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 이후 은퇴를 발표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복귀 의사를 밝혔다고 하죠.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팬으로서 자진방아라도 돌리고 싶은 심정인데요! (에헤라디야~)

사실 그의 은퇴 선언 및 철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그럼 이쯤에서 그가 은퇴를 번복한 후 어떤 작품을 들고 다시 돌아왔는지 알아볼까요?

*정식 은퇴 발표가 아닌 암시 발언도 포함하여 작성했습니다.


1986년 <천공의 성 라퓨타> 개봉 이후 그는 첫 번째 은퇴 선언을 했습니다. 

1988년 <이웃집 토토로>

하지만 그는 곧 다시 돌아왔습니다. 세상 귀여운 도토리 요정 토토로와 함께 말이죠!

1955년 일본의 아름다운 시골 마을에 이사 온 11살 사츠키와 4살의 메이 자매. 사츠키가 학교에 간 뒤 혼자 숲에서 놀던 메이는 작고 이상한 동물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뒤를 쫓아 숲 속으로 들어갔다가 도토리 나무의 요정 토토로를 만나게 되죠. 그리고 얼마 후 비가 몹시 쏟아지던 날 버스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아빠를 기다리던 사츠키도 토토로를 만납니다.

나온 지 무려 30년이 다 되어가는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영상미가 정말 뛰어납니다. 거기에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스토리와 함께 디테일하게 표현된 숲의 모습과 동물들까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애니메이션입니다.


1992년 <붉은 돼지>를 만들고 난 후 감독은 "해보고 싶은 것 다 했다. 애니메이션은 이제 끝"이라는 발언을 하며 은퇴를 암시한 바 있습니다.

1997년 <모노노케 히메>

하지만 이 은퇴 선언 또한 오래가진 않았습니다. 5년 후, 당시까지 <E.T>가 기록한 일본 내 역대 흥행 기록을 깨뜨리게 된 작품을 가지고 돌아왔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에 개봉했지만, 1997년 작품의 <모노노케 히메>. <원령공주>라고도 하죠. 자연과 인간의 조화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답게 이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러한 가치관이 뚜렷하게 나타나는데요. 

고대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재앙신에게 죽음의 저주를 받은 소년 아시타카와 자연을 지키는 원령공주 산, 숲의 신을 내몰고 더 좋은 마을을 만들려는 에보시, 생과 사를 관장하는 숲의 신 시시가미의 이야기인데요. 간단히 말해 자연을 지키려는 자와 파괴하려는 자들 사이의 갈등을 그리죠.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일본에서는 관람 인파로 영화관 앞이 혼잡해져 경찰까지 동원되는 소동을 겪었다는 후문이..!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한 번쯤 꼭 보면 좋을 작품입니다!


1997년 <모노노케 히메>가 크게 흥행한 후 발표한 은퇴는 가장 많이 알려져 있죠.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그는 시니어 지브리를 설립해 제작 일선에서 물러나 후진 양성에 주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이 연출한 <이웃의 야마다군>이 흥행에 실패하고, 미야자키 감독의 후계자로 생각했던 <귀를 기울이면>의 콘도 요시후미 감독이 돌연 사망하자 그는 어쩔 수 없이 복귀해야 했는데요.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그의 복귀작은 바로 명작 중의 명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입니다.

이사 가던 날, 수상한 터널을 지나게 된 치히로 가족. 알고 보니 그곳은 인간에게는 금지된 신들의 세계였죠. 그것도 모르고 주인이 없는 가게에서 신들의 음식을 먹은 치히로의 부모님은 돼.. 돼지로 변해버리는데요.

이를 눈앞에서 보고 충격에 빠진 치히로의 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소년 하쿠. 그는 치히로를 다시 인간세계로 돌려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볼 때마다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은 놀라움을 안겨주는 애니메이션이죠. 영화 속 숨겨진 요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것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구요. 영상과 캐릭터들 또한 말할 것 없이 단연 최고인 이 작품! 아직 안 보신 분 계시나요? 설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아카데미 영화제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에 이어, 일본 역대 최고 기록인 흥행수입 340억 엔을 달성하며 다 죽어가던 지브리 스튜디오에 심폐소생술을 해놓고 또다시 물러날 생각을 합니다.

2001년 그 무렵 지브리 스튜디오도 미야자키 감독을 놓아주고 세대교체를 할 생각으로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에게 <고양이의 보은>을, 호소다 마모루 감독에게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연출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고양이의 보은>이 생각보다 크게 흥행하지 못하였고, 지브리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을 <하울의 움직이는 성> 연출에서 중도 하차시키며(세상에!) 미야자키 감독을 데려옵니다.

2004년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렇게 탄생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 애니메이션 또한 일본 흥행수입 역대 2위로 엄청난 흥행을 하고, 한국에서도 누적관객수 300만 명을 동원하며 대박을 치게 되죠.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마녀의 저주로 할머니가 된 소피. 그녀는 우연히 거대한 마법의 성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그곳은 바로 하울의 성! (그냥 성 아니고, 움직이는 성!) 그곳에서 불꽃 악마 캘시퍼를 만나게 되고, 그와 하울의 계약을 깨주면 소피의 저주를 풀어주겠다는 제안을 받게 되는데요. 그렇게 그녀는 움직이는 성의 청소부가 되어 그곳에 머물며 하울과 함께 지내게 됩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들 중 에디터의 최애 작품인데요! 영화의 OST인 <인생의 회전목마>는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고, 애니메이션은 몇 번을 봐도 지겹지 않죠! 


하지만 이러한 흥행 성공과는 반대로 그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열과 성을 다해 창작혼을 다 뺏겨버렸는지 영화가 개봉한 2004년 또 한번 은퇴를 암시했습니다. 

<게드전기-어스시의 전설>을 자신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에게 맡기며 연출에서 물러났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2006년 일본 최악의 영화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이 때문에 위기에 빠지게 된 지브리는 다시 한번 미야자키 감독에게 은퇴 번복을 종용합니다. (위기에 빠질 때마다 불러ㅜㅜㅜ 무슨 슈퍼맨..?!) 

2008년 <벼랑 위의 포뇨>

돌아오라고 하니 돌아온 착한 미야자키 감독님. 햄과 소스케를 사랑하는 포뇨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호기심 많은 물고기 소녀 포뇨가 육지로 놀러 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소년 소스케를 보고 반해서 그를 찾아간다는 줄거리는 마치 디즈니의 <인어공주>를 떠오르게 하죠?

감독은 실제로 <인어공주>뿐 아니라, "어부가 해안으로 떠내려온 거북이를 따라가며 생기는 이야기인 일본 고전 <우라시마타루>에서도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개인적으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전개는 다소 아쉬웠지만, 영상미는 손에 꼽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포뇨가 소스케를 만나러 갈 때 변하는 파도의 움직임은 가히 최고..!


그리고 가장 최근이죠. 앞서 많은 은퇴 선언과 달리 2013년 9월 1일 베니스영화제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했으며, 6일 일본에서 정식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발표를 했죠.

당시 감독은 "그 동안 몇 번이나 그만두겠다고 소동을 일으켰기 때문에 이번에도 '또'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이다"라고 말한 그였는데...

2020년 <애벌레 보로>

다시 돌아온다고 합니다! 이번엔 애벌레 친구와 함께 말이죠!

이후 3년이 지난 2016년 11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하여 감독으로 다시 연출을 맡았다고 밝혔습니다. 복귀작의 제목은 <애벌레 보로>이며 내년쯤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후, 오는 2020년 제32회 도쿄 올림픽에 맞춰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그의 복귀작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가 만든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다 대표작이라고 해도 모자랄 정도로 굉장한데요. 특히 은퇴 철회 후 가지고 온 복귀작들이 더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들고 올 <애벌레 보로> 또한 굉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요. 아직 멀었지만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우린 다음에 또 만나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