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페르소나", "이 감독의 페르소나가 된 배우" 등 영화 뉴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어, '페르소나'는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요? 

먼저 '페르소나'(Persona)라는 단어의 유래를 알아보죠! '페르소나'란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던 가면을 뜻합니다. 당시에는 마이크와 같은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배우의 목소리를 관객들에게 전하기 위해 가면에 확성기 역할을 해주는 고깔을 붙이고, 가면 위에 인물의 감정을 나타내는 표정을 새겨 넣었다고 하는데요.

영화계에서는 이 단어를 영화감독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를 지칭할 때 사용합니다. 작가주의 영화감독들은 자신의 영화 세계를 대변할 수 있는 대역으로 특정한 배우와 오랫동안 작업하는데, 이때 배우는 감독의 '가면'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거죠.

이렇듯 감독은 자신이 영화에 직접 출연하지 않으면서 배우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페르소나는 감독의 자화상이자 영화의 자화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럼 국내와 해외의 대표적인 감독-페르소나는 누가 있는지 알아볼까요?


봉준호-송강호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와 고아성)

봉준호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살인의 추억>에 형사 박두만으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 천만 영화 <괴물>, 2013년 <설국열차>까지 세 편의 영화를 같이 한 송강호. 세 영화는 모두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들로 남았으며,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약간 어리숙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모습의 인물들을 연기합니다.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이외에도 김지운 감독과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을, 박찬욱 감독과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박쥐> <청출어람> 등의 작품을 함께 했습니다. 역시 명불허전 국민배우!

윤종빈-하정우

<용서받지 못한 자>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로 만난 둘은 윤종빈 감독의 대학 졸업 작품이자 데뷔작인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군도>까지 총 네 작품을 함께 했죠. 특히 <군도>에서는 평소 이야기를 할 때 자주 머리를 터는 윤종빈 감독의 실제 버릇에서 착안한 동작을 연기해 그의 페르소나임을 몸소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류승완-류승범

<부당거래> 류승범과 류승완 감독

영화계 대표 형제죠, 류승완 감독과 류승범 배우! 류승완 감독의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 후 <다찌마와 리>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부당거래> <베를린>까지 무려 8편의 작품을 함께 해왔습니다. 류승완 감독은 자신의 성향을 가장 잘 이해하는 배우로 동생 류승범을 꼽기도 했죠.

김지운-이병헌

<악마를 보았다> 이병헌과 김지운 감독

김지운 감독의 작품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에서 이병헌은 '복수'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콤한 인생>에서는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조직의 보스에게 복수하려 총 끝을 겨누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는 윤태구(송강호)에게 손가락을 잃고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만주벌판을 달리고,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약혼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장경철(최민식)에게 처절한 응징을 가하죠. (김지운 감독은 누구에게 이토록 복수하고 싶은 것일까요.) 그리고 김지운 감독의 가장 최근작인 <밀정>에서는 정채산 역으로 특별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김성수-정우성

<아수라> 정우성, 김성수 감독

<비트>와 <태양은 없다>로 90년대 한국 청춘들을 열광시킨 김성수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 정우성. 2001년 <무사> 이후 두 사람은 <아수라>에서 재회했습니다. 정우성은 20년의 세월을 거쳐 네 편의 영화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를 연기하며 김성수 감독의 진정한 페르소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톰 행크스

<스파이 브릿지> 톰 행크스, 스티븐 스필버그

말이 필요 없는 배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페르소나는 믿고 보는 배우 톰 행크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전쟁영화라고 꼽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처음 만난 둘은, 이후 <캐치 미 이프 유 캔> <터미널> <스파이 브릿지>까지 네 편의 영화를 함께 했습니다. 

또한 톰 행크스는 근 10년간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인페르노>에서 로버트 랭던 교수로 분하며 론 하워드 감독의 페르소나로 슬금슬금 옮겨가고 있는 중..!

데이빗 핀처-브래드 피트

브래드 피트, 데이빗 핀처 감독

최근 재개봉한 영화 <세븐>과 <파이트 클럽>의 공통점은? 바로 데이빗 핀처 감독과 브래드 피트가 함께 한 영화라는 것인데요. 여기에 2008년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까지 함께하며, 데이빗 핀처 감독을 통해 브래드 피트는 미남 배우에서 연기도 잘하는 배우로 거듭나게 됩니다.

팀 버튼-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헬레나 본햄 카터와 팀 버튼, 팀 버튼과 조니뎁

'페르소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사람, 팀 버튼과 조니 뎁! 여기에 천의 얼굴을 가진 여배우 헬레나 본햄 카터도 있죠. 세 사람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유령 신부>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다크 섀도우> <거울 나라의 앨리스>까지 6편의 작품에서 함께 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6편의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이 모두 다르다는 것!

왕가위-양조위

(장쯔이와) 왕가위 감독과 양조위

뛰어난 비주얼리스트로 손꼽히는 왕가위 감독은 특유의 미장셴(이게 뭐죠? 하는 분 클릭!)으로 독특한 영상미를 구축하고 있는데요. 허무와 고독을 주제로 한 그의 영화들은 90년대 중후반 엄청난 붐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독보적인 색을 가지고 있는 왕가위 감독의 페르소나는 바로 양조위입니다. 두 사람은 1990년 <아비정전>을 시작으로 <중경삼림> <동사서독>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2046> <동사서독 리덕스> <일대종사> <왕가위, 3색 로맨스>까지 무려 9편의 영화를 함께 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로버트 드 니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사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첫 페르소나는 하비 케이틀로 그의 장편 데뷔작이자 뉴욕 영화학교 졸업작품인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를 시작으로 다수의 영화를 함께 했습니다. 

로버트 드 니로와 마틴 스콜세지 감독

이어 그의 가장 유명한 페르소나인 로버트 드 니로와 <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뉴욕 뉴욕> <성난 황소> <코미디의 왕> <좋은 친구들> 등 1970년~1990년도의 작품들을 함께 했습니다. 이탈리아계 이민자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 자신처럼 로버트 드 니로와 함께 한 영화들의 주인공은 모두 이탈리아계 미국인입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주로 작업을 하고 있죠. 전형적인 미소년 얼굴로 하이틴 스타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만나 연기파 배우로 들어서게 됩니다.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까지 5편의 영화를 함께 했습니다.


오늘 씨네피디아를 통해 알아본 단어 페르소나! 재밌게 보셨나요? 그럼 다음엔 더 재밌는 내용으로 만나요. 안녕! (아래 토끼는 에디터의 페르소나...)

씨네플레이 에디터 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