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사전> 수험생 응원 영상 캡처

드.디.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습니다. 이 시험을 위해 달려오신 모든 수험생 분들, 수능의 늪에서 빠져나온 걸 축하드려요!(짝짝짝) 이제 할 일이라곤 뇌 비우고 뒹굴뒹굴하는 것뿐이군요. 인생에 있어 다시는 오지 않을 이 황금 같은 순간을 영화와 함께 보내고 싶으신 분 손! 공부하시느라 그간 극장과는 강제 이별하셨던 분들을 위해 극장 상영작 4편, 그리고 여러분과 같이 청춘을 맞이한 캐릭터들이 있는 VOD 추천작 6편을 들고 왔습니다. 공부는 저리 치워버리고 스크린 속으로 빠져보자고요! 자, 출발~.


시험 끝났으면 바로 극장각!

신비한 동물사전
→ 빠른 현실 탈피를 원한다면

지팡이 마술이 돌아왔습니다. 계산해보니 현역 수험생분들 나이 14살 무렵 <해리 포터> 시리즈가 대장정의 막을 내렸군요. 정말 좋은 시즌에 태어나셨어요. 판타스틱한 마법 세계, 이제 다시 즐기면 되니까요! 전 세계의 화제작,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 포터가 공부하던 교과서 '신비한 동물사전'을 집필한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가방 안에 동물 농장을 차린 뉴트의 따뜻한 마음입니다. 물론 <해리 포터> 시리즈의 백스토리, 그리고 새로 등장한 뉴욕의 마법 세계를 보는 재미도 있죠! 우리의 상상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마법 세계에 빠져들다 보면 조금은 지긋지긋한 현실을 탈피하는 것쯤은 거뜬해질 거예요.

가려진 시간
→ 눈 정화와 따스한 감동이 필요하다면

여러분이 어떤 영화에서 배우 강동원을 처음 접했을지 생각해봤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나 <전우치>는 이미 고전에 가깝겠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외모에 변함이 없는 강동원은 방부제를 섭취했음이 분명합니다. 아니, 영화 추천한다면서 왜 계속 강동원 타령이냐고요? 강동원 칭찬이 영화의 칭찬이라 믿어 의심치 않거든요. <가려진 시간>에는 아이들만이 지니고 있는 순수함이 살아있습니다. <늑대소년>같은 판타지 로맨스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죠. 배우 신은수는 올해의 발견입니다. 두 배우의 클로즈업된 얼굴 속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눈 정화는 물론 마음까지 따스해질 거예요.

카페 6
→ 아직 고백하지 못한 학교 친구가 있다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를 잇는 대만 로맨스가 극장을 찾았습니다. <카페 6>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표를 구하기 어려웠던 핫한 상영작 중 하나였습니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며 '순수했던 그 시절'을 추억하겠죠. 여러분은 누군가가 추억하고 있는 그 시절 속에 살고 있습니다. 엄청난 행운이네요. 아직까지 온 마음을 다하지 못한 누군가가 있다면, 함께 손을 잡고 이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예쁜 기억을 만들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 가족들과 함께 볼 영화를 찾는다면

<맨발의 기봉이>를 연출한 권수경 감독과 <7번방의 선물>을 각색한 유영아 작가가 뭉쳤습니다. 15년 동안 단 한 번의 연락도 없었던 말썽쟁이 형이 집에 돌아오면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는 한집에서 강제 동거를 하게 됩니다. <형>에서 조정석은 <건축학개론> 속 납득이를 소환해 러닝 타임 내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합니다. 도경수(디오)는 '아이돌'이란 이름에 가려졌던 자신의 연기력을 선보이죠. 자기 자신들조차 너무 닮았다며 혀를 내두르는 이 두 배우의 케미는 꽤 훌륭합니다. 그간 소홀했던 가족들과 함께 빵빵 웃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해요. 보고 나와 훈훈한 대화까지 나눈다면 금상첨화겠죠.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VOD 보는 게 최고!

에브리바디 원츠 썸!!
→ 난장판 학교생활이 궁금하다면

현역 수험생이라면 이 영화는 넘겨주세요. 이 영화는 재수생분들, 즉 스무 살 이상을 위한 '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현역 수험생분들은 내년에 이 영화를 찾아 보면 되겠네요. 80년대 복고 감성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야구부 학생들의 개강 3일 전 풍경을 그립니다. 이들은 술 마시고 놀고, 술 마시고 춤추고, 술 마시고 파티하고, 가끔 야구를 하고, 그 사이사이 여자 이야기를 나눕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시덥지 않아 보이는 순간들을 가장 소중한 순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멀리서 보면 난장판인 것 같은 이들의 청춘 또한 클로즈업해보면 나름의 반짝임을 품고 있어요. 우리 모두의 청춘이 그렇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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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 독특한 연애를 꿈꾸는 누군가에게

수능 끝나면 연애해야죠. '성인이 되면 보다 더 특별한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들을 위한 추천작입니다. <엽기적인 그녀>는 '독특한 연애' 계보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영화입니다. <도둑들>, <암살>보다 이전에 전지현에게는 <엽기적인 그녀>라는 대표작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2000년대 초반 특유의 통통 튀는 에너지가 담겨있어요. 어리바리한 남자친구 견우를 한손에 휘어잡은 '그녀'는 평범함을 넘어선 여자입니다. 교복을 입고 클럽에 가는 것은 물론, '지하철에서 뺨 때리기'를 게임의 벌칙으로 하자 말하며 해맑게 웃어 보이죠. 이렇게 무서운 데이트라도 여자친구가 전지현이라면 뭔들(...) 못하겠어요!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전지현의 사랑스러움이 듬뿍 담긴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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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들의 히치하이킹
→ 본인이 '잉여'라고 느껴진다면

수능이 끝났습니다. 야호! 놉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납니다. 노는 것도 지겨운 시기가 옵니다. 딱히 할 건 없고 본인이 세상의 잉여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그럴 때 이 영화를 보시면 됩니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잉여였던 여러분의 마음에 불을 지필 영화입니다. 호재, 하비, 현학, 휘는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잉여로운 20대를 보내기 위해 단돈 80만원과 카메라 1대만을 들고 유럽으로 떠납니다. 이들은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기도 하고, 도로 한복판에서 차를 얻어타기도 하면서 낯선 세상에 맨몸으로 부딪히죠. 이런 경험을 하기엔 아직 어리다고요? 영화 속 현학과 휘는 스무 살입니다. 갑자기 이런 말이 떠오르는군요. "여행은 돈이 없어서 못 가는게 아니라 용기가 없어서 못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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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와 클로버
→ 어딘가 한 구석이 허전한 당신에게

<허니와 클로버>는 조금 정적인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자신의 재능에 대한 고민부터 첫사랑에서 오는 설렘까지, 청춘의 모든 것이 담겨있거든요. 영화 속 다섯 인물은 각자 놓여진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넘어서며 성장해갑니다. 스무 살이 되면 뭐든지 더 나을 줄 알았는데, 허전하고 불안하다고요? 스무 살이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게 충만해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 또한 오산이죠. 모든 게 불안정한 와중에도 이 영화 속 청춘들은 결국 "청춘 최고!"를 외칩니다. 이 세상 모든 청춘들에게 작은 위로를 더해주는 대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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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
→ 세상만사 인간 네트워크가 궁금하다면

미국의 대학교로 넘어와봅시다. 미국 대학생 끝판왕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겠죠. 세상에 마크 주커버그만큼 대단한 학생이 있을까요. 그는 '페이스북'의 창시자입니다. <소셜 네트워크>는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담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기 영화라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빠르게 치고 나가며 긴장을 놓치지 않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있는 영화거든요. 페이스북이라는 네트워크 창조설 뒤로, 사사롭게 얽혀있는 인간관계의 이면 또한 조목조목 짚어내 여러모로 품은 메시지가 많은 영화였습니다. 마치 영화 속 제시 아이젠버그의 '말 빠름' 연기처럼요. 제시 아이젠버그의 너드미는 이 영화의 매력을 더해줍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제시 아이젠버그의 필모를 다 훑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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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후드
→ 이제 막 스무 살을 앞둔 당신에게

사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연출작 대부분을 추천작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보이후드>는 독보적이죠. 10대의 끝자락, 혹은 20대 초입에서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영화입니다. <보이후드>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12년 동안 같은 배우, 제작진들과 함께 한 소년이 어른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여섯 살 소년 메이슨이 열 여덟살이 되는 과정은 여러분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을 거예요. "순간이 우리를 붙잡지"라는 영화 속 명대사처럼, 영화는 소소한 순간으로 가득찬 우리의 삶을 한편의 영화로 바꿔놓는 마법을 전합니다. 인생의 한 파트를 딛고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여러분에게 이만큼 큰 울림과 용기를 전할 영화는 없을 것 같네요.
▶<보이후드> 바로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코헤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