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칸국제영화제 현장의 <기생충> 팀

지난 2월 4일,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8469명의 투표가 끝났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이 투표를 바탕으로 2020년 오스카 트로피의 주인이 결정된다. <기생충>은 올해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 6개의 오스카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오스카 역사 최초로 돌비 극장의 문턱을 넘은 한국 영화의 수상 결과에 전 세계 영화인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바. 다수의 해외매체 역시 올해 작품상의 유력 후보로 떠오른 <기생충>과 <1917>, 그 외 후보들을 비교하며 2020년 오스카 수상 결과를 점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손꼽거나,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매체들의 평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봉준호 감독의 희비극 스릴러는

올해 오스카 레이스의 다크호스다.

(...)

아카데미가 <기생충>에게 최우수 작품상을 수여한다면

이는 역사적인 결과가 될 것이다

- 가디언

<가디언>은 ‘<기생충>이 오스카 최우수 작품상을 받아야 하는 이유’(Why Parasite should win the best picture Oscar)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가디언>은 “사실 <기생충>은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른 12번째 비영어 영화일 뿐이다. 지난 91년 동안 어떤 외국어 영화도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아카데미에서 <기생충>에게 최우수 작품상을 수여한다면 역사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 전했다.

<가디언>이 오스카의 작품상 수상을 응원하는 이유는 전 세계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계급 문제를 다뤘기 때문. <가디언>은 “<기생충>이 대립적인 계급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면 오스카의 수상 가능성이 낮았을 수도 있다”“<기생충>은 관객의 상황과 연결된다. 봉준호의 날카로운 사회 풍자는 그의 훌륭한 스토리텔링 능력에 버금가는 역할을 해낸다. 영화는 물샐틈없는 구조로 이뤄져 있고, 드라마는 속도감 넘치면서도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다. 코미디로 시작해 스릴러로 변모하고, 파괴적인 비극으로 끝나는, 톤을 바꾸는 능력 역시 뛰어나다”는 극찬을 전했다.


<로마>도, <인생은 아름다워>도,

간신히 최우수 작품상에 오른 몇 편의 외국어 영화들도

수상 성공을 이루진 못했다.

그러나 <기생충>은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마도, 수상해야만 할 것이다.

- <베네티 페어>

봉준호 감독이 장식한 <베네티 페어> 커버

봉준호 감독과 박소담이 나눈 <베네티 페어>와의 인터뷰, 그리고 커버와 화보는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베네티 페어>는 “<기생충>은 오스카 밤의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문장으로 2020년 오스카 시상식 예측 기사를 시작했다. <베네티 페어>는 “<로마>도 <인생은 아름다워>도, 그 외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른 몇 편의 외국어영화들도 수상을 하지 못했지만, <기생충>은 할 수 있고, 아마 수상해야 할 것”이라는 강력한 뜻을 밝혔다.

이어 “<기생충>은 참혹하고, 서스펜스 넘치며, 재미있고,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2019년의 영화였다. 한국의 경제적 병폐, 특히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서울에 만연한 부의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1%의 계급이 다른 모든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이 시대에 이러한 병폐는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만하다”며 <기생충>의 장점을 설명했다.

간략히 오스카 시상식에 대한 비판을 덧붙이기도 했다. <베네티 페어>는 “<기생충>이 우승하지 못할 이유는 얼마든지 많다. 감독상 후보의 여성 감독도, 여우주연상 후보의 제니퍼 로페즈도, 20명의 연기상 후보자 안에 비백인 배우가 단 한 명뿐인, 부당함이 가득한 이번 해에 봉준호 감독의 승리와 한국의 승리는 정의로운 결과로 환영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생충>은 올해 최고의 평을 받은 영화 중 하나다.

(...)

<기생충>은 한국과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인간의 존엄성, 계급, 투쟁을 논한 테마는 충분히 보편적이다.

- 워싱턴 포스트

“간단히 말해서, <기생충>은 올해 최고의 평을 받은 영화 중 하나고,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된 영화 중 로튼토마토 신선도(99%)가 가장 높은 영화다. 게다가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 가능성을 점친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 첫 문장이다. 사심이나 ‘기생충 뽕’을 뺀 팩트를 나열한 것뿐인데도, <기생충>이 오스카의 작품상을 수상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 역시 <가디언>과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미국인들에겐 낯설 한국과 서울을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인간의 존엄성, 계급, 투쟁을 논한 테마가 전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 만큼 보편적”이라는 것. 덧붙여 “<기생충>은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지만,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앙상블 상을 수상한 최초의 외국어영화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 결과가 오스카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찬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배우조합상 현장,

<기생충>에 대한 반응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현 영화 산업이

<기생충>을 얼마나 지지하는지 알 수 있었다

-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소속 기자 데이빗 캔필드와 조이 놀피의 대담을 전하며 2020년 오스카 결과를 추측했다.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에 마음이 기울었다고 밝힌 이는 데이빗 캔필드 기자. 그는 “미국배우조합상에 참석했고, 현장 속 <기생충>에 대한 반응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심지어 그들이 큰 상을 받기 전부터 반응은 뜨거웠다. 현 영화 산업이 <기생충>을 얼마나 지지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기생충>은 미국작가조합, 영국 아카데미로부터 각본상을 수상했고, 미국 미술 감독 조합상에서 트로피를 품에 안기도 했다. 이 사실은 <기생충>이 중요한 조합들 사이에서 탄력을 쌓아가고 있음을 말한다”고 밝혔다. 작품상 유력 후보로 <기생충>을 꼽은 또 하나의 이유는 아카데미 회원의 다양화. 데이빗 캔필드 기자는 “백인 남성의 범주를 벗어난 아카데미 회원의 다양성이 <기생충>의 수상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기생충>은

최우수 작품상의 가장 주요한 요소인

연기, 각본, 편집 부문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 골드더비

연말 어워즈 시즌, 각종 시상식 결과를 예측하는 사이트 ‘골드더비’는 <기생충>이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할 수 있는 여섯 가지 이유(6 reasons why ‘Parasite’ can still — and will — win the Best Picture Oscar)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생충>은 미국배우조합상의 앙상블상, 미국작가조합상의 각본상, 미국영화편집자협회의 편집상, 미국미술감독조합상의 미술상을 수상했다. ‘골드더비’는 “<기생충>은 최우수 작품상의 가장 주요한 요소인 연기, 각본, 편집 부문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기생충>에게 트로피를 안긴 각종 조합 멤버들이 모두 아카데미의 회원인 건 아니지만, 만약 그 지지자들 대부분의 선택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기생충>도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아카데미 회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배우 부문인 점을 언급했다. 앞서 열린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최고상을 거머쥐고 두 번의 기립 박수를 받은 <기생충>에 대한 열광이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는 것. 이어 <스포트라이트>와 <문라이트>를 예로 들며 “약자의 이야기를 다룬,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작품상을 수상해 왔다”라는 분석을 더했다.

올해 오스카 작품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인 <1917>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는데, 다음과 같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 결과에 대해선, 음. <1917>은 영국 영화다. 그 결과가 그렇게 놀라운 일이었을까? 우리 모두는 그 작품이 최우수 작품상을 받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는 최우수 작품상을 받을 수 없다’는

오랜 통념을 깨뜨릴 수 있다.

(...)

<기생충>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세계적인 계급 투쟁을 묘사한 시대정신을 품은 영화다.

- <인디와이어>

<인디와이어>는 <기생충>을 사랑하는 매체 중 하나다. <인디와이어>는 2020년 오스카 시상식 예측하며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을 꼽았다. <기생충>을 꼽은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지녔기 때문. <인디와이어>는 <기생충>을 다른 후보작에선 찾아볼 수 없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 세계적인 계급 투쟁을 묘사한 시대정신을 품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어 “최우수 작품상의 주인공은 8469명의 아카데미 유권자들이 말하고 싶어 하는, 사회와 관련된 시대정신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 “아카데미 후보자들의 오찬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사람은 봉준호 감독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기생충>을 작품상 유력 후보로 예측한 이유를 밝혔다.


<1917>이 더 안전한 베팅일 거다.

그러나 유권자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기생충>에 열광하고 있다

- <로튼 토마토>

‘로튼 토마토’ 역시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으로 <기생충>을 꼽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이겨야 하고, 이길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 예측 기사에서 로튼 토마토 측은 “내부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1917>의 작품상 수상이 더 안전한 배팅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기생충>에 열광했고, 우리의 시상식 집계에서도 <기생충>이 큰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생충>이 수상한다면, <기생충>은 <로마>가 거의 달성할 뻔한 업적을 1년 만에 다시 이루는, 역사적인 최초의 외국어 영화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튼 토마토는 그 외 외국어영화상, 편집상 부문도 <기생충>이 수상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