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볼 드라마는 많다. 국내 드라마도 챙겨보기 바쁜 요즘이지만, 그렇다고 해외 레전드 드라마들까지 놓치기엔 아쉽지 않은가. 너무 많아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다. 탄탄한 서사와 감각적인 연출, 높은 시청률까지 보장된 드라마 5편을 국가별로 선정했다. 당연히 한국도 포함이다. 5편 모두 ‘드라마 맛집’ 왓챠플레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영국을 뒤집은 충격 실화 스캔들!

믿.보.배 휴 그랜트 X 벤 위쇼

영국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

출연 휴 그랜트, 벤 위쇼

1965년, 동성애 금지법으로 퀴어 혐오가 만연했던 영국. 어느 날 자유당 국회의원 제레미 소프(휴 그랜트)의 집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보낸 이는 바로 전 남자친구였던 노먼 스콧(벤 위쇼). 무려 17페이지나 되는(!) 편지에는 제레미 소프의 동성연애 행각을 고발하는 내용이 쓰여 있었고, 제레미 소프는 절친한 동료 베셀(알렉스 제닝스)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고백한다. 4년 전, 우연히 지인의 집에 들렀다 마구간 관리자로 일하고 있던 노먼에게 첫눈에 반한 제레미.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 지 1년이 지나고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나 계급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얼마 못 가 헤어지게 되고, 노먼은 가난한 자신을 외면하는 제레미의 정치 인생을 몰락시키기 위해 과거를 폭로할 결심을 한다. 한편, 차기 총리 자리를 눈앞에 두고 있던 제레미는 예상치 못한 노먼의 행동에 그를 살해할 준비를 세운다.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은 동성애 혐오가 극에 달했던 시기, 그들의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을 다룬 로맨스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물론 두 사람의 달달한 연애 스토리가 등장하긴 하지만, 드라마는 헤어진 후 진창에 빠져 허우적대는 제러미와 노먼의 치졸한 싸움과 부패한 정치인의 몰락에 초점을 맞췄다. 한 편의 블랙코미디와도 같은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은 1979년, 자신의 전 애인을 암살하려 했다는 살인 청부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제레미 소프의 실제 영국 정치 스캔들을 드라마화한 것이다. <닥터 후>, <이어즈&이어즈> 러셀 T. 데이비스가 각본을 맡아 탄탄한 서사를 완성시켰다. 무엇보다 제레미와 노먼을 연기한 휴 그랜트, 벤 위쇼의 조합이 눈여겨볼 만하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사랑에 빠진 젊은 총리로 인기를 얻었던 휴 그랜트의 모습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벤 위쇼는 이 작품으로 2019년 골든글로브 TV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25년 만의 귀환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킨 전설의 미드

미국 <트윈 픽스> 시즌 3

출연 카일 맥라클란, 쉐릴 리, 다나 애쉬브룩

몽환적인 연출과 예측 불가능한 전개, 고유의 음산한 분위기로 컬트 계에 한 획을 그은 데이비드 린치의 드라마 연출작 <트윈 픽스>. 지금까지도 다수의 영화‧드라마 및 대중문화에 활용되고 있는 ‘빨간방’ 레퍼런스 원조인 이 작품은 1990년 방영돼 평단의 호평을 받은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다. 1991년 6월 시즌 2로 종영을 했지만 2017년, 25년 만에 시즌 3가 방영되면서 오랜 팬들의 환호와 찬사를 받았다. 줄거리는 이렇다. 워싱턴주에 위치한 트윈픽스 마을에서 시체 한 구가 발견된다. 시체는 마을에서 유명 인사였던 여학생 로라 팔머로 밝혀지고, 이를 수사하기 위해 FBI 요원 데일 쿠퍼(카일 맥라클란)가 파견된다. 쿠퍼가 사건을 파헤치고 들수록, 살인자의 정체와 가까워질수록 그의 주변에선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쿠퍼는 목숨을 위협받는다.

<트윈 픽스>의 줄거리는 간단명료하지 않다. 90년대 드라마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세련되었지만,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답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난해한 것이 특징이다. 복잡한 마을사와 음산하게 조성된 숲, 초자연적인 존재의 등장이 한데 뒤얽혀 그로테스크함을 배가시킨다. 정점을 찍는 것은 단언 빨간 방이다. 시즌 3 요청이 20년 넘게 이어져 왔던 것은 결말을 고려해보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이레이저 헤드> 등 데이비드 린치의 연출 스타일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드라마로, 시즌 3에 감독과 각본가 마크 프로스트, 주연인 카일 맥라클란을 비롯한 전 시즌 배우들이 대거 복귀하면서 작품에 대한 의리와 애정을 보여주었다.

<트윈 픽스> 카일 맥라클란 25년 전, 후


방영 2주 만에 조회수 10억 돌파,

중국 웹 드라마계의 레전드

중국 <진정령>

출연 초전(샤오잔), 이보

중국의 작가 ‘묵향동후’의 BL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웹 드라마 <진정령>. 2018년을 기점으로 중국 영상산업이 발달하면서 웹 미디어 컨텐츠 제작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고, <치아문단순적소미호>, <쌍세총비> 등 웹 드라마 위주로 그 돌풍이 거세졌다. <진정령>은 작년 하반기 텐센트에서 공개됐을 당시, 2주 만에 동영상 조회수가 10억 건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누린 드라마다.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 한국에서도 입소문이 퍼지며 시청자가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스트리밍되길 바라는 작품명을 직접 태그해 트윗에 올린 ‘#헐왓챠에’ 챌린지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작품이기도 하다.

퇴마 판타지에 약간의 무협 요소를 더한 <진정령>의 주된 매력 포인트는 단언 브로맨스다. 동성애 콘텐츠 게시를 전면 금지시킨 중국인만큼 BL 요소가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다. 그러나 로맨스는 아슬아슬하게 티가 날수록 더 설레는 법. 거기에 멋대로 행동하는 주인공을 싫어하다 결국 스며들고야 마는 클리셰 전개가 <진정령>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로 작동한다. 위무선을 연기한 초전과 남망기 역의 이보는 각각 ‘X구소년단’, ‘UNIQ’라는 이름의 아이돌 출신인데, 이 드라마를 통해 차세대 스타로 떠오르며 가수 활동을 뛰어넘는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다.


2018년 일본 드라마 시청률 1위

99.9% 유죄 확정 사건에서 0.1%의 가능성을 찾아라

일본 <99.9 ~형사 전문 변호사> 시즌 2

출연 마츠모토 준, 카가와 테루유키, 키무라 후미노

“일본 재판에선 유죄율이 99%를 넘는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 다소 뜬금없을지 모르겠지만 닛산의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한 말이다. 일본의 경우, 법정까지 가게 된 형사사건의 유죄율은 실제로 99%에 달한다. 이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는 악습을 ‘엔자이’라고들 한다. <99.9% ~형사 전문 변호사~>는 바로 이 점을 소재로 한 일본의 법정 드라마다. 형사사건에 기소된 피고인이 누명을 썼을 0.01%의 가능성을 의심해 진실을 파헤쳐 가는 3명의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아버지가 구치소에서 사망한 과거의 기억을 안고 있는 미야마(마츠모토 준). 형사재판에서 0.01%의 무죄를 받아내며 유능함을 인정받고, 마다라메 법률 사무소 형사사건 담당팀에 스카우트된다. 한편, 민사사건 변호사로 정평이 나있는 사다(카가와 테루유키)는 마다라메 소장의 제안에 넘어가 1년간 형사사건 담당팀 팀장으로 가게 되고, 미야마와 사다는 사사건건 부딪히며 사건을 해결해나가기 시작한다. 2016년 TBS에서 방영해 높은 화제성을 띤 <99.9% ~형사 전문 변호사~>.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시즌 2는 2018년 1분기에 방영해 그해 연간 일본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진실’만을 위해 증거를 찾는 미야마와 사다의 콤비 플레이도 좋지만, 시종일관 티격태격 싸우는 두 사람의 케미가 드라마의 가장 큰 재미를 할애한다.


국내 시트콤계의 시조새

역주행, 패러디 열풍까지!

한국 <순풍산부인과>

출연 오지명, 선우용여, 박영규, 박미선, 김성은, 이태란, 김소연, 송혜교

출처 / SBS

출처 / SBS

20대 이상 한국인 중, <순풍 산부인과>를 모르는 이가 있을까. <하이킥> 시리즈가 등장하기 전, 전 연령층의 사랑을 받은 국민 시트콤은 <순풍 산부인과>였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총 682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순풍산부인과>는 ‘순풍 산부인과’의 원장 오지명 가족의 코믹한 일상을 그렸다. ‘용녀!’ 오지명과 ‘몰라몰라몰라’ 선우용녀, 짠돌이 사위 박영규, 골 때리는 오씨네 네 자매 박미선, 이태란, 김소연, 송혜교 모두 이 드라마로 인기를 누렸다. 신 스틸러 ‘미달이’ 김성은은 두말할 것도 없다.

<순풍산부인과>는 유튜브와 여러 밈을 통해 레전드로 통하는 에피소드들이 회자되면서 당시 어린아이였거나 태어나지도 않았던(!) 10-20대들 사이 소소한 역주행 붐이 일었다. 김성은을 비롯해 정배를 연기한 이태리와 정인선 등, 어린 친구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최근 근황이 화제가 되기도. 2000년대 초를 수놓은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와 후속작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가 매주 새로운 에피소드로 왓챠플레이에 찾아온다 하니, 시트콤이 그리웠던 이들에게 큰 선물이 될 듯하다.

순풍산부인과는 내가 볼게. 왓챠는 누가 가입할래?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