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정직한 후보>는 3선의 현역 국회의원 주상숙이 4선을 위하여 선거일 13일 전부터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주상숙은 영화 속 대사에 비유하자면, ‘3선의 품격’답게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지킬 의지도 전혀 없는 말들을 진실처럼, 꼭 지킬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는 이른바 노련해진 정치인입니다. 그러나 4선 선거운동을 앞두고 직계존속의 간절한 기도로 3선까지 오면서 갈고닦은 정치인의 거짓말 신공을 상실하게 된 주상숙은 이제 거짓말은 전혀 할 수 없는 정치무능력자(?)가 되고 맙니다. 3선 현역 국회의원이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웃음 포인트가 된 현실. 그래서 재미만큼 씁쓸함도 느껴집니다.

먼저 이 영화는 왜 선거일 13일 전부터 시작할까요? 공직선거법 제33조에 국회의원의 선거기간은 14일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59조에서 선거운동은 선거기간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에 한하여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선거일에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선거기간 중 선거일을 제외한 13일 간 유세 등 선거관련 각종 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법은 선거운동에 대하여 시기별로 제한을 하고 있는데, 상시제한(언제든지 금지), 선거일 전 180일, 120일, 90일, 60일, 30일부터 선거일까지 제한하는 행위들이 있고, 선거기간 중에 할 수 없는 선거운동이 있습니다. 영화에는 다양한 선거운동이 등장하는데, 시기별로 어떻게 제한되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주상숙이 ‘진실의 입’을 가지고 처음 시작하는 선거운동은 방송출연입니다. 주상숙 본인도 거짓말 언변능력이 상실된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남편과 함께 방송에 출연하여 숨겨진 대선 욕망부터 남편에 대한 19금 불만 사항까지 진실을 어김없이 털어놓습니다. 법은 방송출연에 대해서는 홍보효과가 크기 때문에 엄격하게 제한을 하는데, 원칙적으로 선거일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법에서 허용하는 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를 출연시키면 안되고 이를 위반한 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제재를 받습니다(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21조). 법에서 선거운동기간 중 허용하는 방송이란, 후보자(후보자가 지명하는 연설원 포함)의 연설과 후보자에 대한 경력방송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방송은 모든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공평하게 하여야 하고 텔레비전과 라디오 방송을 모두 포함합니다(공직선거법 제71, 72, 73, 74조).

주상숙은 자신의 입이 이상해졌다는 것을 느끼지만, 주어진 선거운동 일정에 맞춰 도서관 개관 행사에 참석합니다. 주상숙은 축사를 하면서 자신의 자서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역시 ‘진실의 입’ 때문에 대필 작가가 자서전을 썼다고 당당하게 고백(?)하게 됩니다. 정치인은 선거에 맞춰 관행처럼 자서선 출간을 하고 관련 행사에도 참석을 많이 하는데요, 자서전과 관련된 대표적인 행사는 출판기념회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법은 출판기념회에 대해서 선거일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와 관련있는 저서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공직선거법 제103조제5항, 제256조 제3항). 주의할 건 후보자뿐 아니라 누구든지 개최금지기간에 출판기념회를 할 수 없고 개최대상·장소를 불문합니다. 대표적으로 금지되는 행위를 보면,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선거구민한테 음식물 제공 및 무료 또는 싼 값으로 책을 제공하는 행위, 가수나 전문합창단의 축가, 전문가 수준의 마술공연, 전문 예술인 초청공연을 하는 행위 등은 금지됩니다. 판례 중에 시장 예비후보자로 등록예정인 자가, 예비후보자 등록 며칠 전에 출판기념회 초청장 발송을 하고, 개최 장소의 수용인원이 700여명인데도 12,000명이 넘는 사람들한테 초청장을 발송하였으며, 초청장 발송 대상자 중에는 예비후보등록 예정자와 친분 없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고, 초청장 및 봉투에 등록예정자의 당적, 직책 등이 기재되어 있는 사례에서, 출판기념회라는 명목 하에 이루어지는 형태의 선거운동이라고 본 예가 있습니다.

주상숙은 ‘진실의 입’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만 노래 교실에 참석해서 선거구민들을 대상으로 의정활동 보고를 합니다. 의정활동 보고 행위는 현역 국회의원한테 유리하고 정치 신인들한테 불리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법은 현역 국회의원이 의정활동 보고를 핑계삼아 선거운동 하는 것을 방지하려고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즉, 후보자는 선거일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직무상의 행위나 명목여하를 불문하고 의정활동 보고를 할 수 없고,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대화방 등에 게시하거나 전자우편·문자메세지로 전송하는 방법으로만 의정활동 보고를 할 수 있습니다(공직선거법 제111조 제1항). 참고로 후보자뿐 아니라 누구든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개최가 금지되는 것에는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 또는 야유회 등과 개인정견 발표회·시국강연회·좌담회 또는 토론회 기타 연설회나 대담·토론회가 있습니다(공직선거법 제103, 101조). 주의할 것은 반상회는 다른 모임보다 더 엄격하게 규제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 여하를 불문하고 선거기간 중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개최가 금지된다는 점입니다(공직선거법 제103조).

우리나라 선거법은 원칙적으로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되 법에서 할 수 없는 경우를 규정하여 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법에서 제한하는 내용이 광범위해서 전문가도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정확하게 숙지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선거법은 자주 개정되고 내용도 복잡해서 특히 어려운 법률(?)로 꼽히는데, 선거법이 후보자만 제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령을 위반한 일반 국민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영화 <정직한 후보>가 우리에게 익숙한 선거운동 양태을 다양하게 보여준 것은 일면 공감을 높이는 측면이 있지만, 정직해진 후보자의 정직하지 못한(위법한) 선거운동은 처벌을 받겠지요.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