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그녀만 기억한다고?
'마고 로비' 하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무래도 올여름 화제작이었던 DC의 <수어사이드 스쿼드> 속 할리 퀸을 가장 많이 떠올리실 것 같은데요. 에디터는 개인적으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마주했던 그녀의 첫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섹시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웠죠. 마치 <원초적 본능> 속 샤론 스톤의 계보를 잇는 듯한 영화의 한 장면으로 그녀는 할리우드 톱스타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섹시'가 전부는 아닙니다. 그녀는 여러 작품에서 색다른 캐릭터들로 자신의 다른 모습들을 조금씩 내비쳤습니다. 선과 악의 얼굴을 오가며, 이 시대의 전문직들을 하나씩 마스터해가고 있는 그녀! 오늘은 작품 속 마고 로비의 직업들을 한자리에 모아봤습니다.
팬 암 / 승무원
ABC의 TV 드라마 <팬 암>은 마고 로비의 할리우드 데뷔작입니다. 승무원들의 일과 사랑을 다룬 이 드라마에서 마고 로비는 신입 승무원 로라 캐머런 역을 맡았습니다. 섹시하고 매력적인 그녀는 단번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죠. 시청률은 부진했으나, 마고 로비라는 슈퍼스타만은 확실히 건져낸 드라마입니다. 마고 로비는 원래 같은 시기 제작되었던 TV 드라마 <미녀 삼총사>의 오디션을 봤다고 해요. 그러나 프로듀서의 추천으로 <팬 암>에 합류하게 되었죠. 미녀 삼총사의 멤버로도 손색없는 미모지만, 개인적으론 <팬 암>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유니폼이 이렇게 잘 어울리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스윗 프랑세즈 / 소작농
<스윗 프랑세즈>는 1940년 독일에 점령 당한 프랑스의 작은 마을 뷔시를 담아낸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마고 로비를 만났다면, 한눈에 알아보지 못 했을 수도 있겠네요. 우리에게 각인된 기존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분장을 하고 나타났으니까요. 영화 속에서 마고 로비는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소작농 셀린 조셉을 연기했습니다. 군인들에게 위협 당하는 상황에서 두려운 얼굴을 하면서도, 동시에 강단 있는 모습을 놓지 않았던 캐릭터였죠. 검게 머리를 염색한 채 다소 억척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 그녀의 변신은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포커스 / 사기꾼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그녀는 윌 스미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주연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포커스>에서 그녀는 베테랑 사기꾼 니키에게 기술을 배우는 신참 사기꾼 제스를 연기합니다. 섹시함과 빠른 손기술을 무기로 능청스러운 연기를 일삼는 제스는 그녀를 위한 캐릭터였습니다. 사실 <포커스>는 마고 로비의 외모가 다한 영화입니다. 그녀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 보면 러닝 타임이 훌쩍 지나가버리거든요. 아마 영화를 보게 된다면, 그녀가 나올 때마다 화면을 캡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빅쇼트 / 배우
마고 로비는 <빅쇼트>에 약 1분 정도 출연합니다. '배우' 마고 로비, 본인으로 출연하죠. 그녀는 영화 속에서 '서브 프라임'에 대해 설명합니다. 분명히 자막에 집중해야 하는 신인데, 이상하게도 우리의 시선은 자꾸 그녀의 얼굴을 향하게 되죠. 모두의 시선을 불러모으는 그녀의 자태는 반복 재생의 효과를 불러냅니다. <빅쇼트>는 '마고 로비 효과'를 인증하는 영화네요. 어쨌거나 그녀는 작은 비중 안에서 자신의 몫을 다 해냅니다. '서브 프라임'에 대해서 정확히 전달하니까요. 배우 마고 로비의 능력이 십분 발휘된 명장면입니다.
레전드 오브 타잔 / 탐험가
모두가 기대했던 <타잔> 실사판 속 제인은 마고 로비가 연기했습니다. 강단 있으면서도 파워풀하고 남편인 타잔을 굳게 신뢰하는, 그녀의 '착한' 얼굴이 돋보였던 영화였죠. 타잔의 아내이기 전에 그녀는 탐험가였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탐험가로서의 면모도 놓치지 않았죠. 타잔을 처음 마주했을 당시 스크린을 가득 메우던, 호기심과 두려움이 반쯤 섞인 그녀의 눈이 떠오르는군요. <레전드 오브 타잔>은 그녀의 본격적인 액션을 볼 수 있었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와 마고 로비의 비주얼이 러닝 타임 내내 감탄을 부르던 영화였죠.
수어사이드 스쿼드 / 악당 할리 퀸
DC의 소녀 가장 할리 퀸은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캐릭터였습니다. 마고 로비와 할리 퀸의 싱크로율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죠. 영화의 성적은 썩 좋지 않았으나, 그녀는 할리 퀸(Harley Quinn)을 통해 할리우드의 퀸(Queen)이 되었습니다.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푸딩~"을 외치며 조커를 향해 광적인 사랑을 내보이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까지 선명하네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악당을 탄생시키며 DC의 한 획을 그은 그녀. 12월 15일(국내 기준)에 발매될 <수어사이드 스쿼드> 블루레이에는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던 그녀의 모습이 실린다고 합니다. 편집되었던 약 10분 정도의 장면이 추가된다고 하는데요. 조커와의 사랑을 담아냈을지, 할리 퀸의 악당스러운 모습을 담아냈을지는 모르겠으나, 할리 퀸의 팬이라면 바로 빨간펜 쫙! 주목해야 할 사실임은 분명합니다.
위스키 탱고 폭스트롯 / 종군 기자
아프가니스탄에서 10점 만점에 15점 외모를 자랑하는 종군 기자 타냐는 남자도 특종도 놓치지 않는 여자입니다. 그녀는 이미 아프가니스탄의 모든 연줄을 꿰고 있죠. 마고 로비는 <위스키 탱고 폭스트롯>에서 친화력 100 포스를 뿜으며 서글서글한 매력을 뽐내는 털털한 기자로 분했습니다. 필터 없이 할 말은 다 해야 하는 성격의 그녀는 전장의 모든 파티에 빠지지 않으면서 특종 현장 또한 놓치지 않았죠. 지적이면서도 제 일만은 놓치지 않고 챙겼던 타냐. 그녀는 '기자'였기에,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습니다.
아이, 토냐 / 피겨 스케이팅 선수
지난 3월, 그녀는 미국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 토냐 하딩의 실화를 다룬 작품 <아이, 토냐>의 토냐 역으로 캐스팅되었습니다. 토냐 하딩은 1994년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동료 스케이터인 낸시 캐리건을 다치게 해달라고 사주한 사실이 드러나 전미 스케이팅 계에서 영구 제명된 인물인데요. 피겨 스케이팅 복을 훌륭히 소화할 그녀의 비주얼도 궁금하지만, 본격적인 악역을 맡는 그녀의 얼굴은 어떨지 기대가 되는군요.
퀸 오브 디 에어 / 공중그네 곡예사
마고 로비는 어린 시절 서커스 학교에 다녔습니다. 그녀는 무려 8살에 공중곡예사 자격증을 획득했죠. <수어사이드 스쿼드> 속 할리 퀸의 첫 등장 장면(맨 위 사진)은 그녀의 자격증 덕분에 가능한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그녀의 뛰어난 요가 실력도 한몫했겠지만요. 이런 그녀의 재능은 <퀸 오브 디 에어>에서 유감없이 발휘될 예정입니다. 그녀는 공중그네 곡예사 릴리안 레이첼의 생애를 다룬 영화 <퀸 오브 디 에어>에서 릴리안 레이첼을 연기합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39살에 삶을 마감한 릴리안 레이첼의 비극적인 죽음과 함께 동료 알프레도 코도나와의 사랑도 다루고 있다고 하네요.
배드 멍키즈 / 비밀 조직 요원
액션 범죄 스릴러 <배드 멍키즈>는 맷 러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는 살인 혐의로 체포된 제인 샬럿이 등장하죠. 제인 샬럿은 악과 싸우는 비밀 조직의 멤버입니다. 이 비밀 조직은 '배드 멍키즈'라고 불리죠. 체포된 그녀의 진술이 거짓일지 진실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모두를 심리적 압박감에 휩싸이게 할 주인공 제인 샬럿은 마고 로비가 연기합니다. 할리 퀸보단 분명히 살벌한 악당의 모습에 가까울 것 같으나 어쨌든 체포된 그녀의 진술을 바탕으로 영화가 진행된다면,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돋보일 영화임은 확실해보입니다.
아직 뚜렷한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녀의 차기작 <터미널> 속 미스터리한 캐릭터 애니도 <배드 멍키즈> 속 제인과 같은 맥락을 지닌 인물로 추정됩니다. 사이먼 페그와 함께 출연하는 이 스릴러 영화에서 그녀는 영화 속 모든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 애니 역을 맡았습니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앞을 응시하고 있는 그녀. 왠지 할리 퀸 만큼이나 걸크러시를 소환할 캐릭터일 것 같단 생각이 드는군요.
여러 대작들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을 그녀! 현재도 꾸준히 열일하는 그녀지만, 앞으로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게 사실입니다. 이미 그녀의 팬이라면 그녀가 아이스하키 팀 뉴욕 레인저스의 팬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실 거예요. 그녀는 아마추어 하키 팀에서 라이트 윙으로 뛰고 있기도 하죠. 제 적성을 살려 액티브한 역을 많이 맡는 만큼, 언젠가 아이스하키 선수 역으로 스크린 속에서 땀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속 금발 미녀의 한정된 이미지에서 멈추지 않고, 꾸준히 제 영역을 넓혀가는 그녀. 다양한 역을 찾아 도전하려는 모습이 그녀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네요. 모든 역할을 제 스타일로 녹여내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마고 로비! 그녀를 마주할 행운의 캐릭터는 누굴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코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