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추석이 찾아왔다. 이번 추석은 가족들과 맛있는 것 나눠 먹고 처음부터 끝까지 훈훈하게 보내셨는지. 부디 서로에게 상처 주지 않고 즐거운 한가위 됐길 바라지만! 분명 불편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이 공감할 영화들을 모았다.

이 영화들은 9월 13일(금)부터 9월 20일 (금) 정오까지, 네이버 시리즈에서 바로 사용 가능한 즉시 할인 쿠폰을 발급받을 수 있다.


로얄 테넌바움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진 핵크만, 안젤리카 휴스턴, 벤 스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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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컷만 봐도 범상치 않은 가족임이 느껴진다. 테넌바움 부부에겐 세 명의 자녀가 있다. 삼 남매는 어릴 적부터 천재적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10대 초에 부동산 투자 전문가가 된 채스(벤 스틸러),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딸 마고(기네스 펠트로), 주니어 챔피언 테니스 선수로 3년 연속 US 오픈 타이틀을 획득한 리치(루크 윌슨). 화려한 타이틀을 자랑하지만 알고 보면 셋 다 정신적으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채스는 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사고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입양된 딸 마고와 그를 사랑한 리치 역시 안정적으로 삶에 정착하지 못한다. 20여 년 전 자식들을 떠났던 아버지 테넌바움(진 핵크만) 불치병에 걸렸다며 돌아와 가족을 한데 모은다. 이제 와서 그게 쉽게 될리가 만무하다. 어른이라고 다 성숙한 건 아니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웨스 앤더슨 특유의 색감과 구도가 돋보인다.


미스 리틀 선샤인

감독 조나단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출연 스티브 카렐, 토니 콜렛, 그렉 키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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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오랜만에 여행 갈 때 표정’이라는 제목을 붙여주고 싶은 이미지다. 성공하지 못한 남편, 그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아내, 헤로인 복용으로 양로원에 쫓겨난 할아버지, 말은 하지 않고 필담으로만 대화하는 아들, 남자 친구에게 차인 후 자살기도했던 외삼촌, 미인대회에 나가고 싶은 통통한 7살 아이까지. 한집에 살지만 뭘 해도 따로 국밥인 이 가족이 왜 여행길에 오르게 됐을까. 역시 찬바람이 쌩쌩 부는 집안의 유일한 희망은 어린 아이다. 가족은 막내딸의 어린이 미인대회 출전을 위해 노란색 고물 승합차를 타고 1박 2일 여행길에 오른다. 뭘 해도 하나부터 열까지 안 맞지만 하나의 목적지를 함께 달려가려고 애쓴다. 험난함과 다툼도 많은 콩가루 가족이지만 서로의 결핍을 보듬고 채워나갈 수 있는 존재는 역시 가족이란 걸 생각하게 한다.


B급 며느리

감독 선호빈

출연 김진영, 조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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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추석을 보냈어요. 시댁에 가지 않은 며느리의 한마디로 영화는 시작한다. 본격 독립영화판 <사랑과 전쟁>. <B급 며느리>는 흔하디 흔한 며느리와 시어머니 갈등을 그린다. 갈등을 바라보는 시선은 시어머니의 아들이자 며느리의 남편인 감독이다. 영화는 고부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결혼하고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지, 시댁 식구들의 행사는 어디까지 참석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는 개별 인터뷰를 보면 이들 사이에 접점은 없어 보인다. 다만 관계 회복의 하나의 가능성으로 영화가 제시하는 길은 서로 기대하는 바가 다른 걸 인정해야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서로를 대할 수 있다는 것? 관찰자인 남편이 관계의 당사자라서 일까. 쉬이 해결법을 찾지 못하는 지점까지 현실적이다.


고령화 가족

감독 송해성

출연 박해일, 윤제문, 공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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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의 스틸컷들엔 명절날 할머니 집에 모인 친적들의 모습이라고 지어보면 어떨까. 집 안 한쪽에선 다툼이 일어난 남매를 말리는 할머니의 모습, 그러나 정작 가족사진 찍을 땐 세상 친해 보이는 표정까지. <고령화 가족>의 주인공들이 친척 집에 간다면 인당 잔소리 한 트럭씩 들을 유형을 갖췄다. 엄마 집에 얹혀살며 독립 못한 철없는 첫째 아들, 만드는 영화마다 흥행 참패인 영화감독 둘째 아들, 결혼만 세 번째인 딸과 그를 쏙 빼닮아 되바라진 중학생 손녀까지. 나잇값 못하는 자식들이 평화롭던 엄마의 집에 모인다. 현실적인 대화와 상황들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캐릭터와 찰떡인 배우들의 리얼한 열연이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감독 존 웰스

출연 메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베네딕트 컴버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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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네 작품에서 가족끼리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에는 비할 바가 못될 것이다. 아버지의 자살로 가족들이 각자의 사건사고를 안고 한자리에 모인다. 엄마는 약에 취해 자식들에게 온갖 독설을 퍼붓는다. 이혼 위기에 놓인 첫째 딸, 이종사촌과 사랑에 빠진 둘째 딸, 이혼만 수차례를 한 셋째는 바람둥이 약혼자와 함께 온다. 그 약혼자는 또 첫째 딸의 딸에게 추근댄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모였지만 이 가족들은 서로 대놓고 헐뜯기는 물론 막장적인 애정관계까지 펼친다. 얼마나 더 막장적인 상황이 펼쳐질지 예측하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배우들의 라인업은 고품격이다. 배우들이 펼치는 독한 연기 대결은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