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옷에 하얀 수염, 넉넉한 웃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그분. 산타클로스는 평화롭고 친근한 이미지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오랜 시간 사랑받으며, 각종 영화와 드라마, 광고 등 대중문화에 끊임없이 등장해왔다. 슈퍼히어로 코믹스도 예외가 아니다. 슈퍼히어로와 산타클로스라니,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이질적인 캐릭터의 만남은 독특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마블과 DC 코믹스에 등장하는 산타클로스(이하 ‘산타’)는 어떤 모습인지 소개한다.
산타클로스의 정체
산타의 유래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데, 지금의 터키 지역의 성직자였던 성 니콜라스가 모티브가 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마블 코믹스에서도 이런 유래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대신 전해지는 모든 설을 포괄하여 그 선행과 희망의 정신이 실체화된 존재로 규정한다.
DC 코믹스에서 마법사 존 콘스탄틴은 산타의 정체가 성 니콜라스라고 단언한다. 그는 성 니콜라스의 유해를 발견하고 영국으로 가져가 의식에 사용하는데, 이때 공항 세관에서 걸리지 않기 위해 유골을 가루로 갈아서 비료라고 속이고 밀반입한다. 하지만 콘스탄틴의 말은 공식 설정이라기보다 단지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산타의 능력
슈퍼히어로 코믹스에 등장하는 산타는 마블과 DC 모두 보통이 아닌 초월적 존재로 묘사된다. 공통적으로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감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루돌프를 포함해서 썰매를 끄는 순록이 여덟 마리 정도 있으며, 거의 무제한의 선물을 담을 수 있는 선물 자루를 가지고 다닌다. 결혼을 해서 아내도 있다.
마블은 크리스마스이브에 힘이 더욱 강해진다는 설정을 더한다. 예를 들면, 12월 24일에 엑스맨이 사상 최고로 강력한 뮤턴트를 감지하고 가보니 산타였다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DC에서 산타는 아주 강력한 마법사로 그려진다. 착안 어린이에게는 선물을 주고 악인에게는 석탄 덩어리를 나눠주는데, 석탄이 자신감과 의욕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산타는 매년 DC의 최강(혹은 최악) 빌런으로 불리는 다크사이드에게 석탄을 배달한다.
산타와 빌런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는 산타를 체포하는 만행을 저지르는데,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의 명령으로 캡틴 아메리카와 버키가 구조 임무를 벌인다. 훗날엔 히틀러의 복제인간이 뉴욕을 공격하려는 것을 산타가 직접 막아내고, 뮤턴트들을 도와 아이들을 납치하려는 빌런들과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산타의 선행은 빌런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때도 있다. 어느 해인가 산타가 닥터 둠에게 선물을 주려다 다치자, 책임감을 느낀 닥터 둠이 산타 대신 장난감 배달에 나선다.
DC의 강력한 마법 빌런 블랙 아담은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 칸다크의 한 어린이가 산타로부터 선물을 받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자, 북극으로 향한다. 엘프와 트롤의 군대를 물리치고 산타와 결투를 벌여 제압한 뒤, 자신이 석탄을 받아도 좋으니 칸다크에 있는 모든 어린이에게 선물을 줄 것을 요구한다.
산타의 다양한 모습
DC의 한 에피소드에서 산타는 북극 제국을 다스리는 무자비한 독재자로 나온다. 그의 라이벌 부활절 토끼는 산타를 암살하고자 은하계 현상금 사냥꾼 로보를 고용하고, 그는 제국의 사나운 엘프 군단을 물리치고 산타와 결투를 벌여 목적을 달성한다.
마블의 산타가 인피니티 건틀렛을 착용하는 이야기도 있다. 순록들이 변신 외계 종족 스크럴로 바꿔치기당하자, 지구의 히어로들에게 인피니티 건틀렛을 빌려달라고 부탁한다. 장난감을 배달할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타가 건틀렛의 힘에 취해 미쳐버리는 바람에 히어로들은 되려 그와 싸워야 했다. 싸움이 끝난 후, 토니 스타크는 제정신을 차린 산타가 선물을 배달할 수 있도록 로봇 순록을 제공한다.
산타는 한동안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쁜지 알아내는 능력을 이용해 탐정으로 활약하기도 한다. 이때 헐크의 사촌 쉬헐크에게 반하는 바람에 부인이 엄청 화를 내기도. 이 밖에도 산타의 적수 안티클라우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버전도 있고, 산타의 아들이 등장하여 후계자가 되는 이야기도 있다.
에그테일 에디터·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