘 알고 있는 세대와 이 시리즈를 통해 처음 세계관을 접하는 어린 세대들이 즐길만한 포인트가 있을까요?

리사 헨슨 <다크 크리스탈>을 잘 모르는 어린 친구들은 인형극이라는 측면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말고 그저 재밌는 스토리의 판타지물로 바로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 보고 제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며 어떻게 제작했는지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기존 팬들에겐 많은 서프라이즈가 있을 겁니다. 원작을 떠올릴 수 있는 요소가 많아 아주 흥미로울 거예요. 특히 우리가 기존 제작 기법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워하고 있어요. 저희 입장에선 이 세계관을 처음 접하는 새로운 시청자들에게 많이 보여졌으면 좋겠어요.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

두 번째 시즌을 제작할 계획은 없나요?

루이스 리터리어 이 바닥에서 제 오랜 경험을 통해 배운 게 있는데 시즌 2 계획과 자신감이 있으면 절대 시즌 2가 안 나온다는 거예요. 이렇게 완벽한 퍼펫 기술과 실제 세트 제작, 대단한 배우들과 아름다운 음악과 VFX를 통해 이런 세계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작품이 끝이라 해도 만족해요. 심지어 내일 제 커리어가 끝나서 다시는 다른 영화를 못 만들게 돼도 저는 행복할 것 같아요. "난 해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이 제 커리어의 정점입니다. 제가 이번 작품보다 더 자랑스러운 작업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 작품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