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멀미 증후군을 가진 토쟁이 만복(심은경)은 딱히 하고 싶은 것도, 크게 되고 싶은 것도 없는 17살 여고생이다. 차, 오토바이, 배, 경운기, 소 등 온갖 탈 것이란 건 다 타봤지만, 타기만 하면 토를 해대는 통에 왕복 4시간 거리의 학교를 걸어다니는 '평범한' 17살 소녀.

그러다 '꿈과 열정'을 사랑하는 담임 선생님(김새벽)의 눈에 띄어 얼떨결에 육상부에 들어가게 되고, 걷기에 능통한 만복은 경보를 시작한다. 공부는 싫고, 운동은 쉬워 보이고, 예체능이라 수업시간에 자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고, 남들에게 육상부라고 하면 좀 있어 보이고. 처음 경보를 시작한 만복의 마음은 딱 이 정도였다.

하지만 남들은 죽을 각오로 하는 일을 그 정도 마음가짐으로 하는데, '목숨 걸고' 하는 선배의 눈에 만복이 이뻐 보일 리 없다. 일명 '수파르타' 선배 수지(박주희)는 뭐든 적당히 하고 넘어가려는 만복의 정곡을 찌르고, 이는 만복이 경보에 애착을 갖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 끝에! 인천 대표로 전국체전에까지 출전하게 되는데.. 뜨든..!!

줄거리만 보면 만복이 경보에 도전하는 청춘 스포츠 성장 드라마 영화같지만, 뜯어보면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청춘들에게 요구하는 패기, 열정, 간절함 같은 이야기가 무책임하다고 느꼈다. 꿈이 없어도 괜찮고, 적당히 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감독의 의도에 맞게, 영화는 만복을 통해 '조금 느려도 괜찮아' 하고 우리에게 위로를 건넨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고! 자, 그럼 이쯤에서 신박한 스토리가 기대되는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5가지를 알아보자!


독립 영화계 스타들의 출연

김새벽: 초긍정 마인드 '담임'

'꿈과 열정'을 사랑하고 학생들에게 그걸 강요하는 초긍정 마인드 담임선생님! 만복을 경보의 세계로 이끄는 장본인 담임을 연기한 김새벽은 지난여름 <한여름의 판타지아>로 단숨에 독립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얼굴로 떠오른 배우다.


허정도: 육상부 '코치'

만복이 들어간 육상부의 코치. 육상부보다는 만복의 담임에게 더 관심이 많다. 흑심 가득 코치를 연기한 배우 허정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연극계에서 꾸준히 쌓아온 연기력으로 최근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기억> <W>에 출연했다.


박주희: 육상부 에이스 '수지'

마라톤 선수였다가 부상으로 인해 경보로 전향한 육상부 '수파르타' 선배 수지는 <마녀> <거인>을 비롯해 2009년부터 크고 작은 영화에 출연한 준비된 신예 박주희가 연기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굿와이프>에 출연하였으며, 방송 예정인 드라마 <내일 그대와>에 캐스팅되었다.


윤지원: 만복이 짝꿍 '지현'

"청춘이라면 꿈과 열정을 가져야지!" 하는 담임의 말에 "공무원 돼서 칼퇴하고 집에서 맥주나 마시며 살래요"라고 답하는 현실주의자 지현. 그녀는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손민수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알렸으며, 현재 드라마 <판타스틱>에 출연 중이다.


안승균: 육상부 정리담당 '정돈'

10살 때부터 육상을 했지만 육상보다는 청소에 소질이 있는 정돈을 연기한 배우는 안승균이다. <걷기왕>으로 영화에 데뷔한 그는 사실 연극계에서 알아주는 실력파 신인이다. 올해 초 600:1의 경쟁률을 뚫고 연극 <렛미인>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바 있다.


이재진: 만복의 첫사랑 '효길'

힙합정신으로 무장한 중국집 배달부이자 만복의 첫사랑 효길. '열정적으로 살다가 27살에 멋지게 죽는 게 꿈'인 그는 FT아일랜드의 멤버 이재진이 연기했다. 드라마 <못말리는 결혼>, 웹드라마 <아부쟁이 얍!>에 출연했으며, 이번에 <걷기왕>을 통해 첫 영화 연기에 도전했다.


깜짝 카메오들

오두리


만복의 집으로 가정방문을 왔던 담임선생님과 헤어지는 버스 정류장에 '오두리'라는 지명이 등장한다. 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맞다! '오두리'는 바로 <수상한 그녀>에서 심은경이 연기한 캐릭터 이름! 그리고 실제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존재하는 지명이다.


<출중한 여자> 윤성호 감독

담임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책 <꿈과 열정, 가난을 이긴 성공의 비결>의 저자로, 웹드라마 <출중한 여자> 시리즈와 <출출한 여자> <오늘영화> 등을 연출한 윤성호 감독이 책 표지를 통해 출연한다.


소순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극의 흐름을 책임지는 소순이의 내레이션. 심은경의 추천으로 소순이 목소리 연기에 도전했다는 이 배우는 소와 어울리는 맑은 눈망울을 소유하고 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 배우, 하지만 스포방지를 위해 쉿! 누군지 궁금하다면 #태그를 확인!


오프닝&엔딩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단편 애니메이션 <잘 자, 좋은 꿈꿔!>로 데뷔한 감독의 장기를 살려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오프닝 크레딧과 각 막을 나누는 화면을 아기자기하게 구성하여 마치 동화책을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중독성 갑 BGM

셀린 디온 'My heart will go on'(<타이타닉> OST)

<타이타닉> OST로 유명한 셀린 디온의 'My heart will go on'이 담임선생님의 대책 없는 진로 설계와 함께 어설픈 리코더 연주로 흘러나온다. 정말 '어설픈' 연주에 음이탈이 계속되는데도 묘하게 중독되는 브금!


효길의 <고백송>

만복의 첫사랑 효길이 만든 자작곡 <고백송>. "널 처음 만나고 난 아무 말 못했지, 난 마치 펑크 난 오토바이 같지. 내 이름은 정 to the 효길 23살 싱글, 내가 지금 비록 배달이나 하지만 널 향해 스트레이트하게 달려갈 거야." 허세 뿜뿜한 가사의 이 노래를 열창하는 효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엔딩송

영화가 끝나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 것! 엔딩송을 듣지 않고 나온다면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긴 것이 아니다. 물론 위의 링크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듣는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새롭지 않으면.. 어..어떡하지.)


병맛 개그 코드

이 영화의 개그 코드를 두 글자로 표현하라면 이렇게 말하겠다. 병.맛. 담임선생님의 지나친 긍정 마인드로 인해 만들어지는 상황이나 육상부 코치가 툭툭 던지는 농담, 소순이의 반전, 그리고 멀미약에 취한 만복이 거대 공룡을 보는 것 등 병맛 코드로 무장한 웃음 유발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 숨어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