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 개봉 이후 2주째 국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비저블맨>.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극장가에 관객이 없다지만,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1위로 오프닝을 장식하고, 개봉 2주 차에도 2위 자리를 지킨 화제작이다. 톰 크루즈의 <미이라> 이후 소생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유니버설 픽처스의 다크 유니버스, 그 부활을 알린 <인비저블맨>에 대한 이런저런 사실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 1897년 발간된 H. G. 웰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투명인간>(1933)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영화다. 소설 <투명인간>은 신체가 투명해지는 약물을 개발한 그리핀이 투명하다는 이유로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되자, 점차 광기에 휩싸여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데이빗 S. 고이어
- <인비저블맨>은 2007년부터 기획됐다. <블레이드> 시리즈를 비롯해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각본을 쓴 데이빗 S. 고이어가 <인비저블맨>의 각본을 맡았다. 당시 그는 <투명인간>을 주인공 그리핀의 사생아를 주인공으로 삼은 어드벤처 액션물로 각색할 계획이었다. 아버지로부터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손안에 넣은 주인공이 영국의 첩보기관에서 활동하며 스파이로 러시아에 잠입하는 내용을 구상했다고. 하지만 영화의 제작이 점점 미뤄졌고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다크 유니버스'
- <인비저블맨>은 유니버설 픽처스가 ‘다크 유니버스’를 형성하며 다시 부활했다. 당시 유니버설 픽처스는 판권을 지니고 있는 드라큘라, 미이라, 투명인간,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 등을 리메이크하여 또 하나의 세계관, 다크 유니버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투명인간은 조니 뎁이 연기하기로 되어있었던 상황. 그러나 다크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린 <미이라>가 형편없는 성적, 혹평을 거두며 <인비저블맨>의 제작 역시 불투명해졌다.
(왼쪽부터) 리 워넬 감독과 '블룸하우스'의 수장 제이슨 블룸
- <인비저블맨>의 제작을 투명하게(?) 만든 곳이 바로 블룸하우스 프로덕션. 고전을 새롭게 각색할 기회를 얻은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은 <쏘우> <인시디어스> 시리즈를 기획하고, 각본, 연출을 맡은 <업그레이드>로 주목을 받은 리 워넬에게 <인비저블맨>의 각본, 연출을 맡겼다.
<인비저블맨>
- <인비저블맨>은 다크 유니버스에 속해있지만 다른 영화들과 세계관을 공유하진 않는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측은 “앞으로 영화들의 세계관을 공유하기보단 각각의 영화가 지닌 개성을 개발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영화들이 그러했듯, <인비저블맨> 역시 낮은 제작비로 높은 흥행 수익을 거두며 전 세계를 깜짝 놀래켰다. 700만 달러(한화 약 83억 6080만 원)로 제작된 <인비저블맨>은 개봉 사흘 만에 제작비 네 배에 다다르는 28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개봉 2주 차인 현재까지의 월드와이드 수익은 1억 222만 6015만 달러. 제작비의 14배에 다다르는 수치다.
<인비저블맨>
<어스>
- 주인공 세실리아를 연기한 엘리자베스 모스는 감독과 제작진, 만장일치의 선택으로 캐스팅됐다. 엘리자베스 모스는 드라마 <탑 오브 더 레이크> <핸드 메이즈 테일>을 통해 각 해의 골든글로브 시상식 TV 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전작, <어스>에도 출연했다. 애들레이드(루피타 뇽)의 이웃 로즈를 연기했던 배우가 바로 그녀다.
<인비저블맨>
- 엘리자베스 모스는 이미 투명인간과 얽힌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다. 아역 시절 그녀는 <배트맨>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에 단역으로 목소리 출연했다. 투명인간이 된 한 남자가 소녀를 납치하며 벌어지는 내용의 에피소드로, 그녀는 납치된 소녀 키미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애드리안을 연기한 올리버 잭슨 코헨
(왼쪽부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아미 해머
-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세실리아의 남편, 애드리안은 올리버 잭슨 코헨이 연기했다. 제작진은 아미 해머,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를 투명인간 역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몬스터 리메이크 작품 중 두 번째로 R등급을 받았다. 가장 먼저 R등급을 받은 영화는 <울프맨>(2010)이다.
<인비저블맨>
- 세실리아의 이름은 라틴어 ‘Caecus’에서 유래됐다. 장님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다. 투명인간을 보지 못하고 그에게 당하는 세실리아의 상황을 은유한다.
<할로우맨>
- 2000년, 소설 <투명인간>을 각색한 폴 버호벤 감독의 영화 <할로우맨>이 개봉했다. <인비저블맨>과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주연 배우의 이름이 같다는 것. <할로우맨>에선 엘리자베스 슈가, <인비저블맨>에선 엘리자베스 모스가 주연으로 활약했다. 두 배우 모두 촬영 당시 36세였다.
<인비저블맨>
<투명인간>(1933)
- 애드리안이 자고 있는 세실리아의 모습을 몰래 촬영하는 장면. 인기척을 느낀 세실리아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방구석에 걸려있는 트렌치코트와 모자를 본다. 이는 1930~1950년대 <투명인간> 시리즈 속 투명인간의 모습을 오마주한 장면이다.
<인비저블맨>
- 극 중 세실리아는 병원에서 급하게 이송 중인 환자를 목격한다. 환자는 눈만 빼고 머리 전체에 붕대를 감고 있다. 이 역시 1930~1950년대 <투명인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이다.
<인비저블맨>
- 애드리안은 거액의 재산을 지닌 세계 최고 과학자로 등장한다. 그는 코볼트(cobalt)라는 기업에 소속되어 있다. 리 워넬 감독의 전작 <업그레이드>에 등장한 첨단 IT 회사의 이름도 코볼트였다.
<프랑켄슈타인>(1931)
- 블룸하우스와 유니버설 픽처스는 또 한편의 몬스터 무비를 준비 중이다. <프랑켄슈타인>을 리메이크할 예정이며, 연출과 각본을 맡을 이로 리 워넬 감독을 언급했다. 만약 리 워넬 감독의 차기작이 <프랑켄슈타인>으로 확정된다면, 1930년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몬스터 유니버스를 구축한 제임스 웨일 감독과의 평행이론을 이루게 된다. <투명인간>(1933)을 연출한 제임스 웨일 감독은 <프랑켄슈타인>(1931)의 연출로 명성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