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는 총 8편이다. 2018년의 10억 달러 돌파 영화는 5편, 2017년과 2016년의 10억 달러 돌파 영화는 4편. 이전 해에 비해 전 세계 극장이 많은 관객으로 붐볐음을 알 수 있다. 흥행도 흥행이지만, ‘찐’ 흥행은 제작비와 흥행 수익을 비교해봐야 알 수 있는 법. 씨네플레이는 이전 제작비 대비 폭망한 올해의 영화들(클릭)을 나열한 바 있다. 이번엔 제작비 대비 몇 배, 의미 있는 흥행 수익을 올린 영화 10편을 모았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제작비 $90,000,000

월드와이드 $372,353,736

약 4배 흥행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가 만났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게다가 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 전 세계 시네필이 극장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커리어 사상 최고 오프닝 성적을 거둔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는 전 세계에서 약 3억 7235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제작비 9천만 달러의 4배를 조금 넘긴 금액이다. 1960년대 할리우드를 향한 타란티노식 낭만 어린 러브레터를 담은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의 개봉 시기는 올해 7월. <라이온 킹>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등 각종 프랜차이즈 시리즈 속편,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이 영화의 경쟁작이었다. 박 터지는 여름 시즌에 거둬 더 의미 있는 흥행 성적. 이 영화의 흥행이 유난히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존 윅 3: 파라벨룸

제작비 $75,000,000 (추정)

월드와이드 $326,709,727

약 4.3배 흥행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시리즈는 첫 작품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두기 마련이다. <존 윅> 시리즈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월드와이드를 기준으로 1편에서 8601만 달러의 성적을, 2편에서 1억 7153만 달러의 성적을 거둔 <존 윅> 시리즈. 전편에 비해 판이 커진 <존 윅3: 파라벨룸>은 무려 3억 267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제작비의 4.3배에 다다르는 수익이다. 할리우드 액션 장르의 수준을 높인 <존 윅> 시리즈의 명성을 체감할 수 있는 부분. 3편이 개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라이언스게이트는 존 윅의 네 번째 이야기 제작에 청신호를 켰다. 박력 반 절도 반,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존 윅의 액션은 2021년 다시 관객을 찾아올 예정이다.


로켓맨

제작비 $40,000,000

월드와이드 $195,179,299

약 4.8배 흥행

<킹스맨> 시리즈의 태런 에저튼이 팝의 전설 엘튼 존으로 변신한 영화 <로켓맨>. 개봉 전 제2의 <보헤미안 랩소디>로 불리기도 했으나…! 국내 개봉 후 <로켓맨>은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고, 조용히 스크린에서 퇴장해야 했다. 중요한 건 북미에선 상황이 달랐다는 것. <로켓맨>은 북미에서 9636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뒀다. 월드와이드 성적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버라이어티>는 <로켓맨>이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을 올린 데 대해, “프랜차이즈 시리즈 작품으로 포화 상태인 극장가에 환멸을 느낀 관객들이 <로켓맨>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라딘>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즈>와 같은 대형 작품과 힘겨루기를 한 <로켓맨>은 개봉 이후 6주 동안 박스오피스 10위권 내 자리를 지켰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

제작비 $79,000,000 (추정)

월드와이드 $472,093,228

약 6.2배 흥행

제작비의 20배에 다다르는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영화 <그것>. <그것: 두 번째 이야기> 역시 만족할만한 흥행 성적을 거뒀다. 전 세계에서 거둬들인 수익이 약 4억 7209만 달러. 제작비 6배 이상의 흥행 수익을 거둔 셈이다. 다소 저조한 로튼토마토 지수나 16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관객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R 등급의 영화라는 점, 시사 직후 쏟아진 극명한 호불호의 평가까지. <그것: 두 번째 이야기>가 지닌 좋지 않은 조건을 고려해본다면 더 의미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성적. 게다가 올해 호러 영화 박스오피스 흥행 1위 자리까지 꿰찼으니, 여러모로 전작의 명성을 이었다고 봐도 좋겠다.


라이온 킹

제작비 $260,000,000

월드와이드 $1,656,713,458

약 6.3배 흥행

<버라이어티>는 이 영화의 흥행 성적을 두고 이렇게 썼다. “Can you count the money tonight?”(오늘 밤 돈 좀 세어줄래?) 극 중 심바(도널드 글로버)와 날라(비욘세)가 부르는 곡, ‘캔 유 필 더 러브 투나잇’(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을 빗댄 말일 테다.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원작 삼아 100%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시각효과로 제작된 <라이온 킹>엔 디즈니 스튜디오 사상 최고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라이온 킹>은 전 세계에서 그 제작비의 6.3배에 다다르는 흥행 수익, 약 16억 5671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어른들, 그리고 이 고전 이야기를 CGI 버전으로 새롭게 만나볼 어린 관객까지 타깃층으로 삼은 디즈니의 셈이 들어맞은 결과다. <라이온 킹>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이어 올해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최고 흥행 2위 자리에 올랐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제작비 $160,000,000

월드와이드 $1,131,927,996

약 7배 흥행

피터 파커(톰 홀랜드)의 수학여행 로맨스 겸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나기의 과정이 담긴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톰 홀랜드의 두 번째 스파이더맨 영화는 제작비 대비 7배에 다다르는 흥행을 이뤘다.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돈이 약 11억 3192만 달러. 이로써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흥행 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한 최초의 스파이더맨 영화가 됐다. 소니 픽처스의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기록한 영화가 되었다는 점도 기억해둘 만하다.


허슬러

제작비 $20,000,000

월드와이드 $156,554,881

약 7.8배 흥행

뉴욕의 월스트리트를 주름 잡았던 스트리퍼들의 통쾌한 한 탕. <허슬러>는 2015년 뉴욕 매거진에 기고된 칼럼, ‘더 허슬러스 앳 스코어스’(The Hustlers at Scores)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개봉 당일부터 심상치 않은 흥행 조짐을 보였는데, ‘올해의 기대작’ 타이틀을 달고 있었던 영화 <그것: 두 번째 이야기>를 제치고 1위로 데뷔한 것.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후 얻은 호평이 박스오피스에 반영된 결과다. <허슬러>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억 5655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둬들였다. 제작비의 7.8배에 해당하는 흥행. 여러 매체가 꼽은 ‘올해 꼭 봐야 할 영화’ 리스트에 단골손님으로 이름을 올리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어스

제작비 $20,000,000

월드와이드 $255,105,930

약 12.7배 흥행

전 세계에서 센세이션한 반응을 이끌어냈던 <겟 아웃>. 이후 관객이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스릴러를 기대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블룸하우스와 조던 필 감독은 또 한 번 일을 냈다. 조던 필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어스>는 제작비의 약 12.7배에 다다르는 흥행 수익을 거뒀다. 평화로운 휴가지를 급습한 도플갱어들과 사투를 벌이는 한 가족의 이야기. 기발하고 참신한 데다 명징한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은 <어스>에 대한 호평은 전 세계 관객에게 입소문으로 퍼져나갔고, 이 현상은 고스란히 박스오피스에 반영됐다. <어스>는 <그것: 두 번째 이야기>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많은 수익을 올린 공포 영화가 됐다.


조커

제작비 $55,000,000

월드와이드 $1,062,994,002

약 19배 흥행

토드 필립스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가 만들어낸 역대급 조커. 그가 미친 듯이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코믹스 영화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것도 모자라, DC의 미치광이 빌런을 삶에 지친 군중의 얼굴로 재해석한 <조커>. 극도로 어둡고 황량한 분위기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신드롬적인 인기를 자랑한 이 영화는 제작비 대비 무려 19배에 다다르는 성적을 거뒀다.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이 10억 6299만 달러. R 등급 영화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성적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제작비 $356,000,000

월드와이드 $2,797,800,564

약 7.8배 흥행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지난 12년간 팬들을 울리고 웃겼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인피니티 사가’, 그 정점의 역할을 했다. 올해 전 세계 가장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기록한 흥행 수익은 약 27억 9780만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3조 2571억 원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지난 10년 동안 지키고 있던 역대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탈환해 더 의미가 큰 기록. 제작비와 비교해봤을 때에도 큰 이익을 남긴 흥행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제작비를 들인 영화다. 제작비만 3억 5600만 달러. 앞서 언급한 <어스> <존윅 3: 파라벨룸> 등의 월드와이드 수익을 뛰어넘는 액수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이 제작비의 7.8배에 다다르는 흥행 수익을 거뒀다. 여러모로 거대하고 엄청난 기록. 진정한 피날레란 이런 것이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