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영원의 문에서>

또 한편의 반 고흐 영화가 개봉한다.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굴곡이 심한 삶을 살아온 비운의 천재 화가로 미디어에서 다루기 좋아하는 실존 인물 중 하나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고흐가 프랑스 남부 아를로 떠난 후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생 레미에서 마지막 나날을 보내기까지의 시간을 담았다. 이 작품에서 윌렘 대포는 자신의 귀를 자르며 불행의 끝을 달린 고흐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고흐, 영원의 문에서> 개봉을 맞아 여러 영화들에서 고흐로 분했던 배우들을 한데 모았다.


명배우의 명연기로 탄생한 고흐

<열정의 랩소디>(1956) 커크 더글라스

고흐를 다룬 영화로 가장 유명한 <열정의 랩소디>는 어빙 스톤의 소설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화가가 되기 전 혼돈의 시간을 보냈던 반 고흐의 청년기부터 광기로 점철된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을 드라마틱 하고 화려하게 묘사했다. <열정의 랩소디>에서 고흐를 연기한 배우는 마이클 더글라스의 아버지로도 유명한 커크 더글라스다. 그는 고흐 역할을 소화해내기 위해 프랑스 화가로부터 연기 지도를 받기도 했으며,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촬영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서도 고흐의 붉은 수염과 의상을 그대로 입고, 또 고흐의 전기를 밤낮없이 읽으며 역할에 빠져들었다. 덕분에 그는 종교적 열정이 가득했던 청년기의 선량한 모습부터 화가가 되어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준 말년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이 작품으로 그는 골든 글로브상을 품에 안았다.


황폐하고 처연한 고흐의 얼굴

<반 고호>(1991) 자크 뒤트롱

<열정의 랩소디>가 고흐의 전기를 그렸다면, <반 고호>는 그가 정신적으로 가장 피폐했던 마지막 나날들을 그린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모리스 피알라 감독은 개인적으로 고흐를 좋아하던 프랑스의 화가 겸 감독으로, 다소 느린 템포와 건조한 시선으로 그의 일상을 잡아낸다. 영화는 1890년 5월 그가 휴양을 위해 프랑스의 오베르로 떠나며 시작해 그곳의 하숙집에서 3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며 끝난다. 이 작품에서 고흐의 처연한 얼굴을 보여준 배우는 프랑스 출신의 가수 겸 배우 자크 뒤트롱이다. 그는 깊은 영혼의 갈증과 허무로 끝내 황폐해져 더 이상 붓을 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는 고흐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듬해 이 작품으로 세자르영화제에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흐의 조국에서 만들어진 그의 얼굴

<반 고흐: 위대한 유산>(2013) 바리 아츠마

<반 고흐: 위대한 유산>은 고흐가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네덜란드에서는 4부작 드라마로 방영되었고, 이를 엮어 편집해 국내에서 2013년 개봉했다. 영화는 아버지를 따라 목사가 되려고 했던 고흐가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며 시작된다. 이후 동생 테오의 권유에 따라 예술의 도시 파리로 떠나고, 그의 인생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 폴 고갱을 만난 후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이 작품에서 고흐로 분한 배우는 영국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활동 중인 바리 아츠마다. 그는 고흐가 몹시도 사랑했던 거리의 여자 시엔을 만나던 장면, 폴 고갱과의 말다툼 후 자신의 귀를 자르고 후에 스스로 정신병원 찾아가 입원하는 장면 등 매 장면 마치 고흐에 빙의한 듯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스크린에 살아난 듯 생생한 고흐의 얼굴

<고흐, 영원의 문에서> 윌렘 대포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미국의 신표현주의 화가이자 영화 <잠수종과 나비>로 제6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줄리언 슈나벨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감독은 자신이 화가 출신인 만큼 고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밝혔으며 또한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동안 고흐의 삶을 체험하게끔 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말처럼 고흐의 작품과 그 작품의 배경이 되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을 스크린에 가감 없이 담아냄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고흐의 불안한 마음을 표현하듯 그의 시선이 담긴 장면은 핸드헬드 기법으로 표현했다. 영화는 고흐가 폴 고갱(오스카 아이삭)의 권유로 프랑스 남부의 작은 시골 마을 아를로 떠난 후 그곳에서 불행한 말년의 삶을 마칠 때까지의 시간을 그린다. 이 작품에서 윌렘 대포는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같이 불안정한 고흐의 얼굴을 그려낸다. 매 작품 연기력을 갱신하는 윌렘 대포는 이 작품을 통해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볼피컵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번외 1. 시간 여행을 떠난 고흐

<닥터 후> 토니 커렌

영국의 유명 드라마 <닥터 후>에서도 고흐를 다룬 바 있다. 다섯 번째 시즌의 <Vincent and the Doctor> 에피소드에서는 고흐를 현대 시대의 미술관으로 데려와 그의 작품이 이렇게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며 위대함을 알려주는데, 영상미와 작품을 잘 접목시켜 시즌 중 가장 호평을 받은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해당 작품에서는 스코틀랜드의 배우 토니 커렌이 고흐 역할을 맡았다. 푸른 눈동자부터 수염 난 모습까지 똑 닮았을 뿐 아니라, 고흐 역할에 대한 애정도 대단했다고 한다.


+번외 2. 천재 역할 전문 배우의 고흐

<반 고흐: 페인티드 위드 워즈>(2010) 베네딕트 컴버배치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제목에서 미루어 볼 수 있듯 고흐가 생전에 남긴 단어들, 즉 편지의 기록을 토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또한 고흐를 포함해 그의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재현해내는 방식으로 그가 살아온 인생을 담아낸다. 여기서 고흐로 분한 배우는 바로 베네딕트 컴버배치다. 천재 역할 전문 배우로서 빠졌다면 아쉬웠을 배역. 붉은 머리칼의 베네딕트가 다소 낯설어 보이긴 하지만 언제나처럼 연기력으로 커버해낸다.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B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