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영화팬들의 신의에 힘입어 <닥터 스트레인지>가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마블 코믹스 수퍼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의 전지구적 인기는 21세기 영화사의 중요한 흐름이 됐다. 히어로 영화의 출연과 연출 여부가 많은 영화인들의 인지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 이에 발맞춰 한국 극장가 역시 일찌감치 슈퍼히어로 영화들에 열렬한 성원을 보내고 있다.

특히 마블 코믹스 출신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가 관객을 독차지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볼거리와 새로운 흥행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마블 영화, 한국 관객들은 어떤 마블 영화를 가장 좋아했을까. 마블 영화들의 국내 흥행 순위를 정리해봤다.


국내 최초 100만 돌파한
마블 영화는?

<스파이더맨>(2002)

2000년 이후 마블 코믹스 기반의 슈퍼히어로 영화가 국내 극장가에서 개봉해 처음으로 주목받은 영화는 <엑스맨>이다. 당시 여름에 개봉한 영화는 서울 관객 약 46만 명 정도를 동원했다. 그해 국내 개봉 영화 흥행 톱10에도 이름을 올렸다. <스파이더맨>은 <엑스맨>이 터놓은 흥행 고속도로를 처음 질주한 영화다. 개봉 2주차에 전국 관객수 100만 명을 가볍게 돌파한 흥행 소식을 알리며 "큰 영화에는 큰 기대가 따른다"고 극중 대사를 패러디하는 매체도 있었다. 월드컵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2002년에는 <집으로>의 서울 관객수가 144만명, <반지의 제왕>이 136만 명, <공공의 적>이 116만 명을 동원한 흥행작이었다.


역대 가장 성적이 저조했던
마블 영화는?
뭐? 우리라고?

이 영화만 생각하면 요새 마블 영화의 열기에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바로 <퍼스트 어벤져> 때문이다. 과거 흥행에 실패한 마블 영화는 많았다. 그래도 제목까지 숨기지는(?) 않았다. <퍼스트 어벤져>는 국내 개봉 당시 아이언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제로에 가까웠던 탓에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국내 개봉명에 쓰지 못했던 것 같다. 게다가 성조기를 모티브 삼은 코스튬 탓에 반미감정을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당시 언론 시사회 반응도 썰렁했다. 기자들은 어디에서 웃고 신나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화는 전국 50만 관객을 동원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퍼스트 어벤져>가 꼴찌는 아니다.

<어벤져스> 시리즈 이전에는 <고스트 라이더> 시리즈도 찬밥이었다. 2012년에 개봉한 <고스트 라이더: 복수의 화신>은  전국 관객수 11만7265명을 기록했다. 1편인 <고스트 라이더>가 거둔 37만6333명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케서방 니콜라스 케이지의 굴욕이었다.

하지만 케서방도 꼴찌는 아니었으니,

두 손을 다 써도 소용없다.

<퍼니셔>(2004)

이 영화가 꼴찌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04년 9월 10일에 개봉한 <퍼니셔>가 전국 관객 1만1645명을 기록해 역대 마블 영화 중 최악의 국내 흥행 기록을 거뒀다. (영진위의 전산망에 일부 기록이 누락됐을 수도 있다.) 사실 퍼니셔라는 캐릭터 자체가 대중적 인기를 얻기에 다소 무리가 따르는 인물이긴 하다. 복수를 위해 무자비한 살인을 저지르는 심판자. 당시로서는 출연 배우의 인지도가 낮았을 뿐 아니라 특별한 코스튬 자체의 매력도 없었다. 2004년에는 <스파이더맨 2>가 236만7704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12월에 개봉한 <블레이드 3> 역시 백만 관객을 넘어 106만9643명을 기록했다. 한 해에 무려 3명의 마블 히어로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마블 히어로 중에서는 퍼니셔가 단연 꼴찌였다.


여성 히어로
주연작은 없었나?

<엘렉트라>(2005)

있었다.
2005년 1월 21일에 개봉했던 <엘렉트라>는 전국 관객수 20만2020명 정도를 동원하는 데 그쳤다. 코믹스의 설정상 그의 애인이기도 한 <데어데블>이 먼저 개봉해 흥행 참패(55만3000명)를 기록했는데 그녀마저도 그 뒤를 이은 것이다.
히어로 캐릭터는 아니지만 국내 극장가에서 2003년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이 제한상영가 논란 속에서 결국 삭제 개봉했던 때가 있었다. 극장에서 여배우의 액션 활극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드물어서 아쉬웠는데 <엘렉트라> 역시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스크린수 가장 많이
독식했던 마블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한 영화에서 가장 많은 슈퍼히어로가 등장한다는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가 역대 마블 영화 중 가장 많은 스크린수를 차지했다. 이 영화는 일일 스크린 개수가 최고였던 날에는 무려 1991개 스크린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종 누적 관객수는 867만7249명을 기록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상영 환경이 말 그대로 기록 경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일일 좌석점유율 가장 높았던
마블 영화는?

<어벤져스>

일일 최고 관객수의 단순 수치로만 따지면 하루에 115만5761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1위에 올라야 하는데 좌석 점유율에서 이보다 앞선 영화가 있다. 바로 <어벤져스>다. 일일 최고관객수 65만9320명을 동원했던 날의 좌석 점유율은 76.7%에 육박했다. <어벤져스>의 최종 누적 관객수는 707만4891명이었다.

가장 흥행한
마블 영화는?
역대 마블 영화 한국 흥행 순위 톱 10
*영진위 통합전산망 공식 통계 기준

10위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3,963,220명

9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4,168,350명

8위 <아이언맨> 4,300,365명

7위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 4,313,871명

6위 <아이언맨2> 4,498,335명

5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4,853,273명

4위 <어벤져스> 7,074,891명

3위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8,677,249명

2위 <아이언맨3> 9,001,309명

1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10,494,499명

마블 영화 흥행 순위를 보면 이미 답을 알고 있겠지만, '어벤져스' 무법지대다. 그런데 다른 단독 히어로 주연작에 비해 '토르'가 주연을 맡은 영화는 흥행 성적이 저조하다. 그리고 히어로 영화의 흥행 첫발을 내딛으며 물꼬를 터줬던 <엑스맨> 시리즈가 순위에 제대로 오르지 못했다. 7위에 오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가 그나마 체면을 세워주고 있는 정도다.

1049만449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위를 차지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국내에서는 이른바, 서울 마케팅이 주효하게 성공한 영화다. 영화 배경 공간으로 서울이 비중 있게 등장하고, 한국 배우 수현이 닥터 조 역할을 맡아 국내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시켰다. 국내에서는 <아바타>, <겨울왕국>, <인터스텔라>에 이어서 역대 4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외화로 이름을 남겼다.


새로운 기록을 기다린다?

(티켓 가격을 할인해주는 문화의 날 특수가 일정 부분 작용했을) 10월 마지막주 수요일에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가 개봉일 하루 동안 1503개 스크린에서 43만5065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화요일 전야 개봉 기록인 11만8669명을 합친 누적 관람객수는 현재 55만3734명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캐릭터 자체는 국내에서 인지도가 별로 없었지만 베네딕트 컴버배치, 틸다 스윈튼 등의 배우들이 가세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거기에 더해 화려한 3D 상영과 아이맥스 포맷 등 시각적인 스펙터클이 대단하다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단순명료한 권선징악 이야기를 넘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그리고 지구와 우주의 운명으로까지 나아가는 복잡한 설정과 전개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과연 <닥터 스트레인지>가 또 한 번 마블 영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