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업6: 이어 오브 더 댄스>는 7월 2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진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만국 공통의 언어. 춤을 이르는 수식어 중 하나다. 춤(과 음악)은 리듬이란 반복적인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한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춤은 즐거운 엔터테인먼트이자 각자의 심리적 관계를 바짝 좁히는 수단이며 선의의 경쟁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행위로 그려진다. 그런 춤의 속성을 가장 멋들어지게 이용한 <스텝업> 시리즈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8년 동안 다섯 편의 영화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스텝업6: 이어 오브 더 댄스>(이하 <스텝업6>)는 5년 만에 <스텝업>의 배턴을 이어받아 관객들에게 익숙한 듯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불미스러운 폭력 사건으로 수감 생활을 한 타이 호우. 수감 중에도 춤 연습을 했을 만큼 춤을 사랑하는 댄서지만, 수감 후 형 타이 시의 말대로 착실하게 살아보려고 한다. 하지만 타이 호우가 공사장에서 춤추는 모습을 히 추안이 목격한다. 히 추안은 댄스 크루를 이끌고 있지만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야 하는 상황. 히 추안은 타이 호우에게 자신의 크루 '스카이 크루'로 들어와 중국 최고의 유명 크루 '블랙 타이거'와 세계 최고의 크루 '팬텀'과 겨루자고 제안한다.

'네임드' 댄서들로 채운 출연진

이런 영화가 잘 만들었느냐, 아니냐는 결국 '춤'을 어떻게 그리는지에 달렸다. <스텝업6>는 이야기를 이끄는 타이 호우와 히 추안 캐릭터를 뚜렷하게 대비시킨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타이 호우 역의 황징싱은 팝핀 댄스로 유명한 댄서 '슈퍼디노'. 중국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춘 팝퍼답게 춤사위의 수준이 다르다. 팝퍼 특유의 세세한 신체 움직임으로 만드는 유려한 댄스가 남다르다.

'슈퍼디노'로 활동하는 댄서 황징싱

'보보'로 활동 중인 댄서 유지안보

히 추안을 맡은 유지안보는 '보보'라는 댄서명으로 활동 중이며 중국 스트리트 댄스 오디션 프로그램에 멘토로 출연 중인 실력자. 춤 솜씨는 기본이고 긴 팔다리로 시원시원한 춤을 선보인다. 특히 큼직큼직한 유지안보의 움직임은 사업하는 집안의 아들로 부족함 없이 자랐을 히 추안의 자신감을 형상화한 듯 캐릭터의 성격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황징싱의 춤 스타일과도 대비돼 두 캐릭터 간의 특징을 살려준다.

우주소녀의 멤버 미기가 연기한 샤오 페이

이 두 남자 사이를 연정의 라이벌로 만드는 샤오 페이 역은 미기가 연기한다. 미기는 걸그룹 우주소녀에서 메인 댄서로 활동 중인 멤버. 팀 내에서나 팬들 사이에서나 춤 실력이 독보적이라고 인정받는 만큼 <스텝업6>에서도 존재감을 내뿜는다. 무대에서의 화려함과 달리 <스텝업6>에선 다소 수수한 모습이 자주 등장하니 팬들이라면 그 또한 즐거울 것이다.

세 주연 배우 외에도 다양한 스타들이 등장한다. 국내 인지도는 조금 떨어질지 몰라도, 중국에서 활동 중인 그룹 유니크 멤버 조이 쉔과 성주도 조연으로 출연해 (당연히) 댄스 실력을 과시한다. 성주는 히 추안을 자극하는 중요한 역할이기에 분량도 적지 않다. 중국 가수 아이비(Ivy, 우리가 아는 그 가수 말고) 또한 미기와 함께 팀 내 여성 멤버로 활약상을 보여준다.

그룹 유니크의 성주

<스텝업6>만의 차별점?

그럼 이번 <스텝업6>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일단 미국이 아닌 중국을 무대로 삼으면서 댄스의 파워풀함 대신 테크니컬한 부분을 부각했다. 서구 지역 특유의 강렬한 안무를 답습하는 게 아니고 지역과 문화, 인종에 알맞은 안무로 채워져 시리즈를 답습하는 느낌을 줄이고 인물에게 딱 맞는 옷을 입혔다. 가면 갈수록 묘기처럼 느껴진 <스텝업> 시리즈의 댄스 장면이 부담스러웠다면 다시 칼군무나 일인 댄스 장면으로 댄서 개인의 특징을 부각한 이번 영화가 더 반가울 수 있다. (상대적인 부분이지만) 북미 지역의 스트리트 패션을 너무 과하다고 느꼈다면 그나마 얌전하고 현실적인 축에 속하는 이번 영화 속 스트리트 패션도 <스텝업6>의 장점 중 하나.

<스텝업6>는 재능은 있으나 빛을 보지 못한 이들이 더 큰 무대로 나아가는 <스텝업> 시리즈의 기본 골자를 갖추고 있다. 때문에 영화가 전개되면서 다양한 팀 간의 댄스를 볼 수 있는데, 특히 클라이맥스에선 스카이 크루와 팬텀 크루의 대결을 통해 동서양 댄서들의 진검승부를 볼 수 있다. 팬텀의 멤버 또한 릴 스웨그, 제이드 치노웨스(또 다른 스핀오프인 <스텝업: 하이 워터>의 주인공), 제이넬 기네스트라 등 댄서나 배우를 겸하는 인물들이어서 이들의 댄스 장면도 영화의 즐거움을 더한다.

팬텀과 스카이 크루의 댄스 대결

<스텝업> 시리즈가 그랬듯, <스텝업6>도 아쉬운 점이 전혀 없진 않다. 누아르적 감성이 강하고, 멜로 라인도 큰 매력이 없다. 그러나 이 시리즈를 즐긴 팬이라면 알 것이다. <스텝업>은 원래 춤을 보기 위해 보는 영화란 것을. 그런 점에서 <스텝업6>는 동시대 가장 유능한 댄서를 필두로 흥미로운 댄스 장면을 빚는 데 성공한다. 요즘 흥나는 일 없다면, <스텝업6>로 열정적인 무대를 관람하며 여름의 열기에 한 번 취해보자.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