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소재 드라마는 닳고 닳은 소재인데도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아마 앞으로도 인간이 사랑을 하는 한 꾸준히 인기 있을 장르일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때론 불륜이라는 소재 때문에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라는 편견의 시선도 있기 마련인데요. 불륜 소재를 활용했지만 막장이 아닌 명작으로 풀어낸 다섯 편의 드라마를 모았습니다. 아래 작품들은 모두 왓챠플레이에서 관람 가능합니다.


<부부의 세계> 김희애와 한소희의

결말이 궁금하다면?

<닥터 포스터> 시즌 1,2

감독 톰 본

출연 수란 존스, 버티 카벨, 클레어-홉 애쉬티

첫 방송부터 JTBC 드라마 최고 시청률 기록은 물론 방영 4회 만에 15% 시청률을 돌파하며 화제 되고 있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 회를 거듭할수록 뒷 내용이 너무 궁금해 못 참겠다고요? 원작 드라마에서 힌트를 얻어보는 건 어떨까요. <부부의 세계>는 2015년, 2017년 BBC에서 2개 시즌에 걸쳐 방영된 영국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합니다.

<닥터 포스터>는 드라마지만 시즌당 5편의 에피소드로 방영됐습니다. 처음부터 반전의 패를 보여주며 화끈한 전개를 보여주죠. 똑똑하고 완벽한 주인공 젬마(수란 존스)가 남편의 불륜 사실을 다른 모든 주변 인물들이 함께 숨겨줬다는 걸 알게 되며 배신감을 느끼는 장면이 압권입니다. <부부의 세계>를 먼저 봤다면 뒤통수 때리는 맛은 덜해서 아쉽긴 합니다. 전체적인 틀은 비슷하나 원작과 리메이크작이 미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부부의 세계> 3,4회에서 남편의 외도를 며느리 탓하는 시어머니의 태도나 주변 인물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주인공의 설정이 답답해 다소 실망했는데요. 원작에서 시어머니는 남편의 외도를 알게 하는 인물이자 며느리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닥터 포스터>는 젬마가 불륜 사실을 알게 된 2년 후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부부의 세계>에서 아직 전개되지 않은 부분을 미리 볼 수 있죠. 임신한 불륜녀 케이트(조디 코머)는 과연 아이를 낳을까요?젬마는 뒷목 잡게 하는 남편의 행태에 어떤 분노를 보여줄까요? 왓챠플레이에 함께 공개되는 <부부의 세계> 무삭제판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겠네요.


자극적인 치정극보다

공감할 수 있는 담백한 드라마를

보고 싶다면?

<최고의 이혼>

감독 유현기

출연 차태현, 배두나, 이엘

<최고의 이혼>은 많은 드라마들의 해피 엔딩, 결혼 그 이후를 이야기하는 드라마입니다. 아주 사소한 사건 하나가 이혼의 계기가 됩니다. 석무(차태현)와 휘루(배두나)가 이혼까지 가게 된 시작은 고작 나가사키 카스테라 때문이었죠. 석무는 자기만의 기준과 계획에 갇혀 주변을 돌보지 못하는 타입이고, 휘루는 즉흥적인 성격으로 석무의 계획적인 삶의 방식을 의도치 않게 자꾸 흐트러 놓으면서 자주 다투게 됩니다.

석무의 무심한 이기심을 일깨워 주는 상대는 대학시절 연인이었던 유영(이엘)입니다. 이혼을 앞두고 우연히 같은 동네에서 다시 재회한 유영과 예전의 묘한 감정을 키워가며 추억에 젖어드는 동안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되죠. 석무는 그녀를 아름다운 첫사랑으로 기억했지만 그녀는 석무를 쓰레기로 기억했던 것이죠. 안타깝게도 유영 역시 사랑에 있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남편인 장현(손석구)은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사람이고, 유영은 또다시 상처받은 마음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같은 동네에 살면서 얽히고 얽히는 네 사람은 오히려 서로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서로에 대해 보지 못한 마음들을 헤아리게 됩니다. 방영 당시 다소 낮은 시청률이었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드물게 질척한 치정극으로 흘러가지 않는 담백한 드라마입니다. 차태현, 배두나, 이엘, 손석구 네 배우가 펼치는 티키타카가 특히 꿀잼입니다.


이선균의 찌질 연기는

믿고 보는 거, 아닌가요?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감독 김석윤

출연 이선균, 송지효, 김희원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아내(임수정)를 의심해 카사노바를 고용했던 소심한 두현(이선균).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서는 한층 더 소심해졌는데요. 현우(이선균)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아내의 의심 행동들을 낱낱이 적어내려가며 댓글을 쓰는 익명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상담합니다. 네티즌들의 댓글에 일희일비하고 위로받는 모습이 짠하면서도 답답합니다.

처음 현우의 고민 상담 글에 장난처럼 댓글을 달던 네티즌들은 그가 계속 고민 상담 글을 올리자 어느새 몰입해 응원하고 조언하는데요. 설정상 남자 주인공의 감정 상태에 대한 정보가 여자보다 훨씬 디테일해 여자가 어떤 심정과 상황인지 궁금하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마치 플롯 자체가 자. 차분히 드라마 속 아내가 왜 이러는지 함께 생각해볼까 말을 거는 것 같습니다. 참. 프로바람러로 등장하는 김희원은 매회 불륜을 들키지 않는 다양한 기술을 알려주는데요. 속 터지

게 얄미운 캐릭터를 찰떡같이 연기해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흥행 끝판왕 3종 세트

상류층 + 불륜 + 복수

<품위있는 그녀>

감독 김윤철

출연 김희선, 김선아, 정상훈

<SKY 캐슬>을 방영하기 전까지 JTBC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입니다. 상류층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 예측 불가한 폭풍 전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SKY 캐슬>과 닮은 부분이 많습니다. 상류사회 입성을 위해 일부러 늙은 회장을 꼬셔 간병인에서 사모님으로 신분 상승한 박복자(김선아). 드라마는 의문의 죽임을 당한 복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그녀가 상류층의 사치스러운 삶을 절박하게 꿈꾸다 죽음에 이르렀는지 과거로 돌아갑니다.

복자와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는 회장의 둘째 며느리 우아진(김희선)입니다. 상류층 아내의 매뉴얼을 훌륭히 수행해오던 그녀의 멘탈이 무너진 건, 자신의 안목으로 고른 간병인이 집안을 풍비박산 냈으며, 자신의 안목으로 서포트했던 화가가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입니다. 복자가 상류층의 삶을 향해 폭주할 때 우아진은 남편의 부가 주는 안락함에서 내려오기로 합니다. 두 인물은 상류층 내에서도 미묘하게 다른 촘촘한 계급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체험을 합니다. 중상류층의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활용해 계급이 갖는 허세를 보여주기도 하죠. 불륜 등 온갖 막장 소재를 활용했지만 여-여주인공의 성격과 구도는 여타 드라마와 달라 색다른 느낌이 들게 만듭니다.


김희애의 불륜 소재 드라마는

흥행불패!

<아내의 자격>

감독 안판석

출연 김희애, 이성재, 이태란

김희애가 출연하는 불륜 드라마는 이제 하나의 흥행 공식이 된 것 같습니다. <내 남자의 여자>, <아내의 자격>, <밀회>, <부부의 세계>까지 차례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으니까요. 본인 역할이 불륜에 빠지든, 불륜남의 아내 역이든 품위를 놓치지 않으면서 매력적이고 납득이 가는 캐릭터로 만들어냅니다.

<아내의 자격>에서 김희애의 역할은 불륜에 빠지는 쪽입니다. 대치동에서 아내의 자격은 단 하나. 자식의 교육에 올인해 성공하는 것입니다. 다른 모든 것에 완벽해도 자식 교육에 실패하면 지탄받고, 공부만 잘 시키면 무슨 짓을 해도 용서받습니다. 집집마다 자식 교육을 최종 목표로 두고 여러 욕망 섞인 비밀들을 묵인하죠. 그런 것에 욕심 없는 서래(김희애)는 겉돌다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유부남 태오(이성재)와 사랑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을 쉽게 욕 하긴 어려운데요.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에서 어쩌면 불륜보다 더 부도덕한 면모들이 읽히기 때문입니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