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름부터 쉴 새 없이 달려왔습니다.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터널>, <밀정>, <아수라>…. 왠지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는 영화들이었죠. 이제 경직된 몸을 풀어줄 진한 로맨스가 필요합니다. 극장엔 딱히 맘에 드는 로맨스물이 없고, 날씨는 계속 쌀쌀해지고, 주말인데 약속도 없고…. 그렇다면 집에서 노트북과 함께 노는 게 답! 당신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줄 감성 로맨스 작품들을 데려왔습니다.
바닐라 스카이
감독 카메론 크로우 출연 톰 크루즈, 페넬로페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 상영시간 135분 제작연도 2001년
<바닐라 스카이>는 톰 크루즈의 리즈 시절을 감상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젊고 멋진 재력남 데이빗(톰 크루즈). 그의 곁엔 쭉쭉빵빵 몸매를 자랑하는 셀럽 줄리(카메론 디아즈)가 있지만, 그는 자신의 생일 파티에 우연히 참석한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죠. 그 사실을 견디지 못한 줄리는 데이빗과 함께 동반자살을 시도합니다. 사고로 인해 데이빗의 얼굴은 가면을 써야 할 만큼 흉측하게 망가져버리죠.
<바닐라 스카이>는 좁게 보면 사랑을, 넓게 보면 인생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페넬로페 크루즈가 연기한 소피아에게 푹 빠질 수밖에 없어요. 그녀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거든요. 참고로 이 영화는 <오픈 유어 아이즈>라는 스페인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같은 역으로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하죠. "Open Your Eyes"는 <바닐라 스카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대사로 등장해요. 자신의 삶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가, 관객에게 되려 물음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바닐라 스카이> 바로보기
캐롤
감독 토드 헤인즈 출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카일 챈들러 상영시간 118분 제작연도 2015년
<캐롤>은 사랑의 위대한 힘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우아하고 기품 있는 케이트 블란쳇과 연약해 보이면서도 강단 있는 루니 마라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죠. 한눈에 이끌린 사랑을 이렇게나 생생하고 강렬하게 구현한 영화가 있을까요?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이 있다'는 이 영화의 카피는 캐롤과 테레즈만을 위한 문장임이 분명합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분이라면 어떤 장면에서든 눈물을 흘릴 수 있어요. 그만큼 섬세하고 촘촘하게 사랑의 신호로 가득 찬 영화죠. 수많은 장애물들에 굴하지 않은 채 꿋꿋이 서로에게 다가서는 이들의 용기는 마음을 저릿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이 이렇게 전신을 꽉 붙들어 맨 느낌을 줄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나 새삼 생각해보게 될 거예요. <캐롤>의 하이라이트는 엔딩입니다. 찬란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워요. 너무 설레 숨이 벅찰지도 모르니 조심하시길! ▶<캐롤> 바로보기
펀치 드렁크 러브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아담 샌들러, 에밀리 왓슨 상영시간 95분 제작연도 2002년
"내가 지금 얼마나 센지 넌 모를 거다. 난 사랑에 빠졌거든." 사랑에 빠진 이를 강하게 만드는 핑크빛 힘! 남다른 사랑스러움을 보여주는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입니다. 7명의 누나에게 들들 볶이며 자란 남자 배리 이건(아담 샌들러)은 매사에 어마어마한 강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그의 삶에 레나(에밀리 왓슨)가 슥 발을 들여놓죠. 역대급 사랑이란 이런 걸까요? 이들이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헛웃음과 함께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안 보면 후회할 만큼 파워풀한 장면인 건 확실하죠.
세상에 완전히 온전한 사람은 없습니다. 이 영화 속 캐릭터들도 눈에 띄는 결함들을 지니고 있죠. 그러나 상대방의 구멍에 테이프를 하나둘 붙여주면서 빈 곳을 메워주는 것이 사랑인 것! 사랑스러움이 가루가 되어 폴폴 날리고, 코가 근질근질, 마음까지 간질이는 영화를 찾고 있다면 바로 이 영화입니다. 사실 중간중간엔 조금은 어지러울 수도 있어요. 심하게 몽환적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어떤 로맨스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색다른 사랑을 그리고 있다는 건 확신합니다. 색감과 OST 또한 환상이라는 점, 참고하세요! ▶<펀치 드렁크 러브> 바로보기
러브 미 이프 유 데어
감독 얀 사뮤엘 출연 기욤 까네, 마리옹 꼬띠아르 상영시간 93분 제작연도 2003년
폴란드인이라고 놀림당하던 소녀 소피(마리옹 꼬띠아르)에게 손을 내민 줄리앙(기욤 까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인생 친구가 됩니다. 둘 다 발칙한 장난을 좋아하거든요. 서로에게 골탕먹이는 재미로 인생을 살아가는 두 사람. 성인이 되어서도 어마어마한 내기 장난은 계속됩니다. 남녀가 이렇게 투닥거리며 지내는데 사랑이 빠질 수 없겠죠? 줄리앙이 나에게 하는 모든 건 다 장난뿐인 걸까, 소피는 언젠가부터 회의감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줄리앙은 소피의 마음을 반도 알아채지 못하죠.
<러브 미 이프 유 데어>가 매력적인 이유는 캐릭터들의 특성이 그들의 사랑에 그대로 반영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사는 인물들이에요. 속도 계기판이 시속 210km까지라면, 250km까지 밟고 나갈 인물들이죠. 절제란 1도 없는 두 사람의 사랑은 극과 극을 달립니다. 어마어마한 광기를 품은 것 같이 보이다가도, 이런 사랑이 또 어디 있을까, 엄청난 낭만을 선사하기도 하죠. 얼마 전 가십으로 화제에 오른 커플, 마리옹 꼬띠아르와 기욤 까네가 아니었으면 이런 케미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러브 미 이프 유 데어> 바로보기
라이크 크레이지
감독 드레이크 도리머스 출연 안톤 옐친, 펠리시티 존스, 제니퍼 로렌스 상영시간 90분 제작연도 2011년
<라이크 크레이지>는 오래된 연인이 있었다면 꼭 봐야 할 영화입니다. 제이콥(안톤 옐친)과 안나(펠리시티 존스)는 서로 너무나 사랑하는 커플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제이콥은 미국인이고 안나는 영국인이라는 거죠. 비자 문제로 학기를 마친 뒤 영국에 돌아가야 했으나, 제이콥과 함께 하기를 선택한 안나. 결국 그녀는 영국으로 추방당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순간의 실수로 몇 년 간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할 일을 하며 긴 시간을 견뎌갑니다. 이들이 다시 마주한다면, 예전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라이크 크레이지>는 연애의 막바지에 왔다면 지을 수밖에 없는 모든 표정들을 고스란히 담아 놓은 영화입니다. 분명히 느껴지는 이별의 기운을 애써 외면한 적이 있었던 모든 이에게 엄청난 공감을 선사하는 영화죠. 말하지 않아도 표정에서 읽히는 대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 핸드폰 키패드 위에서 주춤거리는 손가락들…. 모든 로맨스는 환상에서 시작해 현실로 끝을 맺습니다. <라이크 크레이지> 또한 마찬가지죠. 러닝 타임 내내 그 잔혹한 사실을 아주 선명하게 짚어내는 영화입니다. ▶<라이크 크레이지> 바로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코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