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호러 영화들이 있다. 하지만 영화 촬영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 하는 일이란 걸 명심해두자. 장르가 호러라 한들, 때에 맞춰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형성되기 마련. 영화 정보 사이트 IMDb가 모아놓은 호러 영화 비하인드 사진들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호러 영화 역사의 전설로 남은 <양들의 침묵> 속 한니발, <할로윈>의 마이클 마이어스, <그것>의 페니 와이즈는 촬영장 쉬는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IMDb의 갤러리에서 재미있는 사진을 골라 나열해봤다.


<에이리언>의 존 허트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모습. 존 허트의 얼굴을 입구로 삼아 그의 몸에 에일리언 유충을 밀어 넣었던, 노스트로모호 승무원들은 물론 관객까지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이 외계 생명체, 페이스 허거가 소품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후 존 허트는 영화사에 남을 드라마틱 한 죽음 신을 촬영하게 되는데…

호러 영화의 아이콘 처키가 빠질 수 없다. <사탄의 인형> 속 처키는 애니메트로닉스 기술로 탄생했다. 단순히 말해 영화 촬영을 위해 처키 로봇을 만든 것. 리모컨을 이용해 로봇을 작동시켰고, 처키는 약 50여 가지의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처키 인형을 들고 심드렁한 얼굴, ‘저 일하고 있어요’ 표정을 짓고 있는 이는 할리우드의 특수효과 제작자 하워드 버거. 그는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로 영국 아카데미와 오스카의 분장상 트로피를, <워킹데드>로 에미상의 특수분장상을 수상했다.

<죠스>의 출연 배우 로이 샤이더와 로버트 쇼, 리처드 드레이퓨즈. 역사에 남을만한 영화를 촬영했으니 이 정도의 인증샷은 기본이다.

위 사진보다 유명한 <죠스> 촬영장 비하인드 사진은 따로 있었으니. 죠스 모형의 입안에 누워 재롱을 부리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모습이다. 촬영장 보스 감독이라면 무시무시한 생명체도 제 맘대로 조련할 수 있는 것!

<캐리> 촬영장 속 씨씨 스페이식의 모습. 돼지 피 분장을 뒤집어쓴 채 활짝 웃고 있는 걸 보니 촬영이 끝난 이후 찍은 사진 같다.

<양들의 침묵> 속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킨스)도 먹고살아야 한다. 수감된 한니발 렉터를 연기 중인 안소니 홉킨스에게 조나단 드미 감독이 무언가를 먹여주고 있다.

입마개를 푼 한니발의 본성이 드러난 장면? 조나단 드미 감독을 한입에 먹어버리려는 듯한(...) 안소니 홉킨스의 포즈가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섬뜩한 것 같기도 하다.

조류 공포증을 지닌 이라면 사진만 봐도 현기증이 날 법한 현장. 새 떼의 마구잡이 대혼란 공격을 담은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 촬영엔 모형 새, 로봇 새, 훈련을 받은 실제 새가 투입됐다. 사진 속 현장에서 몇 스탭들이 그물망을 들고 있는 걸 보니, 이중 몇 마리는 실제 새인 모양. 없던 조류 공포증도 생길 법한 현장이다.

페니와이즈가 휴식을 즐기는 법. 드라마 <잇>(it)에서 페니와이즈를 연기한 팀 커리가 우산을 쓴 채 담배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이다. 분장한 그의 얼굴 위로 ‘으른’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듯하다.

<그것>(2017) 촬영 현장에서 페니와이즈를 연기한 빌 스카스가드는 아역 배우들과 일부러 거리를 뒀다. 아역 배우들의 두려운 감정을 실감 나게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드라마 <잇>의 팀 커리는 아역 배우들과 가깝게 지낸 모양이다. 생일 파티에 함께 참석한 피에로 아저씨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것>(2017) 촬영장에서 간식을 즐기고 있는 배우들. 이들이 먹고 있는 아이스크림의 비주얼을 보아하니,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초콜릿에 찍어 주는 맥*날드의 소프트아이스크림과 비슷한 디저트를 먹은 듯하다. 스탠을 연기한 와이어트 올레프(사진의 맨 왼쪽)가 든 컵을 보니 서*웨이의 음식도 먹은 모양. 사진만으로도 촬영장의 유쾌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오컬트 장르의 바이블, <엑소시스트> 촬영 현장.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린다 블레어에게 디렉션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저 계단에서 네가 몸을 뒤집은 채 내려오게 될 거야”라고 말하고 있으려나.

10월의 마지막 주에 보면 딱 좋을 호러 영화 <할로윈>. 닉 캐슬이 마이클 마이어스에게 닥터 페퍼를 제공하고 있다.

흔한_공포영화_촬영현장.jpg? <사탄의 인형>(2019) 현장 속 라스 클리프버그 감독과 브렌던 우에가마 촬영 감독이 카메라를 보며 무언가를 의논하고 있다. 그들의 옆에는 처키에게 고문을 당한 남성의 다리가 보이는데. 바닥에 발바닥이 완전히 닿지 않은 상태인 걸 보니 인간의 신체를 본떠 만든 촬영 소품인 것 같다. 그렇게 믿고 싶다.

촬영이 끝난 후 처키와 함께 인증샷. 끔찍한 소품들을 옆에 두고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다니. 호러 영화 촬영장 스탭들은 모두 강심장임이 분명하다.

<컨저링 2> 촬영 현장. 폴터가이스트 유령에게 빙의된 자넷이 공중부양하는 장면을 촬영 중이다.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자넷 역의 매디슨 울프.

천장을 바닥처럼 여기게 만들어주었던 폴터가이스트 유령의 장난. 자넷의 스파이더맨 빙의 장면은 거꾸로 방 세트에서 탄생했다. 트릭아트 전시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세트다.

저도 찍고 싶어요, 감독님. <그렘린>의 그렘린 퍼펫과 가족사진(!)스러운 기념사진을 촬영한 조 단테 감독.

저도 찍고 싶어요2. <그렘린> 시리즈 팬이라면 당장 가보고 싶을 <그렘린2-뉴욕 대소동> 촬영 현장. 어쩐지 소품실 같은 느낌을 전하기도 한다. 저 많은 기즈모 퍼펫 중 하나만이라도 방에 가져다 놨으면.

<나이트메어2-프레디의 복수> 촬영 현장. 프레디 크루거를 연기한 로버트 잉글런드가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의 옆에서 장난스레 그의 다리를 깨무는 시늉을 하고 있는 이는 특수효과 담당자 케빈 야거. 프레디 크루거만의 얼굴을 창조한 능력자다.

<나이트메어3-꿈의 전사> 촬영을 앞둔 프레디 크루거, 아니 로버드 잉글런드의 모습. 활짝 웃고 있어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로 변신 중인 보리스 칼로프와 그의 분장을 담당한 잭 P. 피어스. 단역이었던 보리스 칼로프가 이 영화를 통해 단숨에 할리우드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건, 호러 영화의 아이콘이 된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의 이미지를 탁월하게 구현해낸 메이크업 아티스트 잭 P. 피어스 덕분이다. 잭 P. 피어스는 해부학과 장례 관습까지 고려해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 분장을 만들어냈다.

일본 특촬물의 시초에 선 작품 <고질라>(1954) 촬영 현장. 고지라 슈트를 입은 테즈카 카츠미와 주연을 맡은 코치 모모코가 함께 촬영한 사진이다. 코치 모모코에게 팔짱을 끼고 양산을 든 고지라의 모습이 꽤 귀엽다.

<이블데드2> 촬영 현장에서 브루스 캠벨에게 디렉션을 주고 있는 샘 레이미 감독. 고등학교 연극반에서부터 동고동락했던 두 사람은 <이블데드> 시리즈를 통해 할리우드 중심에 입주했다.

감독님에게 애나벨은 그저 소품일 뿐. 그녀의 촬영 각도를 잡아주고 있는 <애나벨: 인형의 주인>의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

<더 위치> 촬영장에서 슬레이트를 치고 있는 안야 테일러 조이. <더 위치>는 그녀의 첫 주연 영화다.

<유전> 촬영장에서 밀리 샤피로에게 디렉션을 전하는 아리 에스터 감독. <유전>은 밀리 샤피로의 존재감을 언급하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영화다. 앞일을 예측할 수 없는 무기력한 표정 하나로 극장의 관객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천재 아역. 그 무시무시한 연기를 눈앞에서 보는 기분은 어땠을까?

말 그대로 미친(...) 파티, <미드소마> 속 미드소마 축제 숙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배우들과 감독. 영화의 분위기와 달리 매우 평화로워 보인다. 왼쪽부터 미드소마 파티 초청자 펠레 역의 빌헬름 브롬그렌과 주인공 대니 역의 플로렌스 퓨, 그리고 아리 에스터 감독.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