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고 싶을 때 어떤 선택 기준이 있나요? 그냥 시간 맞는 영화를 볼 수도 있고 애인이나 친구가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볼 수도 있지만 ‘영화 좀 본다’ 하시는 분들은 평점·별점을 확인하실 겁니다. 오늘의 주제는 영화의 평점·별점입니다.

로튼토마토 첫 페이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영화 평점 사이트는 미국의 로튼토마토(www.rottentomatoes.com)입니다. 번역하면 썩은 토마토죠. 줄임말을 좋아하는 분들은 ‘썩토’라고도 합니다. 로튼토마토의 영화 평점은 토마토의 신선도 즉 프레시(Fresh) 로튼(Rotten)으로 구분합니다. 평가가 좋은 영화는 빨간 토마토 아이콘으로, 평가가 좋지 않은 영화는 썩어버린 초록색 토마토 아이콘으로 표시합니다.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의 프레시(왼쪽)와 그렇지 않은 영화의 로튼 아이콘.

여기까지는 로튼토마토에 한번이라도 접속해보신 분들은 다 아는 겁니다. 로튼토마토 지수를 어떻게 계산하는지 좀더 알아보겠습니다. 로튼토마토는 1998년 미국 평론가들의 평가를 모아놓은 사이트로 출발했습니다. 토마토를 이용한 것은 예전에 공연을 보던 관객들이 연기력이 나쁜 연기자에게 토마토를 던진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로튼토마토의 특징은 전문가들의 리뷰가 우선이라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의 평점과 일반 관객의 평점이 같이 같이 공개되고 있지만 관객 평가는 토마토로 표시하지 않습니다. 팝콘으로 표시합니다. 낮은 평가의 영화는 팝콘통이 쓰러지게 됩니다.

토마토미터(TOMATOMETER) 즉 토마토지수는 전문가의 평점으로만 산출됩니다. 언론매체의 리뷰를 통해 토마토지수를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한 영화에 100편의 리뷰가 나왔을 때 100편 모두 좋은 평가를 하면 100% 토마토지수가 되는 식입니다. 위에 설명한 프레시/로튼 아이콘이 달라지는 건 토마토지수 60%가 기준입니다.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에 대한 올 크리틱과 톱 크리틱의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토마토지수에는 또 한 가지 재미난 것이 있습니다. 올 크리틱(All Critics)과 톱 크리틱(Top Critics)이 따로 존재한 겁니다. 톱 크리틱은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유명 평론가, 언론의 리뷰를 뜻합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이하 <설리>)을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올 크리틱에서 <설리>의 토마토지수는 82%입니다. 톱 크리틱에서는 78%로 조금 떨어지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톱 크리틱 리뷰에는 <할리우드 리포터>의 토드 맥카시, <롤링스톤>의 피터 트래버스 등 유명 평론가의 이름이 보이네요.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보증 마크.
로튼토마토에서는 신선도 보증(Certified Fresh)이라는 표시도 있습니다. 신선도 보증의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토마토지수 75% 이상 2. 최소 5명의 톱 크리틱을 포함한 평론가 40명(제한적인 상영) 혹은 80명(와이드 릴리즈) 이상의 리뷰가 있어야 한다”입니다. <설리>는 신선도 보증을 받았습니다. 전체 211건의 리뷰에서 174건의 리뷰, 45명 건의 톱 크리틱에서 35건의 리뷰가 좋은 평가를 했습니다.

로튼토마토는 영화를 선택하기 편리한 사이트입니다. 토마토지수 아이콘만 봐도 대번에 재밌는 영화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죠. 맹점도 있습니다. 로튼토마토는 한 평론가의 리뷰를 프레시냐 로튼이냐 이분법으로 재단해버립니다. 영화에 대한 평가를 좀더 알고 싶다면 로튼토마토에서 제공하는 자극적인 짧은 리뷰가 아닌 전체 리뷰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참고로 로튼토마토에서 가장 많은 수의 리뷰로 100% 신선도를 유지하는 작품은 <토이 스토리2>입니다. 163개 리뷰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씨네21> 홈페이지 20자평.

국내로 눈을 돌려 보겠습니다. 로튼토마토는 지금 개봉하는 한국 영화에 대한 평가를 볼 수 없습니다. 전통적인 잡지 형태의 평점·별점은 영화전문지 <씨네21>(www.cine21.com)에 있습니다. <씨네21>은 20자평이라는 평점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영화를 본 기자·평론가가 별 5개 만점(별 반개도 주기 싫을 때는 폭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으로 별점을 주고 20자 내외의 짧은 한줄평을 게재합니다. 여기서 가장 유명한 분이 박평식 평론가입니다. 별점을 짜게 주는 것으로 악명 높고 촌철살인 한줄평으로 많은 영화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소금왕’, ‘모두까기’ 등의 별명도 있다고 합니다. 종이 잡지인 <씨네21>의 별점·평점은 네이버 영화(movie.naver.com) 기자·평론가 평점에도 서비스 됩니다.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네이버 네티즌 평점

자연스레 네이버 영화에 대한 얘기로 넘어오게 됐습니다. 네이버 영화에는 평점/리뷰 메뉴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로튼토마토와 달리 네티즌/관람객 리뷰가 우선인 것 같습니다. 네이버 영화의 네티즌 평점은 이른바 ‘알바’가 많은 걸로 유명합니다만 그래도 전문가들의 평가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기준이 될 겁니다. 가장 앞에 노출되는 베스트 평점은 공감수에서 비공감수를 뺀 수치가 높은 5개가 선정됩니다. 관람객 리뷰는 네이버 영화에서 예매하고 실제 관람한 이용자의 평점입니다. 네이버 영화에서는 연령대별, 남녀별 평점을 그래픽으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럭키> 네이버 전문가 평점.

네이버 영화는 기자·평론가 평점(전문가 평점)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좋아요/글쎄요’를 표시하고 별점을 주는 방식입니다. <씨네21>의 한줄평보다는 긴 평가글을 볼 수 있습니다.

왓챠 첫 페이지.

국내에서 영화 평점 사이트로 많이 알려진 왓챠(watcha.net)도 있습니다. 회원가입을 하게 되면 일정량의 영화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됩니다. 이후 그 평가를 기준으로 영화를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왓챠는 기본적으로 이용자들의 평가를 이용한 평점을 제공합니다. 이동진 평론가 등 전문가의 별점을 따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별점은 5개가 만점입니다. 영화에 대한 글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평점 사이트로 시작한 왓챠는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CGV 평점 체계 골든 에그.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소개해드리겠습니다. CGV에서 사용하는 평점·별점 시스템인 골든 에그입니다. 2016년부터 도입된 골든 에그는 별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로튼토마토의 토마토처럼 계란 아이콘을 사용합니다. CGV측은 “기존 별점의 알바 논란, 별 갯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과 차별화한 실 관람객의 평가 체계”라고 홍보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세 가지로 할 수 있습니다. 프라이드 에그, 굿 에그, 그레이트 에그입니다. 배드, 굿, 그레이트 이런 평가 기준인 것 같습니다. 로튼토마토와 비슷한 시스템인 것 같습니다만 조금 차이가 느껴지는 것은 낮은 평점의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로튼토마토는 썩은 토마토의 영화도 쉽게 눈에 띄는 데 반해 CGV 홈페이지에서 예매하는 영화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인 프라이드 에그 평점의 영화는 찾아보기 쉽지 않네요. 10월20일 현재 CGV에서 예매할 수 있는 영화 가운데 <아수라>가 62%로 유일한 프라이드 에그입니다.

영화를 선택할 때 염두에 둘 수 있는 영화 평점·별점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별점을 거부하는 정성일 평론가의 경우처럼 영화에 별을 매기는 게 과연 정당한 일인가라는 고민부터 전문가의 평점은 믿을 수 없다, 별점 알바를 믿을 수 없다 등 영화의 평점·별점에는 많은 논란거리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평점·별점은 영화 관련 콘텐츠 중 주목도 높은 축에 속합니다.

중요한 사실은 평점·별점 시스템은 결국 보조 수단일 뿐이라는 겁니다. 어떤 영화를 선택하느냐는 결국 자신의 몫이죠. 씨네플레이와 함께 영화를 많이 보면 볼수록 영화의 평점·별점을 보는 눈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취향, 좋아하는 배우, 감독, 장르도 생길 테니까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

*아래는 <씨네21>에 실렸던 박평식 평론가의 주옥같은 별점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