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나 캐릭터를 생각했을 때 함께 떠오르는 패션 아이템이 있습니다. <7년만의 외출> 하면, 마릴린 먼로가 지하철 환풍구에 서서 치마를 부여잡았던 모습이 떠오르고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떠올리면 커튼을 뜯어 벨벳 원피스를 만들었던 스칼렛(비비안 리)이 떠오르죠. '오드리 헵번'의 패션 아이템은 한가득이지만, 그중에서도 <티파니에서 아침을> 속 블랙 드레스를 빼놓으면 서운할 것 같네요.
이처럼 하나의 아이콘이 된 영화 속 패션 아이템은 또 뭐가 있을까요? 셀 수 없이 많아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영화 속 그 아이템들! 오늘 이 자리에 한가득 모아보았습니다. 좋은 것은 나눠 보는 것! '아니, 이 아이템이 없단 말이야?!' 생각하셨던 분들은 댓글로 함께 공유 부탁드려요~(찡긋)
오즈의 마법사 1939
뒤축을 세 번 딸각이면 어디로든 데려다줄 것 같은 마법 구두! <오즈의 마법사> 속 도로시의 빨간 루비 구두는 영화 역사상으로도 소중한 가치를 지닌 아이템입니다. 1979년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기증된 이 구두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식지 않은 인기를 증명해내고 있는데요. 시간이 지나 헐거워지고 변색된 루비 구두를 복원하기 위해 박물관 측이 펀딩 사이트를 통해 모금에 나선 결과, 6일 만에 목표액 30만 달러를 모두 모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관객들의 사랑으로 원래의 반짝임을 되찾을 이 구두, 계속해서 사랑을 받을 아이템임은 분명하네요!
로리타 1962
올해 초 SNS에 돌풍을 일으켰던 '스탠리 큐브릭전'. 그곳에서도 사진 찍기 좋았던 핫플레이스는 바로 <로리타>의 하트 선글라스가 전시되어있던 곳이었습니다. 영화 속 빈티지한 의상도 시선을 끌었지만, 영화의 아이콘이 된 패션 아이템은 하트 선글라스였죠. 하트 선글라스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더해주는 아이템이기도 했습니다. 포스터에도 삽입된 아이템이니, 말 다 한 것!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1967
1930년대 전반 함께 범죄를 저지르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보니와 클라이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패션 아이템은 모자입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칼 단발의 보니는 베레모를, 단정한 슈트 차림의 클라이드는 페도라를 쓰고 있었죠. 세련된 이들의 패션은 패션지의 단골 모티브가 되기도 했는데요! 시크하면서도 지적인 보니의 스타일은 실제 영화 개봉 당시 유행을 타기도 했습니다. 영화로 제작되어 보니와 클라이드가 저런 패션 아이템을 장착했다고 생각하면 오산! 이는 실제 보니와 클라이드의 의상을 모티브로 삼은 것이랍니다.
애니 홀 1977
영화에서 패션을 논한다면 <애니 홀> 속 다이안 키튼의 매니시 룩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검정 중절모와 남성용 옥스퍼드 셔츠, 넥타이, 와이드 팬츠를 입은 그녀는 지적인 커리어 우먼의 매력을 뽐내며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죠. '애니홀 룩'이라는 이름도 붙은 영화 속 다이안 키튼의 패션! 이는 1970년대 후반, 여성들의 옷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그리스 1978
1950년대 학생 패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영화, <그리스>도 빼놓을 수 없겠죠! 옷장에 그 옷밖에 없는 듯(...) 필사적으로 가죽 재킷을 챙겨 입었던 대니(존 트라볼타)의 뚝심,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 샌디(올리비아 뉴턴-존)의 180도 스타일 파격 변신이 눈을 즐겁게 해주던 영화였는데요!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 것! 오프숄더에 링 귀걸이, 밀착된 바지에 라이더 재킷까지, 지금 입어도 손색없을 의상들이 총집합된 영화였습니다. 펜슬스커트와 롤업 진, 형형색색의 풀 스커트를 보는 재미도 있었죠.
가죽 재킷 뽐뿌 일으키는 영화 자매품으로는 <위험한 질주>, <탑 건> 등이 있겠네요. 말론 브란도와 톰 크루즈가 입기 전엔 그저 영국 경찰과 항공사 직원들만 입는 줄 알았던 그 옷! 한발 앞선 패션 감각은 이들을 가죽 재킷의 아이콘으로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레옹 1995
모든 면에서 레전드인 영화 <레옹>! 영화 속 아이콘이라면 <레옹> 속 마틸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내내 마틸다의 패션 센스에 놀라게 되는데요. 턱선을 스치는 단발머리에 짧은 앞머리, 크롭 톱에 초커, 그리고 항공 점퍼까지. 그녀의 스타일은 20년이 지난 후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101 달마시안 1996
"크루엘라~ 크루엘라 드빌!" <101 달마시안>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꽁냥꽁냥한 강아지들도 귀여웠지만, 이 강아지들을 두고 끔찍한 생각을 하던 크루엘라 드빌도 잊을 수 없죠. 모피 광인 그녀는 애니메이션 속에서도, 실사 영화 속에서도 늘 두터운 코트를 두르고 나왔습니다. 담배 한 개비와 함께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모피 코트는 그녀의 상징이 되었죠.
매트릭스 1999
<매트릭스>와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올블랙의 의상과 날렵한 선글라스 아닐까요? 한때는 검은 코트에 선글라스만 걸쳐도 "너 매트릭스야?" 하고 깔깔거리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개봉 당시 센세이션을 불렀던 작품이니만큼, <매트릭스> 속 패션 또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소화했던 가죽 롱 코트는 영화의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살리는 데 한몫하며, 개봉 당시 길거리의 사람들에게도 미래지향미를 전파(!)해냈죠.
미녀 삼총사 2000
70년대 큰 주목을 받은 동명의 TV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영화, <미녀 삼총사>는 카메론 디아즈, 드류 베리모어, 루시 리우 세 배우의 넘치는 에너지를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세 명의 미녀들이 이루는 활약과 그 속의 액션을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컨셉에 맞춰 변신하는 세 배우의 패션을 보는 재미도 있는 작품이었죠. 1970년대의 스타일을 2000년대 식으로 유연하게 소화하며 자신의 개성도 살렸던 미녀들의 변신은 영화의 매력 포인트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해리포터 2001
엥? <해리포터> 시리즈에 무슨 패션이냐고요? 색색깔의 그리핀도르 목도리도 예뻤고, 영화 속에서는 지팡이 또한 이들의 패션 아이템이었지만(ㅋㅋㅋ)! 그중에서도 머글들 세상에서 아예 호칭이 붙어버린 이것! 해리포터 안경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네이버에 '해리포터 안경'을 검색하면 나오는 포스트가 수십 개! 어느 순간부터 동그란 해리포터 안경은 패피들의 필수 아이템이 되어버렸죠!
로얄 테넌바움 2002
웨스 앤더슨 감독의 <로얄 테넌바움>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캐릭터들이 총집합한 영화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채스 테넌바움(벤 스틸러)과 그의 두 아들이었어요. 같은 헤어스타일을 유지한 채 언제나 나란히 서 있는 이 삼부자! 이들은 줄곧 빨간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하곤 했는데요. 그의 동생들, 마고 테넌바움(기네스 펠트로)과 리치 테넌바움(루크 윌슨) 또한 자신만의 시그니처 패션 아이템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짙은 아이라인에 어깨까지 오는 칼 단발머리를 한 마고는 언제나 퍼 코트를 입고 다녔고, 테니스 선수로 나오던 리치는 내내 헤어밴드를 두른 채 브라운 계열의 재킷을 걸치고 다녔죠.
킬 빌 2003
결혼식 날 자신이 속했던 조직의 일원들에게 하객들과 남편은 물론 뱃속의 아기까지 빼앗긴 블랙 맘바(우마 서먼). 4년간 코마 상태에 빠져있던 그녀는 우연히 의식을 되찾고 복수를 다짐하게 됩니다. 그때 그녀가 입고 있던 의상은 1978년 작 <사망유희>에서 이소룡이 입었던 노란색 트레이닝복! 이소룡의 노란 트레이닝복을 입고 검을 휘두르던 우마 서먼의 모습은 <킬 빌>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기존의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조합이었기에 더 인상 깊었죠.
어톤먼트 2007
부유한 집안의 딸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와 집사의 아들 로비(제임스 맥어보이)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영화 <어톤먼트>의 에메랄드 실크 드레스는 여러 매체에서 베스트로 꼽은 영화 속 의상 중 하나입니다. 미국 타임지에서는 '가장 멋진 영화 속 의상 10벌'에서 1위로 이 드레스를 꼽으며, 캐릭터의 복잡한 심경을 잘 표현해주는 의상이라고 언급했죠. 이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명장면을 탄생시킨 키이라 나이틀리! 늘어진 등 부분이 특히나 아름다운 드레스였습니다.
드라이브 2011
<이유 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이 입은 빨간 블루종에 버금가는 블루종이 있습니다. 바로 <드라이브>의 드라이버, 라이언 고슬링이 입은 전갈 블루종이죠. 제임스 딘처럼 '나 멋있어!' 포스를 발산하며 입은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가 입고 나온 후 전갈 블루종은 블루종 계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내면 속 숨겨진 냉혹한 본성과 마주하는 라이언 고슬링의 캐릭터와 내면에 독을 지닌 전갈의 이미지가 잘 맞아서일까요? 흥행은 조금 아쉬웠지만 라이언 고슬링과 혼연일체 된 블루종 하나는 확실히 건진 이 영화! 개봉한 후 라이언 고슬링의 블루종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아쉽게도 이 아이템은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주문 제작한 제품이었다고 하네요.
위대한 개츠비 2013
영화 속 의상을 말하는 데 빠져서는 안 될 영화 여기 하나 더 있습니다. 2014년 오스카 시상식, 아카데미 시상식의 의상상을 휩쓴 이 영화! 바즈 루어만 감독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연출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러닝타임 내내 화려한 의상들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놓는데요. 영화 속에서는 20세기 패션의 태동기인 1920년대, 상류층 여성들의 패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상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에디터에게는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파티에 처음 방문한 데이지(캐리 멀리건)가 하고 갔던 블링블링 머리띠가 인상 깊게 남았는데요. 진주와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었던 사진 속 머리띠는 영화 개봉 후 셀럽들 사이에서 유행을 타기도 했습니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015
매너가 사람을 만드는 것임을 몸소 보여주신 콜린 퍼스의 꽃중년 매력이 돋보였던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이 영화의 빠질 수 없는 요소 한 가지를 꼽자면 단연 슈트겠죠! 단정하면서도 우아한 이들의 슈트 패션은 '킹스맨' 요원들만의 캐릭터를 확립시켰는데요. 이는 <킹스맨: 에이전트>가 단지 빤한 액션 영화가 되지 않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죠! 이어 나올 후속편에서는 또 얼마나 훌륭한 슈트 핏을 보여줄지 기대되네요. 벌써부터 마음이 콩닥콩닥!
닥터 스트레인지 2016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 영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초강력 마법사로 등장하는 <닥터 스트레인지>에도 눈에 띄는 아이템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영화 속에서 '잔망'을 담당하는 그의 빨간 망토, '클록 오브 리비테이션'이죠. 영화 속 깨알 개그를 담당하고 있는(!) 이 망토가 마블의 다음 시리즈에서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가.운.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또 다른 망토가 떠올랐습니다. 영화 <셜록: 유령신부>에서도 그는 망토를 두른 채 사건을 파헤쳐 나가곤 했는데요. 인생 캐릭터마다 망토를 두르고 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그의 다음 인생 캐릭터 또한 망토를 두르고 있을지(ㅋㅋㅋ) 궁금해집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코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