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이라고 해서 다 같은 하이틴이 아니다. 대부분의 하이틴물이 학교라는 배경과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하지만 캐릭터, 서사, 연출은 작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떤 시리즈가 엘리트의 세상을 그리는가 하면, 또 어떤 시리즈는 소외된 이들을 극의 중심에 둔다. 절절한 사랑을 담은 멜로가 있는가 하면, 호기심뿐인 만남을 그리는 드라마도 있다. 제각각의 관전 포인트를 자랑하는 하이틴 시리즈 다섯 편을 모았다.

※ 5개의 시리즈 모두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제72회 에미상 4개 부문 노미네이트

뉴욕타임스 선정 2020 베스트 시리즈

수식어 부자가 된 올해 최고의 로맨스 드라마

노멀 피플

감독 레니 아브라함슨, 헤티 맥도널드 │ 출연 데이지 에드가 존스, 폴 메스칼 │ 시즌 1

부유하지만 대화가 없는 가정에서 자란 메리앤(데이지 에드가 존스), 가난하지만 따뜻한 가정에서 자란 코넬(폴 메스칼). 가시 돋친 말로 일관하는 메리엔 주변에는 친구가 없고, 코넬의 교우관계는 원만하다. 접점이라고 없는 둘이지만, 코넬 어머니가 메리앤 집 가정부 일을 시작하면서 자주 마주치게 되자 코넬과 메리앤은 서로가 눈에 밟히는데. 상처를 주고 거두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둘은 끝내 서로에게 완전히 솔직해질 수 있을까. 서툰 첫사랑은 성숙한 사랑이 될 수 있을까.

제72회 에미상 4개 부문 노미네이트. 뉴욕타임스, 인디와이어 등 해외매체 선정 2020 베스트 시리즈 TOP 10. BBC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6270만 뷰 기록. 데이지 에드가 존스와 폴 메스칼, 신예 배우의 얼굴이 익숙지 않더라도 믿고 볼만한 수식들이다. <노멀 피플>은 시간을 건너뛰어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한편, 순간에 머물러 두 인물의 눈빛, 얼굴빛, 입꼬리의 변화, 미세한 감정을 온전히 담았다. 한 편의 시와 같던 햇살 속 아일랜드를 담은 시퀀스는 짙게 밴 여운을 배가한다. 공개되자마자 평단의 호평을 얻은 <노멀 피플>, 오직 웨이브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과몰입하기 딱 좋은 리얼타임 드라마

스캄 프랑스

감독 줄리 안뎀 │ 출연 악셀 오히앙, 막상스 다네-포벨, 레오 도댕, 필리핀 스탕델 │ 시즌 6

노르웨이 하이틴 시리즈 <스캄>. 세계적인 인기로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미국, 등에서 리메이크되었으며 <스캄 프랑스>는 <스캄>의 프랑스 리메이크작이다. 6개의 시즌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 구성 형식이 좀 독특하다. 시즌마다 주인공을 달리한다. 첫 번째 시즌의 주연이 두 번째 시즌의 조연이 되는 식이다. 중심인물이 다르니 담는 메시지도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10대들의 우정과 사랑에 성 정체성, 인종, 종교에 대한 고민을 잘 엮어 넣었다. 여섯 중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시즌은 뤼카(악셀 오히앙)-엘리오트(막상스 다네-포벨) 퀴어 커플을 다룬 세 번째 시즌이다. 뤼카도 한눈에 반한 엘리오트의 비주얼은 시즌 3의 인기뿐만 아니라 시리즈 전체의 인기까지 책임졌다. 시즌 3에서 뤼카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인 후에야 혼란에서 벗어나는데, 이는 <스캄 프랑스>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변화를 받아들일 때에야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스캄 프랑스>는 리얼타임 시리즈다. 한 에피소드는 ‘일요일 11:07’와 같이 요일과 시각을 표기한 짧은 영상들이 묶여있는 형태다. 클립은 실제 표기된 시간에 유튜브 채널에 먼저 업로드되고, 일주일간 올라온 클립 뭉치가 편성 시간대 방영되었다. 캐릭터와 같은 시간을 사는 것처럼 느껴져 과몰입하기 딱 좋은 시스템이다. 캐릭터별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다. 역시 리얼타임으로 극 중 내용이 담긴 사진이 올라온다. 웨이브에서 여섯 시즌을 모두 볼 수 있다.


하이틴 미드 장인과

하이틴 소설 장인의 만남

루킹 포 알래스카

감독 조시 슈워츠 │ 출연 찰리 플러머, 크리스틴 프로세스, 데니 뎁, 제이 리 │ 시즌 1

마일스(찰리 플러머)는 위인의 유언을 품고 산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라블레가 남긴 ‘커다란 불확실성을 찾아 떠난다’라는 유언에 매료된 그는 가족을 떠나 숲 한가운데 있는 기숙 학교로 전학을 간다. 새 학교에서 마일스는 세 부류의 사람을 만난다. 새 친구, 적, 그리고 알래스카(크리스틴 프로세스). 마일스는 똑똑하고 거침없고 미스테리한 알래스카를 보자마자, 그가 찾아온 ‘불확실성’에 대한 답이 바로 알래스카에게 있음을 직감한다. 마일스와 친구들은 ‘평일 전사단’이라 불리는 부유층 학생 무리와 가을 내내 전쟁을 벌인다. 그 끝에 어떤 비극이 있는지도 모른 채.

하이틴 전문가 둘이 만났다. <루킹 포 알래스카>는 하이틴 로맨스 <안녕, 헤이즐>과 <페이퍼 타운>의 원작자 존 그린이 쓴 동명 소설을 각색한 극이다. 시리즈의 프로듀서 조시 슈워츠는 아직까지도 레전드 하이틴 미드로 손꼽히는 <The O.C>와 뉴욕 최상류층 10대들의 이야기를 그린<가십걸>을 공동제작한 이력이 있다. 마일스가 <The O.C>를 시청하는 장면이 극 중에 나오기도 한다. 2005년 소설 판권 인수 당시 영화화를 계획했으나, 14년이 지나 ‘루킹 포 알래스카’는 8시간 분량의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2시간으로 압축될 뻔한 스토리를 한결 긴 호흡으로 전달함으로써 청춘의 요동치는 계절을 보다 섬세하게 담아냈다. 우리나라에서는 웨이브에서 최초 공개됐다.


자존감이 낮은 당신에게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감독 루크 스넬린 外 │ 출연 샤론 루니, 니코 미랄레그로, 조디 코머, 댄 코헨 │ 시즌 3

이상행동으로 정신 병원 치료 후 4개월 만에 퇴원한 레이(샤론 루니)가 새로운 친구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레이가 ‘매드 팻 다이어리’에 기록을 남기는 것은 그가 병원 바깥세상에 적응하는 일종의 방법이다. 탈출구라고 할 수 있겠다. 일기장은 날 것 그대로의 화, 야심, 망상 같은 것으로 가득하다. 겉으로 끄집어내기 수치스러운 문장으로 빼곡할지라도, 그것은 정직한 문장들이고 일기장 속 레이는 포장하지 않은 순도 100% 레이다.

16세, 105kg, 폭식, 자해. 아버지는 어린 레이를 두고 떠난 후 돌아오지 않았다. 소위 불우한 학창 시절의 여건을 두루 갖춘 듯한데. 세상에 섞여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자존감을 극복하는 레이는 보는 이에게도 위로를 준다.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쇼에 삽입된 음악. 1996년을 배경으로 한 시리즈 내내 오아시스, 라디오헤드 등 90년대 브릿팝을 들을 수 있다. 이제는 <킬링 이브> 빌라넬으로 더 알려진 조디 코머의 다른 모습도 볼 수 있다. 레이의 친구 클로이를 연기했다.


하이틴 시리즈 주인공이 1987년생..?

30대 배우가 연기한 13세

PEN15

감독 마야 어스킨, 애나 콘클 │ 출연 마야 어스킨, 애나 콘클 │ 시즌 2

웨이브를 통해 한국 관객과 가장 먼저 만난 <PEN15>는 앞서 소개한 <노멀 피플>과 함께 각종 매체에서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TV 쇼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핑크 톤으로 꾸며진 방에서 조잘조잘 통화하는 첫 장면의 마야와 애나를 보면 1990∼2000년대 틴에이저 영화 <클루리스>,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 떠오르기도 한다. 마야와 애나는 둘도 없는 친구다. 중학교에 입학하면 흥미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둘은 첫 등교일부터 따돌림을 당한다. <PEN15>에 셰어(알리샤 실버스톤), 레지나(레이첼 맥아덤즈)는 없다. 쇼는 아웃사이더 둘의 사춘기를 조명한다.

하이틴 시리즈인데 어쩐지 두 주인공의 얼굴이 도저히 10대로 보이지 않는다. 캐스팅은 그 자체로 <PEN15>를 특별하게 한다. 공동 창작자 마야 어스킨과 애나 콘클은 34세의 나이로 13세를 연기했다. 마야와 애나의 주된 관심사는 성적 호기심을 시험하는 것, 이를 적나라하게 묘사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배우의 힘이 컸다.


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