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거의 모든 사랑은 이별을 만들죠. 뜨겁게 사랑한 적이 애초 없었던 것처럼 헤어집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사라질 리 없죠. 그래서 우리는 매일 밤마다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가 후회하고 술먹고 또 다시 후회하는 바보같은 짓을 합니다. 지금 당신도 혹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후회하고 있나요? 아니면 그 혹은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나요?
그래서 슬픔에 잠긴 이별러들을 위한 영화 속 이별 장면들 그리고 공감할 장면들을 모아봤습니다.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껏 생각하시고 잊어야 할 사람이라면 이 글이 끝나는 순간 깨끗하게 잊어버립시다, 우리! 우리는 또 다른 사랑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야 하니까요. 결국 사랑의 치유약은 사랑이니까요. 그럼 기운 빠지지 않도록 마음 단단히 잡으시고 추울발~.
연애의 온도
이별 필독서 같은 영화입니다. 이별을 경험한 사람 백이면 백이 공감한다는 이 영화 <연애의 온도>. 사실 내용은 일반적인 사랑과 이별을 다룬 영화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대사 그리고 공감입니다. 영화 내내 김민희와 이민기가 내뱉는 대사들은 안 그래도 아픈 이별러들의 심장을 쿡쿡 찔러댑니다.
<연애의 온도> 속 놀이공원 장면은 너무나 유명합니다. 하지만 계속 봐도 질리지가 않네요. 같은 연애를 한 남자와 여자는 왜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말이 생각나는 장면입니다. 영화 속 이런 대사도 생각이 납니다. "헤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만날 확률이 82프로래. 근데 그렇게 다시 만나도 잘되는 사람들은 3프로밖에 안된대." 재회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희망고문 같은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우리 모두가 3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장면은 설명 없이~ 너무나 유명한 장면이니까요!
지금 우리 사귀긴 하는 거니
블루 발렌타인(2010)
<블루 발렌타인>은 현실적인 사랑이야기입니다. 결혼 전 운명적인 만남으로 뜨거운 사랑을 했던 딘(라이언 고슬링)과 신디(미쉘 윌리엄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난 뒤 두 사람의 사랑은 점점 현실적인 문제들로 지쳐가죠.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서 보여주며 비극적인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사랑이 이렇게도 잔인할 수 있구나를 실감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답답해집니다.
그래도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내 사랑만, 내 이별만 이렇게 거지같은 건 아니였구나. 특히나 후반부, 신디의 병원에서 신디와 딘이 싸우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니 꼭 챙겨보시기를. 이 영화를 에디터는 개인적으로 강력 추천합니다.
우린 이미 서로에게 엉망이야
더 이상 이렇게는 살지 못하겠다는 여자와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우는 남자. 여자가 말하는 대로 고친다고 그렇게 한다며 남자는 빌지만 여자의 마음은 돌아서지 않습니다.
이미 이들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습니다. 서로의 바닥을 본 둘에게 남은 건 이별 뿐입니다. 기회를 달라는 남편의 손을 매정하게 뿌리치는 여자. 둘에게도 행복했던 순간은 있었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된 걸까. 후회 아닌 후회를 하지만 서로에게 남은 건 사랑이 아닌 애증이었습니다. 사랑했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싸우는 둘의 모습을 보면 세상의 모든 사랑이 허무하게만 느껴집니다.
조금만 더 가까이(2010)
한국의 이와이 슌지라는 별명을 가진 김종관 감독의 <조금만 더 가까이>입니다. 최근 작품으로는 평단의 호평을 받은 <최악의 하루>가 있습니다. <조금만 더 가까이>는 총 3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사랑과 이별을 겪은 청춘들의 감정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그 중에서도 두 번째 에피소드인 정유미와 윤계상이 연기하는 헤어진 연인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둘은 이미 헤어졌지만 은희(정유미)는 느닷없이 현오(윤계상)를 찾아와 막말을 퍼붓고 매달립니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간절한 사랑은 한 인간을 바닥까지 보여줄 수 있게 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 괴물 아니니까. 그런 식으로 대하지 마"라고 말하는 정유미의 표정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사랑이 끝난 사람과, 아직 사랑이 끝나지 않은 남녀의 대화란...
난 너때문에 연애 불구야
다짜고짜 전 남자친구를 찾아와서 온갖 막말들을 내뱉는 여자. 남자를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여자에게 남자는 이제 일말의 정도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별 후 여자는 자신의 인생이 바닥으로 내팽겨졌다고 생각합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내가 왜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여자는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서로 다른 공간, 시간, 상황을 살고 있는.. 한 때는 사랑했던 두 사람. 지금은 남자에게 여자는 괴물처럼 느껴지지만, 여자는 자신의 바닥을 드러내며 남자에게 매달립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얼마나 구질구질한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도 사랑일까(2011)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 권태를 느낀 여자(마고). 어느 날 우연히 옆집으로 이사 온 남자, 대니얼에게 설레는 사랑의 감정을 느낍니다. 이성적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갈수록 지겨워지는 결혼생활은 그녀의 목을 조입니다. 결국 남편을 버리고 새로운 설레임, 대니얼을 선택한 그녀. 이제 새로운 사랑과 행복한 날들을 기대하죠.
그러나 새로운 사랑 역시 권태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를 이 장면이 보여줍니다. 말 한마디 대사 한마디 없지만 사랑이란 게 얼마나 작고 우스운 것인지 알게 되는 장면입니다. 결국 어떤 게 맞는 것인지 정답은 없지만 짧은 설레임은 사랑 속에서 그 어떤 힘도 가지지 못한다고 영화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한 평론가는 이 영화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는 결국
그 모든 환희도 권태한테
자리를 넘긴다.
6년째 연애중(2008)
이제는 의리로 연애를 할 때도 되었다고 생각하는 남과 여. 둘은 6년의 시간을 만났습니다. 이제는 여자가 동생 같기도 딸 같기도 하다는 남자와 항상 자기만 바라봐주기를 바라는 여자. 둘 사이는 점점 갈라지고 싸움을 밥먹듯이 하게 됩니다.
오랜 연인들의 공감을 산다는 이 영화 역시 설레임과 편안함 사이에서 방황하는 장수 커플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요. 다음은 재영(윤계상)과 다진(김하늘)이 잠시 헤어졌다 재회하는 장면 속에서 나누는 영화 속 장면입니다. 남자와 여자의 비극은, 여자와 남자가 느끼는 사랑의 결핍이 다르기 때문에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듭니다.
너 나 때문에 불행해?
언제나 확인받고 싶은 여자와 그런 확인이 이제는 지겨워지는 남자. 사랑한다는 한 마디 표현이 중요한 여자와 말 안해도 알아주기를 바라는 남자.
아는 여자(2004)
우리 그만 만나자.
"우리 그만 만나자"라고 이별을 말하는 여자. 그리고 남자는 정말 격렬하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온갖 욕설과 막말을 내뱉으며 여자에게 소리치는 남자. "가! 가버려 이 XX아" 그래, 그럴 줄 알았다며 나쁜 남자, 못된 남자처럼 이별을 받아 들이는 이 남자.
그러나 반전
사실은 위의 장면은 남자의 상상이었습니다. 현실은... "그래, 알겠어"라며 아무 말도 못하는 바보 같은 이 남자.
이 장면은 영화 <아는 여자>의 시작 장면인데요. 장진 감독의 유머가 엿보이는 장면입니다. 이런 반전을 영화 앞부분에 보여주다니. 에디터도 이 영화를 보고 '도대체 이 남자 무슨 캐릭터지?'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유쾌한 이별 장면으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오늘은 가슴 답답한 이별 장면부터 권태기를 맞이한 커플의 장면.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재미있는 이별 장면까지 넣어봤는데요.
헤어지면 많은 분들이 검색하는 게 '이별 후 볼 만한 영화'라고 합니다. 물론 이별을 한 뒤에는 펑펑 울고 싶고 마음 속의 정답을 알려줄 수 있는 영화를 찾고 싶습니다. 하지만 떨쳐버려야 할 인연이라면 때로는 재미있는 영화, 킬링타임 영화들 챙겨보면서 마음 속 상처 치유하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들의 이별 극복 영화도 궁금해지네요~ 댓글로 달아주시면 더럽~할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안녕!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유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