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좋아하시나요? 우리가 영화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포스터입니다. 극장에서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수많은 영화 광고를 접하겠지만 그 중 포스터를 가장 많이 접합니다. 포스터는 영화의 얼굴인 셈이지요.
그런데 이 영화 포스터가 하나의 디자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관객의 취향에 따라 국적에 따라 맞춤형으로 수많은 버전이 만들어집니다. 한국 영화가 해외에 소개될 때도 예외가 아니죠. 해외에 소개되는 포스터의 경우, 해당 국가의 정서나 취향에 맞춰 영화의 매력 포인트를 달리 표현하기도 하고, 또 국내 정서상 혹은 심의 규정에 따라 국내 포스터에서는 참아야 했던(?) 예술혼을 불사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번 모아봤습니다. 해외로 떠난 한국 영화 포스터 중에 특이했던 포스터는 뭐가 있을까요?
박찬욱 감독의 신작은 해외에서도 늘 화제가 되죠. 해외 매체에서도 그의 신작 예고편이나 포스터, 스틸컷이 공개될 때마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다양한 컨셉으로 제작되는 그의 영화 포스터도 덩달아 화제가 되고요. 최근에는 <아가씨>의 프랑스판 포스터가 공개됐습니다. 기존 포스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죠? 얼핏 보면 게이샤가 주인공인 일본영화 포스터 같기도 합니다. 디자인 포인트는 아무래도 시선을 집중시키는 히데코(김민희)의 입술에 뒀겠죠?
올해 칸 영화제에서 공개한 티저 포스터와 국내 버전 포스터도 미묘하게 달랐죠. 숨은 그림 찾기하는 기분이네요. 여하튼 영화제 당시 CNN이 이를 영화제 최고의 포스터로 꼽으면서 "아름답고 스타일리쉬하다"고 호평하기도 했습니다.
CNN은 또 <곡성> 포스터에도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Oink Creative' 에서 제작한 <곡성> 영국판 포스터입니다. 호러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하고도 강렬하게 전달해주는 포스터군요.
국가별 포스터의 차이
이렇듯 대개 국가별로 다양한 버전의 영화 포스터를 만들어 배포합니다. <설국열차>의 경우도 각양각색의 포스터가 만들어졌죠. 각자 어필하고자 하는 영화의 매력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동서양의 마케팅 포인트 차이도 알 수 있죠.
해외에서 포스터 잘 만들었다고 주목했던 <괴물>의 다양한 버전 포스터입니다. 왼쪽처럼 과감하게 괴물을 전면에 드러내는 전략을 취하거나 오른쪽 포스터처럼 생략하면서 궁금증 유발과 영화의 핵심 정서를 전달하거나.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 역시 배우들의 얼굴이 포스터 전면에 잘 보이지 않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국내판 포스터와 전혀 다른 <친절한 금자씨>의 다양한 포스터 디자인도 흥미롭죠. 일본판 포스터는 배우 이영애의 얼굴을 강조하며 영화를 알리고 있고 영어권 포스터는 배우보다는 영화의 장르를 더욱 드러냅니다.
아예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일본판 포스터처럼 배경색을 변경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엔 대체 어떤 이유로 색을 교체한 건지 궁금해질 정도입니다.
<알투비: 리턴투베이스>처럼 배우와 비행기의 구도를 다르게 배치하기도 하고요.
<시월애>처럼 원래는 눈 마주치고 있는 배우들을 갈라놓아 애절함을 부각시키려고 한 포스터도 있죠. 국내판과는 전혀 다른 배우들의 시선...
"주인공은 한 명으로 족하다!"고 이야기하듯 디자인을 교체한 포스터도 있습니다. 아쉬운 쥬신타.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외국인(?)이었는데 정작 외국판 포스터에 본인이 빠지는 수모를...
평범한 포스터에서 예술작품이 되어 돌아온 <도희야>의 포스터. 이렇게 비교해보니 국내판 포스터는 뭔가 <이끼> 같은 장르 영화의 포스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해외 포스터는 국내에서는 여러 이유로 표현할 수 없는 디자인의 과감함을 마음껏 발휘합니다.
<베테랑>과 <끝까지 간다> 역시 영화의 분위기, 영화 속 인물의 구도를 잘 표현한 해외판 포스터를 선보였지요.
포스터는 아니지만 <베테랑> 해외판 블루레이 표지컷도 인상적입니다. 영화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버렸어요. 이 표지컷만 보면 성룡 출연 액션영화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국내판과 배우 구도가 전혀 상반되는 <해무> 포스터. 오른쪽이 해외판입니다.
한국 고전 영화 중에도 해외 영화제에 많이 진출한 영화의 경우 해외판 포스터가 더 멋있기도 합니다. 임권택 감독의 1987년작 <씨받이>의 해외판 포스터는 정말 매력적이군요. 배우 강수연의 어린 시절 모습이 포스터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김기영 감독의 걸작 <하녀>의 해외판 DVD와 블루레이 표지 디자인에 영어로 한글 발음을 'HANYO'라고 적어 놓은 것도 재미있네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