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행> 포스터

<아름다운 여행>은 2월 27일(목) 올레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아름다운 여행>

<머나먼 여정>, <프리 윌리>, <꼬마돼지 베이브> 등 90년대를 풍미한 동물영화를 기억하시나요? 아니면 <마이크로코스모스>, <위대한 비상>, <오션스> 같은 다큐멘터리는요? 2019년, 프랑스에는 이 두 가지 요소를 조화롭게 결합한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니콜라스 배니어 감독의 <아름다운 여행>입니다.


크리스티앙(장 폴 루브)과 아들 토마(프레데릭 소렐)

14살 소년 토마는 함께 사는 엄마가 업무로 바빠지면서, 먼 곳에 사는 아빠 크리스티앙에게 맡겨집니다. 조류학자 크리스티앙은 종 보존을 위해 습지에 살고 있었고, 토마는 지루한 습지 생활에 점점 질려가죠. 그러다 토마는 알에서 부화한 기러기들을 돌보면서 크리스티앙이 진행하려는 이동 경로 훈련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합니다.

이들의 계획은 이렇습니다. 기러기들을 노르웨이로 데려가 함께 비행하며 다시 프랑스 남부로 데려오는 것. 한 번 그렇게 교육한 기러기들이 자연스럽게 그 경로를 따라 자연으로 돌아가면, 더 많은 기러기를 교육해 종을 보전하는 것이죠. 그렇게 크리스티앙과 토마, 그리고 크리스티앙의 동료 비욘은 노르웨이로 떠납니다.


비슷한 이야기, 전혀 다른 영화

시놉시스를 읽으면서 기시감이 들었다고요? 사실 <아름다운 여행>은 1996년 영화 <아름다운 비행>과 닮아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외지로 온 아이, 철새와의 교류, 그리고 환경 문제 등. 두 영화가 모티브로 한 인물 크리스티앙 물렉과 빌 리쉬맨 모두 철새를 이동시킨 것으로 유명해진 탓이죠.

<아름다운 비행> 엘든 부녀(왼쪽), <아름다운 여행> 크리스티앙과 토마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와 별개로 영화가 가진 특징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먼저 철새라는 소재. 어머니를 잃고 심적으로 피폐해진 에이미(안나 파퀸)의 심리적 회복을 매개로 쓴 <아름다운 비행>과 달리 <아름다운 여행>은 현대 문물에 의존하며 살던 토마가 기러기들을 통해 진정으로 독립하는 계기를 만들어갑니다. 동물 영화에 아이의 성장담을 결합한 건 동일하나 <아름다운 여행>이 보편적인 청소년상을 선택해 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죠.

두 영화의 차이점이라면 크리스티앙의 존재입니다. <아름다운 비행>의 빌 리쉬맨은 조류학자가 아닌 발명가였고, 그래서 극중 에이미가 거위들을 얻는 과정이 다소 우연에 가깝습니다. 반면 <아름다운 여행>은 조류학자 크리스티앙 물렉의 실화를 접목해 토마가 기러기들을 접하는 과정, 철새의 이동에 몰입하는 순간이 좀 더 자연스럽죠. 실제로 기러기를 어떻게 훈련했는지에 대한 묘사도 세세해 토마와 기러기들간의 교류가 관객에게도 잘 전달됩니다.

기러기들이 두 사람은 따르되 다른 인간은 피해야하는 걸 교육하기 위해 망또를 입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디테일.


니콜라스 배니어 감독의 주특기, 아이와 동물

니콜라스 배니어 감독의 전작 <울프>(왼쪽), <벨과 세바스찬>

<아름다운 여행> 촬영장의 니콜라스 배니어 감독

한 소년이 독립적인 인물로 거듭나는 과정, 이건 <아름다운 여행>을 연출한 니콜라스 배니어 감독의 주특기입니다.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는 그는 상업 영화에서도 동물과 인간의 교류를 자주 다뤘습니다. 데뷔작 <울프>(Loup), <벨과 세바스찬>(Belle et Sébastien)은 소년, 청년과 동물의 교감이 중점인 영화였고요.

이번 <아름다운 여행>에서도 니콜라스 감독의 주특기는 여전합니다. 토마라는 가상인물을 실존 인물 크리스티앙 물렉의 이야기에 접목시키면서 한 아이의 성장담, 한 가정의 변화, 환경 보호에 대한 메시지 모두 놓치지 않습니다. 그 모든 주제의 구심점에 있는 기러기들과의 교류도 결코 놓치지 않았고요.

<아름다운 여행>

<아름다운 여행>

특히 알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크리스티앙, 토마를 따르는 기러기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기러기들은 조련이 어렵다"는 감독의 인터뷰가 무색하게 프레데릭 소렐(토마 역)의 품에 안겨있는 기러기들의 모습은 제작진과 배우들도 기러기들과 교감을 했겠구나 절감하게 하니까요.


다큐멘터리 못지않은 영상미의 대자연

<아름다운 여행>의 화룡점정은 풍경입니다. <아름다운 여행>은 프랑스에서 제작됐습니다. 유럽 하면 떠오르는 이국적인 도심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드넓은 평야와 맑은 하늘은 관객들에게 경외감을 일으키죠.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니콜라스 감독의 이력이 <아름다운 여행>의 영상미로 완벽히 녹아듭니다.

<아름다운 여행>

영화 초반 크리스티앙이 거주하는 호수의 풍광도 아름답지만 중반 이후 토마가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계속되는 비행 장면이 핵심입니다. <아름다운 여행> 제작진은 토마와 기러기의 비행편대 전경은 물론이고 비행기에서의 시점 쇼트들도 촘촘하게 배치시켜 항공촬영의 끝판왕을 보여주죠. 이 부분만큼은 정말 어떤 문장도 미사여구일 만큼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보시기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행>은 동물영화의 핵심, 인간과 동물의 교감은 물론이고 한 아이의 성장과 그를 둘러싼 사회의 변화, 생태계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모두 아우릅니다. 거기에 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오는 영상미까지 잡았죠. '동물영화'라는 단어로 소개했지만, 그 단어만으로 <아름다운 여행>을 표현하기엔 아깝습니다. '힐링 영화'의 신 강자라고 규정해도 부족함이 없으니까요.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