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영화 흥행사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히어로'가 아닐까 합니다. 2008년 <아이언맨> 이후 마블 스튜디오가 급부상하면서 히어로물의 영향력은 보다 강해지고 있죠. 히어로 영화의 성공은 곧 시리즈 영화의 부흥과도 이어집니다. 시기마다 그 양상은 살짝 다릅니다. 2000년대의 첫 번째 10년 동안 해리 포터,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 다양한 출처의 주인공들에게 환호를 보냈다면, 새로운 10년에 접어들면서는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등 마블의 히어로에게 열광하고 있죠.

오늘 씨네플레이는 21세기 한국에서 개봉한 해외 시리즈 영화의 흥행 순위를 살펴볼까 합니다. 한국의 흥행을 기준으로 잡았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도 종종 눈에 띌 것 같습니다. 순위 결과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제공하는 한국영화연감 통계를 기준 삼아, 시리즈의 관객수 총합을 영화 편수로 나눈 수치로 산출했습니다.


10

캐리비안의 해적
369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2003) - 201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2006) - 464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2007) - 497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2011) - 313

한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와 디즈니가 손잡고 만든 '캐리비안의 해적' 역시 '해리 포터'와 함께 2000년대를 대표했던 시리즈 영화입니다. 잭 스패로우(조니 뎁)라는 희대의 캐릭터와 시리즈를 거듭하며 거대해지는 스케일을 내세워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2, 3편에 해당하는 <세상의 끝에서>와 <낯선 조류>가 현재까지도 영화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를 쓴 영화 순위에서 선두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시리즈의 영광을 증명합니다.


9

배트맨
380
 
배트맨 비긴즈(2005) - 92
다크 나이트(2008) - 409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 640

역시 배트맨! '다크 나이트 3부작'의 첫 편인 <배트맨 비긴즈>가 100만의 허들을 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 두 편의 선전 덕분에 8위를 차지했습니다. 다만 21세기 제작된 영화들 가운데 가장 넓고 깊은 지지를 받고 있는 <다크 나이트>가 한국에선 409만 관객에 그쳤다는 점은 조금 의외입니다.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의 인기에 힘입어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개봉 전부터 굉장한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8

스파이더맨
384만

스파이더맨(2002) - 290만
스파이더맨 2(2004) - 236만
스파이더맨 3(2007) - 494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 485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2014) - 416만

스파이더맨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시작하기 이전, 가장 인기있는 마블 히어로였습니다. 공포영화의 대가인 샘 레이미가 연출한 '스파이더맨'은 히어로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 탄탄한 완성도로 대중과 평단을 동시에 사로잡았죠. 특히 잘 만들었다고 평가가 대단했던 <스파이더맨 2>를 잇는 후속작 <스파이더맨 3>은 5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끌어모았습니다. 엄밀히 말해 같은 시리즈로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지만 피터 파커/스파이더맨을 주인공으로 삼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두 편 모두 400만 관객을 넘겼습니다.


7

캡틴 아메리카
438

퍼스트 어벤져(2011) - 51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 396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 868

3편이 제작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양상은 '배트맨'의 성적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뚜렷합니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지 않은 <퍼스트 어벤져>가 51만을 기록했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관객수는 가파르게 늘어났죠. 거의 '어벤져스 3'라 불러도 좋을 라인업을 자랑하는 <시빌 워>는 868만을 기록하며, 캡틴 아메리카를 그야말로 '캡틴' 자리에 올려놓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미래 캡틴은 ㅌㄹㅍ...


6

쿵푸 팬더
457
 
쿵푸 팬더(2006) - 467
쿵푸 팬더 2(2011) - 506
쿵푸 팬더 3(2016) - 398

애니메이션 명가 드림웍스를 대표하는 '쿵푸 팬더' 시리즈에 대한 한국에서의 인기도 대단합니다. 보통 아무리 유명하더라도 목소리 연기의 배우는 기억되지 못하기 마련이지만, 주인공 포의 목소리가 잭 블랙의 것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을 정도니까요. 대중적으로 제일 강력한 힘을 발산하는 장르인 액션과 코미디가 절묘하게 조합된 '쿵푸 팬더'는 이번 리스트의 유일한 애니메이션입니다.


5

반지의 제왕
501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2001) - 390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2002) - 518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2003) - 596

'반지의 제왕'의 신화는 대단합니다. 2001년 마지막날 선보이기 시작한 이 시리즈는 390만 관객을 모은 데 이어, 매해 연말 개봉해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며 3편 평균 500만 관객을 기록했습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기에도 힘에 부치는 기나긴 러닝타임에 대한 부담감마저 불식시키는, 굉장한 재미를 보장하는 작품이기에 가능한 결과일 겁니다.


4

미션 임파서블
561
 
미션 임파서블 2(2000) - 300(서울 123만에서 추산)
미션 임파서블 3(2006) - 574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 - 758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 - 613

1996년 스릴러의 대가 브라이언 드 팔마의 연출작으로 시작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지난 20년간 근 4년 주기로 제작돼 꾸준히 사랑받아 왔습니다. 스턴트에 기대지 않는 열연을 선보이는 톰 크루즈의 에단 헌트가 굳건히 히어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매번 감독을 달리하며 시리즈마다 색다른 개성을 자랑한다는 점이 장기적인 인기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3

아이언맨
593
 
아이언맨(2008) - 431
아이언맨 2(2010) - 449
아이언맨 3(2013) - 900

당대 영화 산업을 쥐락펴락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성공은, 아마 아이언맨이라는 절대적인 히어로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일 겁니다. 유독 한국에서 낯선 캐릭터였지만 돈, 힘, 외모, 매력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캐릭터의 힘으로 단숨에 친근감을 획득했습니다. 1, 2편 모두 400만을 가볍게 뛰어넘은 시리즈는 <어벤져스>로 마블 스튜디오에 대한 신뢰가 안정기에 접어든 2013년 개봉한 3편에 이르러 900만 관객을 기록하며, 아이언맨이 명실공히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히어로라는 걸 자연스럽게 입증했죠.


2

트랜스포머
701
 
트랜스포머(2007) - 744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2009) - 751
트랜스포머 3(2011) - 778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2014) - 530

'트랜스포머'는 그 시작부터 화려했습니다. 당장 1편부터 무려 744만 관객(시리즈의 첫 작품으로는 최고 기록!)을 극장가로 불러들이며 앞으로의 승승장구를 예견케 했죠. 편수를 거듭하며 완성도에 대한 실망이 무색하게도, 개봉만 했다 하면 대중들은 '트랜스포머' 속 로봇들의 변신쇼를 찾아가 빵빵한 스케일을 만끽했습니다. "사골처럼 우려먹는다"는 악평이 극심했던 4편이 그나마 낮은 53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내년에 선보일 <최후의 기사>(2017)는 과연...


1

어벤져스
878
 
어벤져스(2012) - 707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4) - 1049

네! 1위는 바로 '어벤져스'입니다. 히어로 인기 순위를 앞다투는 온갖 캐릭터들이 한데 모인 영화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향력을 만방에 알렸던 <어벤져스>의 성공은, 2년 뒤 선보인 속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전세계 14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영화 속 촬영지이기도 한 한국에서 천만영화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아바타>(2009)의 1330만에 이어, 한국 개봉 외화 순위 2위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


아차, 11위!

해리 포터
354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 - 415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2002) - 434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 - 253
해리 포터와 불의 잔(2005) - 362
해리 포터와 불사조기사단(2007) -348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2009) - 300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1(2010) - 281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2(2011) - 440

시리즈 영화 하면 곧장 떠오르는 '해리 포터' 시리즈는 아쉽게 순위권에서 밀려났습니다. 밝고 귀여운 판타지에서 시작한 시리즈가 <아즈카반의 죄수>를 기점으로 점점 무거운 분위기로 변하면서부터는 400만을 밑도는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2001년부터 10년간 무려 7편이나 제작돼, 모두 250만 이상 관객을 꾸준히 기록했다고 생각하면 과히 낮은 수치라고 보기는 어렵죠. 원작자 조앤 K. 롤링이 처음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시리즈 근작들의 감독인 데이빗 예이츠가 연출한 <신비한 동물사전>은 한국에서 어떤 반응을 얻게 될까요?


한국영화도 궁금하시다고요? 보너스로 한국의 시리즈 영화 흥행 TOP 3도 짤막하게 공개합니다.

3

공공의 적
373만

공공의 적(2002) - 300만
공공의 적 2(2005) - 391만
강철중: 공공의 적 1-1(2008) - 430만


2

조선명탐정
433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0) - 479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4) - 387


1

타짜
543
 
타짜(2006) - 685
타짜: 신의 손(2014) - 401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