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젠틀맨>

범죄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즐거운 2월 말 되겠다. 2월 19일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26일에 <젠틀맨>이 개봉하기 때문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등 빵빵한 출연진이 거금이 담긴 돈 가방을 둘러싼 쟁탈전을 보여줄 것이다. <젠틀맨>은 <알라딘>으로 여전한 연출 실력을 보여준 가이 리치 감독이 매튜 매커너히, 콜린 파렐, 휴 그랜트, 찰리 허냄 등과 함께 오랜만에 범죄자들의 세계를 그린다. 이 두 영화만으로는 만족을 못 하겠다? 그런 분들을 위해 두 영화처럼 쟁쟁한 출연진으로 범죄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한다.


오션스 일레븐

Ocean's Eleven, 2001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출연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앤디 가르시아|12세 관람가|116분|다운로드

대니 오션은 출소하자마자 카지노를 털기로 한다. 전문가들을 모아 계획을 세우는 동안, 카지노의 소유자 테리는 자신의 애인 테스가 대니의 전처임을 알게 된다.

멀티 캐스팅+범죄 영화 조합(자세히 따지면 케이퍼 무비/하이스트 무비)의 힘을 보여준 <오션스 일레븐>. 1960년에 개봉한 원작도 그렇지만, 이 리메이크 버전 또한 스타 캐스팅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리드미컬한 편집 감각과 음악, 그리고 유쾌하고 여유로운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등 현대 하이스트물의 기조를 다진 영화라 볼 수 있다. 시리즈의 성공으로 <오션스 13>까지 나왔으며, 최근 스핀 오프로 <오션스8>이 개봉했다.


스내치

Snatch, 2000

감독 가이 리치|출연 데니스 파리나, 비니 존스, 브래드 피트|청소년 관람불가|102분|다운로드

불법 복싱 프로모터 터키쉬와 토미는 부상 입은 선수를 대신해 미키를 출전시킨다. 반드시 져야할 경기에서 미키가 승리를 거두면서 두 사람은 투자자들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한편 다이아몬드를 전달해야 할 네 손가락 프랭키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뉴욕의 아비가 런던에 온다.

후보에 올려놓으니 막상 캐스팅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구나 싶지만, 그래도 <스내치>는 브래드 피트 하나만으로도 볼 만한 영화다. 이번에 <젠틀맨>으로 돌아온 가이 리치 특유의 현란한 영상미, 캐릭터 빌트업, 사람을 홀리는 편집 등이 도드라진 작품. <스내치>보다 전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가 낫다는 의견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집시 미키의 매력이 <스내치>를 소개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지금은 독보적인 액션 스타가 돼 약한 모습을 보기 힘든 제이슨 스타뎀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카운슬러

The Counselor, 2013

감독 리들리 스콧|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페넬로페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청소년 관람불가|117분|다운로드

변호사 카운슬러는 라이너의 도움을 받아 한탕 크게 벌 수 있는 마약 밀매 사업에 합류한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마약이 사라지면서 카운슬러는 마약을 빼돌렸다는 누명을 쓰게 된다.

어쩌다 보니 3연속 브래드 피트. 하지만 <카운슬러>는 <스내치>와 결이 정반대인 영화다. 수많은 캐릭터들의 행적을 빠르게 좇는 여타 범죄 영화들과 달리 <카운슬러>는 진득하게 인물들의 대화를 지켜보며 작품 속 세계를 펼쳐보인다. ‘서부의 셰익스피어’ 코맥 매카시가 집필한 시나리오를 리들리 스콧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 화려한 출연진과 달리 별다른 액션이나 사건조차 없어서 ‘캐스팅 보고 기대했다가 통수 맞았다’, ‘역시 작가는 소설이나 써야 한다’는 악평도 들었지만, 주요 인물들이 직접적으로 나쁜 일을 하지 않고도 범죄로 점철된 세상을 그려내는 탁월한 구성력은 일품이다. 참고로 리들리 스콧 감독이 늘 그렇듯 <카운슬러>도 확장판을 공개했으나 대체로 극장판이 좀 더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둑들

2012

감독 최동훈|출연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15세 관람가|135분|다운로드

마카오 카지노에 보관 중인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 마카오 박은 이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도둑들을 모집한다. 6명의 한국 도둑과 4명의 홍콩 도둑들은 합심한 듯하지만, 마카오 박과 안 좋은 과거가 얽힌 도둑들은 몰래 다른 계획을 세운다.

캐스팅이 화려한 한국 영화, 범죄를 그린 한국 영화는 무척 많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영화도 적지 않다. 그 적지 않은 영화 속에서 <도둑들>은 캐스팅 발표부터 흥행까지, 화제성 하나는 독보적이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를 통해 범죄에 몸담은 캐릭터를 탁월하게 그린 최동훈 감독은 김윤석, 이정재, 김혜수, 전지현, 김해숙 등 혼자서도 주연을 맡을 만한 스타들을 여럿 끌어들였다. 거기에 홍콩 영화 광팬들이 사랑한 임달화까지 캐스팅하며 홍콩 영화에 대한 향수까지 더했다. 하이스트물의 클리셰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표절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으나, 맛깔나는 대사와 인물 간의 갈등 구조는 최동훈 감독만의 시그니처로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그의 작품 중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하기도 했고(이후 <암살>에게 자리를 물려줬지만).


저수지의 개들

Reservoir Dogs, 1992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출연 하비 케이틀, 마이클 매드슨, 크리스 펜|청소년 관람불가|99분|다운로드

두 명의 범죄 설계자가 6명의 범죄자를 모았다. 이들은 서로의 신분을 숨긴 채 보석상을 털기로 한다. 그러나 범죄 당일, 목표 현장엔 경찰이 있었고 간신히 도망친 범죄자들은 누가 스파이인지 색출하려고 한다.

저예산 영화 <저수지의 개들>이 앞선 영화들보다 캐스팅이 빵빵하다면 거짓말이겠다. 다만 이렇게 조건을 붙이면 진실이 될 수도 있다. ‘취향에 따라’. 젊고 멋진 할리우드 스타들이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고생 좀 한 티가 나고 존재감이 넘치는 배우들을 원한다면 <저수지의 개들>만큼 캐스팅이 화려한 작품도 없다. 영화 마니아이자 잡식가 쿠엔틴 타란티노가 데뷔작부터 찜한 배우들답게 이 8명의 아저씨들이 만드는 케미스트리는 상상 이상으로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시킨다. 범죄 영화인데 정작 범죄 장면은 나오지 않는 획기적인 전개는 물론이고, 똑같은 복장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확연히 드러나는 캐릭터성 등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의 매력이 가장 단순하지만 명확하게 드러난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