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파이더맨 시리즈 및 PS4 게임 <마블스 스파이더맨>의 스포일러 다수 포함

'스파이더맨!'하면 피터 파커지만,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비롯하여 PS4 게임 타이틀 <마블스 스파이더맨>에서도 활약을 보여준 바 있는 2세대 스파이더맨 마일스 모랄레스가 최근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며 인기가도에 진입하고 있다.

게임에서는 피터 파커를 사랑하는 스파이더맨 팬보이이자 스파이더맨과 동일한 능력을 갖게 된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원작에서는 '얼티밋 코믹스'에서 원조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가 죽고 난 뒤 새롭게 스파이더맨이 되는 캐릭터였다.

코믹스의 마일스 모랄레스

스파이더맨이 유구한 세월 동안 마블의 간판스타였던지라 2세대 스파이더맨로 누가 와도 피터 파커의 인기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마일스 모랄레스는 수많은 파생캐릭터들 중에서도 눈에 띌 만큼 인기를 누려왔다. 스파이더맨의 가장 큰 인기요인 중 하나인 서민적인 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케빈 파이기에 의해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의 존재도 입증하고 희대의 인기작이었던 PS4 <마블스 스파이더맨>의 차기작 주인공으로 확정된 마일스 모랄레스. 그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1) 마일스 모랄레스, 스파이더맨이 되다

마일스는 흑인과 히스패닉 혼혈의 유색인종 캐릭터로, 스파이더맨이 된 과정은 피터 파커와 흡사하다. 마일스의 삼촌이자 빌런 캐릭터 프라울러인 애런 데이비스가 오스코프의 연구소에 도둑질을 하러 들어갔을 때 그의 몸에 유전자 변형 거미가 달려 나왔고 그 거미에게 물려 능력을 얻은 것. 돌연변이 거미에게 물렸다는 설정은 근본적으로 동일하지만 기원 자체는 약간 스토리가 다른 셈.

스파이더맨의 대표 빌런 중 하나인 킹핀의 부하 프라울러가 자신의 삼촌인 게 마일스의 발목을 잡는 강력한 문제 중 하나로 그려지는데,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역시 프라울러라는 빌런으로서의 모습을 알게 된 마일스가 고난을 겪기도 한다. 피터 파커가 절친인 해리 오스본이 그린 고블린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갈등을 겪는 것과 대치된다고 할 수 있을 듯.

마일스 모랄레스와 그의 아버지 제퍼슨 데이비스

경찰인 마일스의 아버지는 스파이더맨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에 수배령을 내리기까지 하니, 마일스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적대시할 수밖에 없는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삶을 잠시 포기하기까지 한다. 원작에서는 피터 파커의 사후에 등장하기 때문에 피터의 정통 계승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터 파커와 마찬가지로 정의와 선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2대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한 바 있다.


2) 피터 파커가 아닌 최초의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뉴유니버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흥행성적은 아주 좋았다고는 할 수 없고 오히려 평단의 극찬과 수상경력에 비하면 부족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으로서도, 스파이더맨의 새로운 이야기이자 스파이더버스의 본격적인 영상화 작업으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힙하다는 말이 들어맞을 만큼 독특하고 화려한 비주얼, 개성 넘치는 스파이더맨들이 한 번에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상미에 어울리는 OST까지, 디테일을 신경쓴 티가 나는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스파이더맨 시리즈 사상 최초로 주인공이 피터 파커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스파이더맨: 뉴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들. 오른쪽 두 번째가 (원조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

물론 그 때문에 일반 관객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피터 파커는 배 나온(...) 은퇴 히어로로 등장하며 극을 이끄는 주역이라기보다는 조력자 역할에 가깝다. 이야기는 전적으로 마일스 모랄레스가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얻고 히어로로 각성하는 과정에 집중되어 있다.

벤 삼촌의 죽음, 결핍, 그리고 소년이 히어로로서 각성하면서 선과 정의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은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대표적 서사다. 이 서사를 차용하면서도 마일스의 상황과 관계에 맞는 새로운 서사를 제시한 한편, 성장한 피터 파커에게서 더이상 찾아볼 수 없는 소년의 순수함까지 겸비했다는 점이 마일스 모랄레스를 정통 2대 스파이더맨으로 인정하게 한 근거라고 한다면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은 이런 매력포인트를 효과적으로 살려냈다고 할 수 있겠다.

<스파이더맨: 뉴유니버스> 한 장면. 베테랑 피터 파커의 동작을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마일스.


3) PS4 <마블스 스파이더맨>, 그리고 PS5 후속작

마일스 모랄레스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본래 얼티밋 유니버스 소속으로 메인 유니버스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그가 메인 세계관에 들어오게 됐다. 이후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마일스의 모습을 다수 찾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PS4 타이틀인 <마블스 스파이더맨>이었다.

<마블스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이 게임은 스파이더맨이 된 지 꽤 시간이 지나 노련한 히어로가 된 시점에서 시작한다. 닥터 옥타비우스와 함께 연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월세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영원히 고통받는 피터...) 메리 제인과도 헤어진 상태로 영 뭐가 없어 보이지만 여전히 뉴욕의 친절한 이웃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킹핀' 윌슨 피스크를 쓰러뜨렸다 싶으니 데몬즈라는 새로운 범죄조직이 등장해 피터를 괴롭히기 시작하는데, 클라이막스에 이르면 좋은 스승이자 상사였던 옥타비우스까지 닥터 옥토퍼스로 각성해 시니스터 식스 멤버들을 탈옥시키기까지 하며 스토리 내내 고통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 흑인 소년을 만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마일스 모랄레스였다.

<마블스 스파이더맨> 속 피터 파커와 마일스 모랄레스

이런저런 사건에 함께 얽히게 되면서 마일스 역시 피터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피터가 마일스에게 도움을 주면서 두 사람의 사이가 친밀해진다. 그러면서 게임 마지막 장면과 DLC에 걸쳐서 피터 파커가 마일스 모랄레스의 멘토 역할을 하게 될 거라는 떡밥을 진하게 남겼는데, 2020년 발매할 후속작의 부제가 '마일즈 모랄레스'라고 발표돼면서 본격적으로 마일스가 뉴욕을 누비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에 PS5 퓨처 오브 게이밍 쇼에서 최초 공개된 차기작 트레일러에는 마일스 모랄레스(작중 마일즈)가 전작에서 잠시나마 보여준 적 있는 이공계열 능력(기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 해킹 능력 등)을 더욱 강화한 것인지 전기 능력을 사용하는 장면을 보여주었고,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나온 적이 있는 투명화 능력도 잠시 등장한다. 전작이 높은 인기를 끌었던 만큼 후속작인 마일스의 이야기도 기대해 볼 만 할 이야기일듯.

<마블스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

4) MCU의 마일스 모랄레스?

MCU에서는 본격적으로 마일스 모랄레스라는 캐릭터가 등장한 적은 없지만, 마일스의 삼촌이자 빌런 캐릭터인 프라울러는 등장한 적 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벌처의 음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벌처의 부하와 거래하다가 피터에게 걸린 범죄자, 도날드 글로버가 연기한 이 인물이 바로 애런 데이비스였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애런 데이비스

톰 홀랜드가 연기한 스파이더맨이 아직 어리고 어설픈 탓에 애런에게 농락당하기는 하지만(물론 트렁크에 손이 묶이는 벌을 받긴 했다..) 뭔가 어리바리한 매력이 바로 MCU 스파이더맨의 매력포인트이니까. 어쨌든 애런 데이비스는 스파이더맨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했는데, 짧은 장면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였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애런 데이비스

이 정체불명의 범죄자 캐릭터가 애런 데이비스라는 점은, 애런의 조카이자 2대 스파이더맨 마일스 역시 MCU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MCU의 수장 케빈 파이기가 MCU의 세계관 내에 마일스 모랄레스가 존재한다고 밝힌 적도 있고, 이에 따라 제작이 예정되어 있는 MCU 스파이더맨의 후속 시리즈에서 마일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마블 산하의 작품이 아닌, 실제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소니의 작품이며 MCU를 만드는 마블 스튜디오가 이 판권을 대여하는 형태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소니 산하 타이틀인 애니메이션과 게임에서 메인 캐릭터로 활약 중인 마일스를 영화에도 무사히 등장하게 해줄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는 문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있어 피터 파커의 아성은 무너뜨릴 수 없는 강력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 비단 오리지널 캐릭터로서뿐만이 아니라 마블 코믹스의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이자 간판 캐릭터로서, 그리고 마블의 아버지 고(故) 스탠 리의 최애 캐릭터로서도 그렇다. 실제로 스파이더맨은 마블 최초의 10대 히어로이자 마블 코믹스의 어떤 분위기를 정립시킨 캐릭터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차치하고도 유의미한 존재다.

그런 피터 파커의 뒤를 이어 2대가 된다는 건 사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성공한 선배 뒤를 제대로 잇기 위해서는 더 뛰어난 서사와 당위성이 필요하며 캐릭터 자체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마일스 모랄레스는 '완벽하지 않고, 실수가 많은 히어로'라는 스파이더맨의 단점이자 장점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더 확장된 능력과 비슷한 듯 다른 환경, 그리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순수한 히어로로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마일스 모랄레스의 본격적인 미디어믹스는 이제 막 시작이다. 본인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게임이 출시 트레일러를 발표했고, 주역으로 등장해 호평을 받은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역시 2022년 개봉을 목표로 후속작 제작에 착수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장차 실사화 버전으로도(가능하다면 MCU에서) 마일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PNN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