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악몽> 잭, 설리, 그리고 팀 버튼 감독.

팀 버튼이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데려왔죠.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하 <미스 페레그린>)은 기묘한 능력을 지닌 '이상한' 아이들이 차원을 넘나들며, 자신을 해치려는 자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다소 부드러워진 것 같으나 영화 속 곳곳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그만의 '소스'들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팀 버튼 감독의 과거 작품들을 되새겨보게 되더군요.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은 1988년작, <비틀쥬스>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유령수업>이란 이름으로, 비디오만 출시되었던 이 영화! 점점 팀 버튼의 팬들이 늘어나면서 <비틀쥬스>라는 원제가 더 유명해졌죠. <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의 대표적인 성공작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1988년 당시 박스오피스 9위에 올랐어요. 신인 감독이었던 팀 버튼을 일약 스타덤에 앉혀줄 만한 성적을 냈죠. 제작비 1500만 달러로 북미 7370만 달러를 벌었단 사실도 놀랍습니다. 주연을 맡았던 마이클 키튼과 위노나 라이더도 이 작품을 동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죠.

자신만의 색이 너무 강하다는 이유로 디즈니에서 해고당했던 팀 버튼. 그는 온전히 자신만의 스타일로만 촘촘히 채워 넣은 작품 <비틀쥬스>로 상업적 성공을 이루며 그의 작품 세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독창적인 팀 버튼 세계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 <비틀쥬스>! 그만의 매력을 하나씩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1. '팀 버튼'스러운 이야기의 시작
풋사과 시절 알렉 볼드윈(좌), 지나 데이비스(우). 유령이 되어 당황하는 중.

착하고 순수한 부부 아담(알렉 볼드윈)과 바바라(지나 데이비스)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어 유령이 되고 맙니다. 유령이 되었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집에 머물던 어느 날, 그들의 집에 찰스 가족(제프리 존스/캐서린 오하라)이 이사를 오게 되죠. 자신들의 집을 멋대로 개조시키는 그들. 초보 유령 아담과 바바라는 그들을 쫓아내기 위해 별별 소동을 다 벌이지만 다 헛수고일 뿐입니다. 결국 그들은 산 사람을 퇴치해준다는 악동 중의 악동, 비틀쥬스(마이클 키튼)를 소환하기에 이르죠. 그 이후엔 우당탕탕 쿵탕탕...! 비틀쥬스의 장난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소동이 벌어집니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는 원래 더 무겁고 폭력적이었습니다. 팀 버튼은 <아담스 패밀리>의 각본가 래리 윌슨과 워런 스카렌의 힘을 빌려 <비틀쥬스>의 톤을 완전히 바꿔버렸죠. <비틀쥬스>에서는 쉴 새 없이 나열되는 팀 버튼의 취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본격 그의 매력에 딥하게 빠지고 싶다면 <비틀쥬스>는 관람 필수 작품!(본문 속 스틸컷만 봐도 알 수 있는 선명한 그의 취향!) 예전이나 지금이나,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팀 버튼의 세계관은 관객들의 고개를 저절로 끄덕이게 만드는 데 충분한 힘을 발휘합니다.

2. 상상을 실사화시키는 능력
<비틀쥬스> 속 저승 세계

팀 버튼의 상상은 영화 속 현실에서만 이뤄지지 않아요. 그의 영화에는 현실, 그리고 현실을 잇는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죠. 죽은 반려견 스파키를 살려낸 소년 빅터의 이야기, 전작 <프랑켄위니>에 이어 <비틀쥬스>에서도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경계가 선명히 드러납니다. 우리에게 꽤 친근한 작품 <유령 신부>와 <크리스마스 악몽>은 이승과 저승의 대비가 선명한 이 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유령조차 돈으로 환산해내는 메마른 이승. 영화 속 저승은 보다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세계입니다. 갓 죽은 사람들을 위한 저승 사무국에, 공무원까지 있으니 말 다했죠. 죽은 모습 그대로 대기실에 앉아있는 유령들이라든가, 죽은 사람들을 위한 '신참 고인을 위한 지침서'라든가. 팀 버튼의 노트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영화 속 저승세계는 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위트 있고 기괴한 이미지의 총집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팀 버튼을 닮은 외톨이들
유령을 보는 소녀 '리디아'
유령들 사이에서도 외면당하는 유령 '비틀쥬스'

특별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팀 버튼 영화 속 캐릭터들도 이 영화에서부터 확고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프러포즈 한마디 하지 못해 유령 신부를 맞이하게 되는 <유령 신부> 속 빅터, 이상한 나라로 모험을 떠나게 되는 앨리스, 신비한 능력을 지닌 채 자신들끼리만 모여 사는 <미스 페레그린> 속 아이들 등. 이들의 계보를 쭉 따라 올라가다 보면 '리디아'(위노나 라이더)와 '비틀쥬스'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리디아'는 가족보다 죽은 존재인 유령과 더 친한 소녀입니다. '비틀쥬스'는 유령들 사이에서도 악동으로 찍혀 외면당하는 캐릭터죠.

이들을 보고 있자면, 어렸을 적부터 내성적인 성격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팀 버튼의 유년 시절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평범하지 않단 이유로 '이상하다' 낙인찍힌 이들은 공동체에 속하려기 보단 끝까지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내죠. 팀 버튼의 캐릭터들이 매력적인 이유입니다. '너만의 고유한 세계를 지키라'는 팀 버튼의 메시지를 품고 있는 캐릭터들. 이들이 오랜 시간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는 캐릭터로 남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4. '특별한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위한 유령의 노력이라고 한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의문이 남는 지점이 있어요. 사람들에게 겁준답시고 댕강 잘린 목을 들고 있다거나 자신의 눈알을 뽑는다거나 하는(...) 유령들의 노력이 즐비한 이 영화가 무려 '전체관람가'라는 거죠!

자신의 특별함을 받아들이고 세상에 발을 디딘 리디아.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팀 버튼의 머릿속으로 들어갑니다. 슝~. 위에서 언급했듯 이 영화는 팀 버튼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소스들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세상 어딘가에서 리디아처럼 외톨이로 지낼지도 모를 친구들에게 바치는 영화이기도 하죠. 어떤 아이는 어릴 때부터 괴수 영화를 보고 자랐을 수도 있고, 끔찍한 동화들을 보며 자랐을 수도 있어요. 그들은 눈알을 파먹는 괴물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수도 있겠죠? 마치 팀 버튼의 어린 시절처럼요. 특별함을 받아들이고 세상에 한 발짝 발을 내딛는 캐릭터들의 성장은 누군가에겐 큰 용기를 전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그들을 위한 동화겠죠. 아웃사이더를 사랑하는 이 감독의 뚝심!

덤으로 반가운 소식을 전해요! 워너브러더스는 올해 <비틀쥬스>의 속편 제작을 확정했습니다. 팀 버튼의 <비틀쥬스2>는 개봉 30주년이 되는 2018년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네요. 마이클 키튼과 위노나 라이더도 속편에 출연할 예정입니다. 위노나 라이더는 20년 넘는 시간이 지난 후의
리디아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며 밝힌 적 있죠. 30년 후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할까요? 언제나 무궁무진한 기대를 부르는 팀 버튼!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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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에디터 코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