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극장가는 좀비들이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토종 좀비 영화 <부산행>의 신드롬과 <서울역>, <아이 엠 어 히어로>의 잇단 성공은 좀비 영화를 일부 팬들이 열광하던 장르 영화에서 일반 관객까지 두루 즐길 보편적인 영화로 탈바꿈시킨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오리지널 고어에서 좀비의 사랑까지 여기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좀비 영화 몇 편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웜 바디스
감독 조나단 레빈  출연 니콜라스 홀트, 테레사 팔머  상영시간 97분  제작연도 2013
좀비와 인간의 사랑이라니. 좀비물의 진화는 어디까지인지를 알려주는 영화입니다. 이제 좀비가 청부살인하고 사채놀이하고 이런 영화만 나오면 되려나요? 핏기가 하나도 없음에도 니콜라스 홀트의 모습은 너무나도 멋집니다. 그 동안의 좀비 영화에서 우리가 좀비 얼굴을 이토록 뚫어지게 바라봤던 적이 있었을까요. 사랑에는 국경도 좀비도 없습니다. 점점 쌀쌀해지는 가을, 심장을 덥혀줄 분과 함께 좀비 로맨스에 빠져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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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랜드
감독 루벤 플레셔  출연 우디 해럴슨, 제시 아이젠버그  상영시간 88분  제작연도 2009
<좀비랜드>는 심각한 좀비물이 아니라 유머로 시작해서 유머로 끝나는 잔재미가 가득한 영화입니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는 콜럼버스(제시 아이젠버그)는 갑자기 들이닥친 옆집 여자가 좀비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비로소 세상에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알게됩니다. 좀비영화 광팬이던 주인공은 영화에서 터득한 지식을 통해서 얻은 자신만의 생존 규칙들을 풀어내는데 이게 아주 재미있습니다. 좀비 영화를 공포물로 여겨 기피하시던 분들도 부담없이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겁쟁이에 히키코모리이며 과민성 대장 증후군까지 걸린 제시 아이젠버그의 코믹한 연기도 일품이니 그의 예전 모습이 궁금하신 분들은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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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후
감독 대니 보일  출연 킬리언 머피, 나오미 해리스  상영시간 113분  제작연도 2002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였던 짐(킬리언 머피)이 기적적으로 깨어났을 때, 병원은 물론 런던 시내까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거리를 헤매던 짐은 두 눈이 핏빛으로 붉어진 무리로부터 쫓기고, 생존자 셀레나(나오미 해리스)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되고 그들로부터 알 수 없는 바이러스 때문에 영국이 완전히 황폐해진 사실을 알게 됩니다. <트레인스포팅>부터 뛰는 장면엔 일가가 있는 대니 보일이 연출한 영화답게 <28일 후>는 뛰는 좀비의 시작을 알린 역사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움직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런던 거리를 보는 희귀한 경험은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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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Z
감독 마크 포스터  출연 브래드 피트, 미레유 에노스  상영시간 115분  제작연도 2013
디어 좀비 영화가 블록버스터로 탄생합니다. 우주대스타 브래드 피트까지 출연한 <월드워Z>에서는 좀비들이 뛰다 못해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으로 진화합니다. 영화의 규모만큼 엄청난 수의 좀비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장관을 글로 설명하려니 힘드네요. 영화는 세계적 규모로 일어난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을 막기 위해 파견된 UN소속 조사관 제리(브래드 피트)의 사투를 어마어마한 스케일로 펼쳐냅니다. 영화 속 좀비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우리나라 평택기지라는데 갑자기 탄저균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좀비 영화를 드디어 블록버스터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 영화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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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어 히어로
감독 사토 신스케  출연 오오이즈미 요, 아리무라 카스미  상영시간 127분  제작연도 2015
더욱더 강력하고 현실적인 좀비 영화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보시길 권합니다.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 <서울역>을 만들 때 참고했다는 동명 만화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니만큼 장르적 매력은 장담합니다. 영화는 15년째 보조 만화가를 전전하는 주인공 히데오(오오이즈미 요)가 반인반좀비 히로미(아리무라 카스미)와 함께 좀비들의 위협을 극복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좀비는 감염이 되더라도 인간 시절의 습관과 집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각각의 좀비는 독특한 개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중 한국인 무용수가 연기했다고 하는 높이뛰기 좀비를 기억해두시길. 영화분량의 70% 정도가 우리나라 파주의 아울렛과 고속도로에서 촬영되었다니 낯익은 광경이 나오더라도 놀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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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몇 편의 특색있는 좀비 영화를 살펴보았는데요.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좀비가 등장하는 <나는 전설이다>, 진정한 코믹 좀비물의 절정 <새벽의 황당한 저주> 등도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추천하고 싶은 좀비 영화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댓글로 많이 알려주세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다스베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