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가 풀렸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얘기입니다. 시카코 컵스가 월드시리즈에서 108년 만에 우승했습니다. 시카코 컵스는 ‘염소의 저주’가 내린 팀으로 유명했습니다. 염소의 저주에 대해 살짝 말씀드리면 1940년대, 컵스의 팬인 빌리 시아니스가 자신의 염소를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 필드에 데려갔다가 쫓겨나면서 생긴 일입니다. 빌리는 “컵스가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를 내렸습니다.
영화 블로그에 뜬금없이 웬 미국 야구 얘기인가 싶으실 겁니다. 문득 시카고 컵스처럼 할리우드에도 이런 저주가 있나 궁금했습니다. 검색해봤더니 꽤 많은 저주들이 있더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부분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이야기들입니다. 우연의 연속일 수도 있고요. 일요일에 방영하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볼 법한, 실제로 방송되기도 했던 내용이니 재미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1. 오스카의 저주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저주는 오스카의 저주입니다. 오스카는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받는 트로피의 이름이죠. 오스카의 저주는 꽤 오래됐습니다. 2014년 사망한 루이제 라이너가 시작이었습니다. 그녀는 <위대한 지그펠드>(1936)와 <대지>(1937)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연속 수상했지만 이후 경력이 끊겼습니다. 그때 오스카의 저주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최근에는 오스카상을 수상한 여자 배우들이 이혼을 많이 한다는 게 일반적입니다. 2000년 이후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오스카의 저주에 걸린 배우들의 리스트가 아래에 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은 흥행에 실패한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할리 베리 2002년 <몬스터 볼> → 2005년 가수 에릭 베넷과 이혼
힐러리 스웽크 2000년 <소년은 울지 않는다> 2005년 <밀리언 달러 베이비>→ 2006년 배우 채드 로우와 이혼, 2000년 수상 스웽크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눈물을 보였다.
리즈 위더스푼 2006년 <앙코르> → 2006년 12월 배우 라이언 필립과 이혼
케이트 윈슬렛 2009년 <더 리더> → 2011년 감독 샘 멘데스와 이혼
산드라 블록 2010년 <블라인드 사이드> → 사업가, 방송인 제시 제임스와 이혼, 시상식 이후 10일 만에 파경
물론 오스카의 저주가 모두에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 예외도 많습니다. 최근의 경우를 소개하자면 2014년 <블루 재스민>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트 블란쳇은 여전히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고 있죠.
2. 슈퍼맨의 저주
슈퍼맨의 저주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슈퍼맨을 연기한 배우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저주입니다. 조지 리브스와 크리스토퍼 리브가 대표적입니다.
조지 리브스는 1951년 <슈퍼맨과 몰 맨>, TV드라마 <슈퍼맨의 모험>(1952~1958)에 출연했습니다. 슈퍼맨 캐릭터로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1959년 45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자신의 집에서 산탄총에 맞은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자살이라고 발표했지만 그의 죽음에 대한 논란이 끝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살이 아니라는 겁니다. 조지 리브스의 죽음에 대한 영화가 있습니다. 밴 애플렉이 조지 리브스를 연기한 <할리우드랜드>입니다. 조지 리브스가 MGM 사장 토니 매닉스의 부인과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이 그의 죽음을 풀 열쇠라는 내용입니다. 참고로 토니 매닉스는 코엔 형제의 <헤일, 시저!>에도 등장합니다. 조쉬 브롤린이 연기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30대 이상의 팬들은 다 알고 있을 겁니다. 그는 1978년부터 1987년까지 <슈퍼맨> 시리즈의 4편까지 출연한 배우입니다. 대다수의 팬들은 슈퍼맨 하면 크리스토퍼 리브를 먼저 떠올릴 것 같습니다. 그에게도 비극이 찾아옵니다. 1995년,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얼굴을 제외한 신체의 모든 부분을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가 됐습니다. 2000년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며 희망을 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쾌유를 기원했지만 2004년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3. 존 코너의 저주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캐릭터 존 코너를 연기한 배우들도 저주에 걸렸습니다. <터미네이터2>(1991)에 출연한 에드워드 펄롱은 당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가 있었습니다. 엄청난 꽃미남이었거든요. <터미네이터2> 출연 이후 할리우드의 청춘 스타가 될 것 같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영화 출연 이후 그는 알코올, 약물에 빠져 사고뭉치가 됐습니다. <터미네이터3: 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에 성인 존 코너로 출연한 닉 스탈 역시 알코올, 약물 중독에 시달렸습니다. 에드워드 펄롱과 닉 스탈 모두 수차례 경찰서를 들락거렸습니다.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2009)에서 존 코너를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은 이후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대신 촬영 중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베일은 촬영감독 세인 허버트에게 폭언을 했습니다. ‘Fxxx’을 39번이나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폭언은 촬영됐고 베일은 사과해야 했습니다.
4. <폴터가이스트>의 저주
공포영화에는 안 좋은 소문이 따라붙게 됩니다. 촬영 중에 실제 귀신을 봤다거나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죠. 마케팅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폴터가이스트>(1982)의 경우에는 실제로 비극적인 죽음이 있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각본을 쓴 <폴터가이스트>는 폴터가이스트 현상, 집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거나 물건이 스스로 움직이는 현상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입니다. 1982년부터 1988년까지 총 3편의 영화가 제작됐습니다. 저주는 배우들에게 찾아왔습니다. 영화가 제작되던 6년 동안 4명의 배우가 죽음을 맞았습니다.
첫번재 비극의 주인공은 도미니크 던입니다. 그녀는 <폴터가이스터>에 출연한 뒤 유명해졌습니다. 이후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TV 시리즈 <브이>(V)에 캐스팅됐죠. 그녀는 배우로서의 성공가도를 앞에 두고 있었지만 달리지 못했습니다. 남자친구 존 스위니가 그녀의 목을 졸라 살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던의 이별 통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도미니크 던은 22살이었습니다. <폴터가이스터> 2편에 출연한 줄리안 벡은 위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역시 2편에 출연한 윌 샘슨은 피부 경화증을 앓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했습니다. 마지막 비극의 주인공은 12살이었던 헤더 오루크입니다. 3편 촬영을 마친 뒤 패혈증 쇼크가 생겨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폴터가이스터>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들이 줄줄이 세상을 떠나자 <폴터가이스터3>가 개봉했을 때 관객이 무서워서 극장을 찾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실제로는 영화가 재미가 없었을 가능성이 높겠죠.
5. <오멘>의 저주
에디터가 어린 시절 우연히 봤다가 기겁한 영화 <오멘>(1976)에도 저주와 관련된 루머가 있습니다. <폴터가이스트>와 비교하면 좀더 오싹할지도 모릅니다. <폴터가이스터>에 출연한 배우들의 죽음은 설명이 되지만 <오멘>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연 배우 그레고리 펙과 각본가 데이비드 셀처는 각각 영국행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두 사람은 다른 비행기에 탔습니다. 그런데 두 비행기 모두 번개에 맞았습니다. 제작자 마크 뉴펠드의 비행기는 로마에서 출발했습니다. 역시 번개를 맞았습니다. 리처드 도너 감독이 묵었던 런던의 호텔은 IRA에 의한 폭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화에 참여한 특수효과 스탭은 네덜란드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합니다. 그날은 13일의 금요일이었습니다.
특히 그레고리 펙은 기이한 일과 슬픈 일을 겪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행 비행기를 예약했다가 비행 직전 취소했습니다. 그가 타려던 비행기는 추락했습니다. 탑승자는 전원 사망했고요. <오멘>에서 아들을 죽여야 하는 캐릭터 로버트 쏜을 연기해야 하는 그레고리 펙에게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의 아들이 영화 촬영 몇 달 전에 자살했습니다.
할리우드에 전해지는 몇 가지 저주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런 얘기들은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그저 우연의 일치를 확대 해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언론들은 이런 우연을 놓치지 않고 이름 붙이길 좋아하죠. 어쨌든 염소의 저주를 풀어낸 시카코 컵스의 우승을 축하합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