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이해 수많은 이들이 올해의 영화 리스트를 뽑는다. 최고의 영화들을 뽑는 것도 의미 있지만 이번 기획은 영화의 재미나 완성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조명 받은 작품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이 가운데 미처 극장에서 보지 못한 작품이 있다면 올해가 지나기 전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아래 소개한 영화들은 네이버 시리즈에서 다운로드할 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즉시 할인 쿠폰이 지급된다. 12월 27일(금)부터 1월 3일(금)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Ⅰ감독 배리 젠킨스 출연 키키 레인, 스테판 제임스
Ⅰ국내 미개봉작 Ⅰ다운로드
장편 데뷔작 <문라이트>를 통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배리 젠킨스의 두 번째 영화. 개봉을 기대했으나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정식 극장 개봉되지 않아 의아했다. <문라이트>에 이어 인종 차별 관련 소재를 다뤘다. <문라이트>와 비교해보자면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이 좀 더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제목만으로도 시적인 느낌의 <문라이트>에 비해 더 직접적이지 않은가. 제임스 볼드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1970년대, 흑인이라는 이유로 겪는 차별과 편견을 고발한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강간 용의자 누명을 쓴 남자와 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여자친구와 그녀의 가족들의 분투. 한 편의 사회 고발 드라마 같지만 영화가 빛나는 순간은 의외로 남녀 주인공의 멜로를 그린 장면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였다가 성장한 남녀가 어느 순간 사랑에 빠져 막 연애를 시작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담겼다. 설렘의 순간들을 파고들어 현실이 더욱 냉혹하게 느껴지게 한다.
아사코
Ⅰ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출연 히가시데 마사히로, 카라타 에리카
Ⅰ2019. 3. 14 개봉 Ⅰ관객수 15,030명 Ⅰ 다운로드
단숨에 사랑에 빠진 남녀. 어느 날 남자가 말도 없이 떠나고 여자의 앞에 첫사랑을 꼭 빼닮은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난다. 얼굴은 닮았지만 전혀 다른 성향의 두 남자. 여자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던 첫사랑과는 불안하지만 뜨거운 연애를, 후에 만난 남자와는 조심스럽게 안정적인 연애를 이어간다. 이러한 스토리와 히가시데 마사히로, 카라타 에리카의 캐스팅은 얼핏 뽀샤시하고 귀여운 일본 청춘물 혹은 현실적인 연애담을 그린 영화일 것이라 짐작하게 한다. <아사코>의 매력은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데 있다. 똑같은 얼굴의 남자와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진다는 뻔한 연애 드라마 설정 아래 불친절할 정도로 예상치 못한 장면 전환 연출이 당황하게 하고 긴장감을 형성해 묘한 매력을 풍긴다. 장면에 다양한 은유를 담아 아사코(카라타 에리카)의 개인적 감정선의 의미를 점차 확장시키는 장면들도 흥미롭다.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후보작에 올랐으며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 출연으로 한국 관객에게 얼굴을 알린 카라타 에리카 주연작이다.
미드 90
Ⅰ감독 조나 힐 출연 서니 설직
Ⅰ2019. 9. 25 개봉 Ⅰ관객수 20,475명 Ⅰ 다운로드
점점 유행이 빨리 변한다고 하지만 올해 꽤 오래 지속되고 있는 유행이 있으니 바로 ‘레트로’다. 특히 1990년대는 여전히 핫하다. 그 시절 노래, 영화가 재조명 받기도 하고 그 시절의 감성을 입힌 새로운 노래, 영화, 스타일들이 전 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이 영화는 제목부터 정직하게 90년대를 이야기할 것을 말한다. <미드 90>은 90년대 청춘을 보낸 세대들에겐 공감을 자아내고 레트로 컨셉을 좋아하는 2000년대생들에겐 힙한 감성으로 느껴질 영화다. 그 사이 어디쯤 세대인 필자에겐 어린시절 영어회화 교재 속에 삽입돼있던 미국 청소년들이 담긴 사진들을 떠올리게 한 영화였다. 한 소년이 남자아이에서 청소년이 되던 시절, 스케이트보드를 끝내주게 잘 타는 형들을 만나 어울리며 그들을 동경하고 함께 일탈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일탈의 경중에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성장하며 겪는 감정들을 긍정·부정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날것 그대로 옮겼다.
지구 최후의 밤
Ⅰ감독 비간 출연 탕웨이, 황각
Ⅰ2019. 7. 25 개봉 Ⅰ 관객수 5,967명 Ⅰ 다운로드
<지구 최후의 밤>은 개봉 당시 턱없이 적은 상영관 때문에 극장에 6000명도 채 들지 못했지만 시네필들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입소문 났던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누군가의 꿈속에 들어간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 오프닝 장면, 한 남자가 잠에서 깨어나 잊어야겠다고 결심할 때마다 어떤 의문의 여자가 꿈에 나온다고 이야기한다. 이후 한 남자가 영화는 과거에 만났던 그 의문의 여자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린다. 스토리만으로 이 영화를 소개하기엔 역부족이다. 이 영화의 색다른 매력은 다른 영화에서 쉽게 보기 힘든 촬영 기법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1시간 7분 즈음부터 쇼트를 끊지 않고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장면이 눈에 띈다. 촬영 방식도, 줄거리도 난해해 관람하기 쉬운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세계의 비평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젊은 중국 감독 비간의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장면들이 궁금하다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한 영화다. 이동진 평론가가 5점 만점을 준 영화기도 하다.
미성년
Ⅰ감독 김윤석 출연 염정아, 김소진, 김혜준
Ⅰ2019. 4. 11 개봉 Ⅰ 관객수 293,258명 Ⅰ 다운로드
드라마, 예능, 영화까지 올 한 해 누구보다 바쁘게 보낸 염정아와 몇 년 사이 충무로의 주목을 받던 배우 김소진, 두 명의 신인 여배우 김혜준, 박세진이 주연을 맡았다. 한국영화에서는 다소 보기 힘든 조합의 여성영화다. 그 사이에서 김윤석이 기꺼이 지질한 남자 캐릭터를 자처했다. <미성년>은 감독 김윤석의 첫 연출작이다. 그간 선 굵은 영화에 주로 출연해왔던 김윤석의 영화들을 떠올려보면 의외다. 영화 속 두 모녀는 참 지저분하게 엮였다. 주리(김혜준)의 아빠 대원(김윤석)이 주리의 같은 학교 학생 윤아(박세진)의 엄마와 바람이 났던 것. 어른들의 관계에 졸지에 휘말려버린 주리와 윤아는 여러 상황들을 겪으며 이상하게도 함께 연대하게 된다. <킹덤>으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던 배우 김혜준을 비롯해 모든 배우들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올 한해 누구보다 주목받았던 이정은의 깜짝 출연 장면응 짧지만 강렬하다. 또한 엔딩 장면은 (어떤 의미로든) 굉장히 인상적이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